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막이

한동안 어째선지, 계속 연이 날리고 싶었다.

그러다 마침 한강에 가자는 김희선에게 연과 얼레를 갈취해서, 한참의 숙원을 풀었다.

바람이 불안정한 데다 옆 날개가 없어 연이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그래도 잘 날았다.

천원 짜리 쟈이안트 얼레는 실이 짧았다. 

아직 연은 땅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탁, 하고 얼레가 멈추더니 실의 끝이 보였다.

실 끝은 얼레에 묶여 있긴 커녕 한 번 감기지도 않은테 종이 테이프로 위태위태 붙어 있었다.

그것을 발견하고 제대로 묶어야지, 하고 생각하며 실을 잡는 순간, 또 한 번 탁, 하더니 연이 멀리 날아 갔다.

정월은 아니지만, 뜻한 것도 아니었지만, 액막이를 했다.

정월에는 이름과 셩년월일, 그리고 액을 날려 보내는 문구를 적은 연을 하늘에 띄우고는 싫을 끊는다.

한 해의 액운을 멀리 날려 버리는 의식인 셈이다.

물론 내 연에는 액을 날려 보내는 문구는 커녕 이름조차 적혀 있지 않았으니 액막이는 무효.

애꿎은 한강에 비닐이며 철사며만 빠졌다. 미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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