끌려 나오고 끌려 들어가고

쿠키를 굽고 있다던 친구네에 가려던 참이었다. 같이 가기로 한 다른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각이 다가올 즈음 한일병원의 소식을 들었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해고된―그들의 형식 내에서는, 고용 승계가 되지 않은―식당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구사대와 경찰의 탄압으로 위험한 지경이라고 했다. 오래 전에 잡은 약속인데다 친구가 손님 맞을 준비까지 하고 있대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약속을 … [읽기]

학교 단상

* 학교에는 자하연이라는 연못이 있고, 그 앞에는 자하연 식당이 있다. 외부 업체에서 20년, 혹은 30년 쯤 운영해 온 곳이다. 아니, 그런 곳이 있었다. 실장이라는 사람은 그곳에서 청춘을 보냈다고 했다. 옆에 딸려 있던 이름 없는 작은 카페―학생들은 장난 삼아 자하벅스라고 불렀던―도 함께 사라졌다. 식당이 있던 자리에는 식당이, 카페가 있던 자리에는 카페가 새로 생긴다. 공모로 정한 새 … [읽기]

선거 기간의 어느 저녁

살던 하숙집 주인이 집을 팔고, 새 집주인은 건물을 헐기로 했다는 통에 엉뚱하게도 쫓겨나게 생긴 친구가 방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 혼자 다니기 심심하다길래 산책 삼아 같이 전단지 붙은 전봇대를 돌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방을 구하냐고 물었다. 부동산 중개업자였다. 원하는 월세를 대니 어디론가 데려갔는데,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건물들 사이에서 자신이 보여주려던 방을 못 찾았다. 건물 세 곳을 … [읽기]

오늘 아침

알람 소리에 잠을 깬 것은 다섯 시 쯤, 30 분가량을 뭉그적거리다 일어나 씻었다. 아침으로는 배 하나를 깎아 먹었다. 껍질이며 씨며를 치우지 않으면 벌레가 꼬일까 걱정스럽긴 했지만 귀찮아서 그냥 바닥에 두고 책을 폈다. 여섯 시쯤이었나, 그때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려 읽은 탓이었을까, 두어 번을 잠들어 가며 다섯 시간 가량을 보냈다. 페이지가 … [읽기]

이사를 했다

* 일 년 반쯤만의 일인가, 학교 앞 자취촌, 그러니까 신림동 고시촌으로 이사를 했다. 학부에 다닐 때 살았던, 주방과 화장실을 타인들과 공유하는 10만원 대 중반의 옥탑방을 얻는 것이 목표였지만 늘어난 신축 건물들 틈에서 그런 구조의 건물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독립적인 옥탑에, 지금의 월수입보다 높은 월세를 주고 살게 되었다. 대학 4년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