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7.(토)

오전은 별 일 하지 않고 보냈다. 점심은 분식집 라면. 일전에 갔던 분식집엘 가다가 그 옆에 500원 싼 데가 있길래 그리로 들어갔다. 같은 건물이거나 바로 옆 건물. 500원은 인건비 차이일까, 누군가가 (더) 저임금에 (더) 고통 받고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그랬다. 아마도 주인 부부일 듯한 이들이 일하고 있었다. 노동량이 더 적어 보였다. 좀 더 지저분하거나 그랬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어땠는지는 그새 잊었다. 또 오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테이블이 끈적하거나 그랬겠지. 끈적한 테이블과 젖은 수저에 관해 쓰다가 만 글이 있단 게 생각나네.

그리고는 카페로 옮겼다. 최근엔 주로, 이사 오고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 ‘힙한 카페’라고 칭했던, 내가 집을 나서는 시간보다 늦게 문을 열어서 한동안 가보지 못했던 그 카페에서 일한다. 널찍하고 쾌적하다. 음악 소리가 조금 큰 편이지만 곡 자체가 정신 사나운 경우는 많지 않다. 콘센트가 있는 구석 자리에 앉아 밀린 일기와 가계부를 썼다. 테이블을 조금 밀다 얼마 안 마신 커피를 다 쏟았다. 한 잔을 더 시켰다.

맞은편 테이블에 좀 시끄러운 일행이 앉았다. 일을 하긴 어렵겠다 싶어져 집을 향했다. 급한 대로 침실에 두었던 책상을 거실로 옮기고 소형 책장 하나를 침실에 넣었다. 눕혀 두었다. (침대 없이 살기로 해 그저 이불이 깔려 있을 뿐이지만) 베드테이블 겸 간이 수납장으로 쓸 생각이다. 도배든 페인트칠이든 한 후에 세우려 했던 행거도 설치했다. 거의 한 달째, 빨래를 마친 옷가지를 개어 방 한 켠에 쌓아두고 살았다. 행거는 땟물이 흘렀다.

문자 그대로 흘렀다. 알콜로 닦았으나 시원치 않아 주방청소용 세제 스프레이를 뿌렸기 때문이다. 흘리내리는 누런 거품을 닦았다. 때를 지워도 여전히 꾀죄죄했다. 칠이 많이 벗겨졌고 여기저기가 찌그러졌다. 아마도 십 년 넘게 쓴 물건이다. 동생이 쓰던 것인데 천장이 낮은 집에 살 때 봉 높이가 맞지 않아 테이프로 고정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가늘기까지해서 쓰러진 적이 있고, 잠시 같이 살다 각자 집을 구했던 시점에 좀 더 튼튼하고 깨끗한 내 것과 바꾸어 주었다. 나는 옷이 얼마 없으니까 약해도 괜찮았다. 그새 옷이 많이 늘었다. 입던 옷 하나가 이젠 더는 못 입겠다 싶은 상태가 되면 옷 하나를 새로 사는데 그러면서도 낡은 옷을 버리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번 집에 살면서는 책꽂이가 늘면서 둘 곳이 마땅찮아져 쇠톱으로 썰어 폭을 좁혔다.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집 바로 뒤 아파트 단지에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 온 냉풍기를 샀다. 물을 흘려 기화열이 어쩌고 하는 방식. 딱히 찬바람이 나오리라는 기대는 없이, 선풍기 가격이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그냥 갔다. 생각보다 컸다. 다행히 가벼워서 달랑달랑 들고 집까지 걸었다. 수조를 닦았는데 끝없이 녹색의 무언가가 묻어났다. 나물 데친 물, 을 제하면 내가 아는 녹색 물이란 영화에 나오는 독극물밖에 없는데― 생각하며 몇 번이나 닦았다. 물을 흘리는 종이 그물이 녹색이란 건 뒤늦게 알았다. 두어 번 썼더니 수조에 다시 녹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사러 가기 전에는 책 한 권을 주문할까 말까 한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사러 나선 즈음에는 응급실에 들렀다는 친구의 연락. 전자는 책을 샀고 후자는 약을 처방 받은 시점 쯤 집을 다시 나섰다. 콩국수를 먹기로 했는데 토요일 단축 영업인지 재료 소진인지 이미 식당이 문을 닫고 있었다. 조금 더 가서 냉모밀을 먹었다. 면만 삶으면 되는 메뉴 치고는 꽤 느리게 나오는 곳이다. 주방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둘 다 저번에도 그랬다.

꽤 기다린 후 금세 먹거 나와 프랜차이즈 카페에 앉았다. 책을 읽었다. 현호정의 『단명소녀 투쟁기』(사계절, 2021). 이미지가 다채롭고 전개가 빠른 짧은 소설.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라고 해야 할까. 사랑으로서의 죽음이나 죽음으로서의 사랑을 생각하며 읽었다. 작가가 생각한 것은 아마도 조금 다르다. 소녀와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한 바를 꽤 따랐을 것이다.

잡화점에 들러 망치를 샀다. 다른 것도 하나 샀는데 뭐였더라. 드릴 비트도 필요했지만 팔지 않았다. 여전히 거실에 뒹굴고 있는 욕실 선반을 설치하는 데에 필요한 공구들이다. 집에선 괜히 목함 하나를 칠했다. 또 뭘 했지. 어쩌면 앞에 쓴 짐정리의 일부는 이 시간에 했을지도 모른다. 두세 시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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