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0.(화)

기념비적인 날이다. 제천살이 한 달. 그리고 바퀴벌레와의 첫 번째 조우. 부엌에서 나왔다. 깨알만한 사이즈. 이사 초에 본 어느 벌레처럼 바퀴벌레일까 아닐까 고민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순간적으로 알았다. 주저 없이 휴지를 뜯어 눌러 죽였으므로 확인은 못했지만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았다. 여전히 널브러져 있는 짐을 뒤져 바퀴벌레 약을 찾았다. 짜두는 젤 타입의 살충제다. 눈에 띄지 않는 곳 ― 싱크대나 책꽂이 위아래, 벽 몰딩 위, 세탁기 아래 등등 ― 에 놓아 두었다. 저녁의 일이다.

점심은 집에서 대강 먹었으려나. 카드 결제 기록이 없다. 전날 마트에서 산 것으로 먹었다면 요거트와 시리얼, 복숭아 같은 것이었을 테다. 세 알에 칠천 얼마 하는 복숭아였는데 한 알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잘라내고 먹지 않고 그냥 통으로 버렸다. 오후엔 카페에서 일했다. 작업 중인 단행본에 들어갈 원고 검토. 한 주 가량 전에 반쯤 해둔 것의 나머지를 처리해 편집자에게 보냈다.

저녁으로는 카레를 해 먹었다. 썰어서 얼려 둔 양파와 감자, 한참 전에 사서는 먹지 않아 물러진 부분을 잘라낸 버섯, 이날 사 온 연근과 토마토, 그리고 파스타 소스를 넣었다. 꽤 많이 했는데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밥도 두 그릇 먹었다. 그러고는 또 카페에 갔다. 카페에선 별 일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낸 것 같다. 바퀴벌레를 본 것은 저녁 준비를 하면서의 일이고 짐을 뒤져 약을 찾은 것은 카페에 다녀온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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