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7.(화)

결국 원고를 쓰지 않고 잤다. 알람 소리에 네 시에 한 번, 여섯 시에 한 번 깼다. 여덟 시쯤 일어나 씻고 집을 나섰다. 평소에 가던 카페들은 아홉 시, 열 시에 문을 연다. 여덟 시 반이었으므로 근처 아파트 상가에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갔다. 일곱 시에 여는 곳이다. 바게뜨 한 쪽과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세 시간쯤 일했다. 번역을 마쳤다. 미주도 모두 옮겼다.

대강 방향만 확인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간 왔던 카페 ― 지금 앉아 있는 곳 ― 을 향해서였다. 중간에 마주치는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해결할 요량이었다. 언젠가 아는 길로 접어 들었다고 생각했다. 쭉 걸었다. 모르는 곳에 이르렀다. 지도를 확인해도 목적지와 멀다는 것 외엔 딱히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마주친 분식집에서 식사를 했다. 열무국수. 나보다 늦게 들어와 무언가 탕을 주문한 사람보다도 늦게 받았다. 금세 먹었다.

몇 번씩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찾았다. 혹시나 싶어 지도를 볼 때마다 매번, 가야 하는 길과 반대 방향으로 꺾은 참이었다. 왕복을 더하면 한 시간쯤을 헛되이 걸었을 것이다. 더운 시간대 ― 그래봐야 두 시 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 에 차가 많은 ― 그래봐야 서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 길을. 많이는 아니지만 땀이 났고 지쳤다. 배도 고파온다.

여기까지가 오전의 일. 정확히는 오후의 삼사십 분을 포함하고 있지만. 땀을 식히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여기까지 먼저 쓴다. 이제 번역한 것을 읽는다. 오탈자를 고친 후 편집자에게 보내고 다음으로는 어제 못 쓴 글을 쓸 것이다.


오탈자 확인만 한 수준인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들었다. 한 번 읽은 글을 또 읽을 때면 그렇잖아도 없는 집중력이 처음 읽을 때보다도 몇 배나 떨어진다. 아는 내용을 또 봐서 그런 게 아니라 아는지 모르는지 판단할 수도 없을 만큼. 번역한 글을 읽는 건 언제나 또 읽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써야 할 원고의 편집자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번역 편집자에겐 (내가 나서서 다짐한 일정이었으므로) 미리 말했지만 그에겐 따로 연락하지 않았더랬다. 마감 일정을 묻는 문자였다. 양해를 청하며 밤까지 보내겠다고 답했다. 퀄리티는 못 맞춰도 마감은 맞춘다, 는 신조가 무색한 하루였다.

심기일전.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시간쯤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 바쁘다는 핑계로 밥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 라면을 먹었다. (일기에 기록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나머지 한 개는 잠들지 못했던 밤에 생으로 먹었다.) 식사를 하며 틀어두었던 영상이 끝날 때까지 마저 쉬었다.

열흘간 드문드문 생각한 것들을 ― 무엇을 왜 모르겠는지를 ― 썼다. 열흘 전엔 네 페이지쯤 될 거라고 생각했고 오늘은 두 페이지를 쓰기로 맘먹었는데 결국 세 페이지를 썼다. 글이 영 미심쩍어서 친구에게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고는 산책을 나섰다. 거의 걷지 않고 물가 벤치에 한동안 누워 있었다. 모기가 많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현관에 이르자 배가 고파왔다. 집에 와서는 어제 산 복숭아를 하나 먹었다. 무르고 물이 많았다. 손을 씻고 자리에 앉자니 휴대전화 LED가 점멸하고 있었다. 친구가 원고 여기저기에 메모를 달아 보낸 것이 2분 전이었다. 엄하지는 않았고, 이 부분은 설명을 더 해주면 좋겠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사이사이에 다른 것도 있었다.

설명엔 재능이 없으므로 충실히 고치지는 못하고 송고했다.

씻고 누울 것이다. 내일도 또 한 편을 써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몇 군데에 문자메시지와 메일과 돈을 보낼 것이다. 모레부터는 정말로 짐 정리를 해야지. 그래봐야 글피까지다. 그글피엔[1]그글피, 란 말이 표준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사전을 찾았다. 『전라북도 방언사전』에는 표준어 김제, 부안, 군산, 완주, 익산, 정읍, 무주에서 … (계속) 또 서울에 간다… 또 연극을 보러…

1 그글피, 란 말이 표준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사전을 찾았다. 『전라북도 방언사전』에는 표준어 김제, 부안, 군산, 완주, 익산, 정읍, 무주에서 “그글피”의 대응어로 쓰이는 방언 “그글피”가 실려 있다. 고창, 남원, 임실, 장수, 진안, 순창에서는 “그그페”가 쓰인다고 한다.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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