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夜

모니터 구석의 시계는 두 시 삼십 분을 가리킨다. 밖에서 높은 톤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 온다. 무어라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명 소리 같기도 한다. 신경이 곤두선다. 이윽고 따라 나오는 남자의 대거리. 그렇게 몇 번을 말이 오간다.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 올까봐, 비명을 들은 내가 뛰어 나가지 못하거나 뛰어 나가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할까봐 두려운 밤이 잦아진다. 다행히도 오늘은 뛰어 나가지 않아도 좋다 싶다.

시계는 이윽고 세 시를 가리킨다. 뛰어 나가지 않아도 좋겠지, 나는 침대에 눕는다. 어디선가 울먹이는 소리가, 그 사이사이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온다. 싸움의 끝이 안 좋았던 것일까, 싸움이 아니었던 것일까―싸우는 연인의 대화라고 생각하고 성가셔 했던 그 소리가 실은 그게 아니었을까봐 또 두려워진다.

지금이라도 나가볼까 싶어 창으로 귀를 가져 가면 바깥은 고요하기만 하다. 숨을 죽이고 귀를 이리 저리 돌려 봐도 밖에서 울고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다시 침대에 누우면 귓가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소용돌이 친다.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 다시 몸을 일으켜 창문에 귀를 댄다. 창틀 너머 방충망에까지 귀가 닿아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침대에 누우면 어김없이 울먹이는 소리가 귀를 메운다.

결국 잠들기를 포기한다. 컴퓨터를 켜서 의미 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지칠대로 지쳐서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될 때까지를 버티면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다섯 시를 넘어 선다. 다시 한 번 지친 몸을 침대로 가져 간다. 다행히도 귓속에서는 아무도 울지 않는다. 다만 밝아 오는 거리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릴 뿐이다. 거리를 청소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재활용품 수거일이 아닌 새벽, 제멋대로인 사람들이 내어 놓은 종이들을 모으는 소리다.

뒤척이고 또 뒤척였으니 잠든 것은 아마 여섯 시 쯤일 것이다. 아홉 시가 채 못 되어 눈을 뜬다. 몸은 잠들기 전보다 더 무겁다. 다시 잠들어 보려, 부족한 잠을 마저 자 보려 애를 쓰지만 역시나 잠들기는 쉽지 않다. 침대에서 몸을 세우려 하자 마자 간밤의 소리들이 떠오른다. 귓속에서 다시 누군가 울기 시작한다. 날은 이미 밝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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