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석

–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지하철은 다소 절망적이다. 승객 대부분이 시와 도의 경계를 넘는 장거리 이용객이라서, 또 그 상당수가 고령이라서 앉을 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 혹은 학교, 그것도 아니라면 놀이 공간 가까이서 살 것을 허락받지 못한 이들, 무임승차권*이 나오는 지하철 열차가 아니면 갈 곳―이동 수단으로서도, 그야 말로 ‘곳’으로서도―을 바랄 수 없는 이들이 너무도 … [읽기]

가난을 증명하기

0. 결과부터 말하자면, 일단 잘 해결되었다. 필요한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에 가게 되었으므로. 1. 지금껏 살면서, 가난을 증명해야 했던 적은 크게 없었다. ‘증명’하면서까지 도움을 청해야 할만큼 가난해 본 적도 없었거니와―누구에게서든 생활비를 빌려야 했던 부모님에게는 있었겠지만―, 가난함을 주장하기에는 소위 사회적 자본, 혹은 문화적 자본이라는 것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기자라는, 나의 서울대생이라는, 지위 같은 … [읽기]

지났으니까 하는 이야기

지난 해 여성의 날 행사에 갔던 것은 민우회 때문이었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몸 쓸 거니까 (힐 신지 말고) 운동화 신고 오세요’ 류의 안내(경고) 메시지를 무려 ‘여성 단체’에서 발견하고는, 이런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분위기인가 궁금해졌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여성의 날 행사는 참 좋았다. 옷 맞춰 입고, 구회 외치고, 피켓 들고, 행진하고, 이렇게 써 놓으면 여느 … [읽기]

블로그 필명 변천사

고등학교 시기 전은 뭘 썼는지 기억나지 않고, 고등학교 다니면서부터는 스틸로. 프랑스어 stylo, 만년필이라는 뜻-이라고만 알고 썼는데 볼펜도 똑같이 부르더라. 글, 이라고 하면 나는 만년필이 생각난다. 그 사이 시기는 또 기억나지 않고, 대학교에 다니던 언제부턴가 懶惰[rata]라고 썼다. 게으를 나, 게으를 타. 괄호 안의 알파벳은 발음 기호였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 발음 기호이자 Rage Against The … [읽기]

당신에게 당신을 팝니다

<메가 마인드>를 봤다. 내용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냥 어쩌다 봤는데, 드림웍스에서 만든 거더라. 악당 메가마인드와 괴물 슈렉이 겹치면서, 이런 게 요즘의 ‘드림’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되는 디즈니의 꿈을 지나, 공주나 왕자가 될 수는 없음을 깨달았지만 악마나 괴물이라도 행복하고 싶은 꿈을 꾸게 된. 그리고 그 꿈은, 영화를 통해서나 꾸고 있다. 얼마 전에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