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2.(월)

이상한 꿈을 꿨다. “길을 걷다 손에 들고 있던 200ml 우유팩을 놓쳤는데 그게 (어떻게?) 멀리 날아가 축구선수들 쪽으로 갔고 그 중 한 명이 지체없이 받아 차서 날려 버렸다. 분노한 (왜?) 나는 누가 찬 것인지를 알아내어 그에게 가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고는 소송을 걸겠지만 900원 손배이니 너무 겁먹지는 말라, 다만 벌금이 나올 순 있을 것이다 하고 말했다. 그 무리가 크게 반성과 사과를 표하기 시작… 하였는데 그 순간 나는 내가 낚시TV 리포터임을 깨닫고 스포츠와 매너에 관한 방송멘트를 시작했다. (몰래카메라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왠지 모를 직업정신의 발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낚시에 대해 아는 게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곤 깬 것 같다. (친구에게 꿈을 설명한 메시지를 조금 정리한 것이고, 그래서 괜히 따옴표를 붙여 보았다.)

몇 시에 일어났지, 열 시쯤 책 한 권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어제 못 간 ‘힙한 카페’. 열한 시 오픈이라고. 뒤로 돌아 어제 간 카페를 향했다. 열 시 반쯤 도착했다. 거기도 열한 시 오픈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미 영업 중이었다. 오늘도 꽤 긴 시간을 혼자 앉아 있었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시키고 사라 아메드의 『행복의 약속』 1장을 읽기 시작했다. 두어 달 전에 사서 서론만 읽고 덮어 둔 책이었다. 저자의 이름만 보고 산 거나 마찬가지인 책이다. 저자의 다른 글도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이 책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는, 사라 아메드가 왜 각광 받는지 잘 모르겠다는 평을 들었다. 1장을 다 읽은 즈음 커피를 한 잔 더 시켰다. 2장까지 읽고 자리를 나섰다.

카페에 오기 전에 인터넷 설치 신청을 해 둔 터였다. 당일 설치로 예약했다. 두 시는 넘어야 올 거라고 했고, 그게 두 시 오 분일지 여섯 시일지는 몰랐다. 한 시 반쯤 되었으므로 일단 집으로 향했다. 얼마 후 전화가 울렸고 짧은 통화를 마치고 또 얼마가 지나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바닥을 가득 채운 짐 사이를 지나 창가로 가며 그는 이삿짐부터 정리하시는 게 좋을 텐데… 하고 중얼거렸다. 급하게 인터넷이 필요해서요 ― 사실이다, 내일 오전에 화상회의가 잡혀 있다 ―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며 멋쩍게 웃었다.

베란다와 거실을 나누는 벽의 창틀에 뚫은 구멍으로는 아파트 밖에서부터 랜선이 들어와 있었다. 그걸 뽑고 동축케이블을 넣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실리콘을 많이 발라놔서 ― 틈새로 벌레가 많이 들어온 거겠지 ― 안 빠진다고 했다. 호기롭게 새로 뚫자고 했다가 창틀이 깨질 수도 있대서 포기했다. 베란다 창틀엔 실리콘 없이 선만 들어와 있었으므로 인터넷모뎀은 베란다에 설치하기로 했다. 랜선을 끊어버리고 그리로 케이블을 넣었다. 그는 손이 느렸지만 큰 탈은 없이 설치를 마쳤다. 다만 중간중간 자른 케이블 조각을 창밖으로 ― 아파트 뒤 풀밭으로 ― 던지는 것이 마뜩잖았다. 그가 간 후엔 다른 랜선 하나를 잘라 베란다에 남은 것에 이었다. 실리콘을 채운 구멍을 통해 거실 창틀로 들어오는 그 선이다. 공유기는 거실에 설치했다.

짐정리와 청소를 하는 게 현명한 일이겠지만 다른 잡다한 일을 했다. 베란다 방충망의 안팎이 반대로 되어 있길래 돌려 달았다. 청소업체에서는 안쪽만 청소하고 갔으므로, 안을 향하게 된 바깥쪽 면엔 먼지가 잔뜩 붙어 있다. 한국전력(일단은 공기업)과 서울도시가스(사기업)에 전화해 살던 집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정산했다. 어제 내버려둔 변기 커버를 설치했고 연결부위가 빠져 있어 사방으로 물이 튀던 세면대 하수관을 끼웠다. 변기 커버는 (설치를 미룬 것과 마찬가지로 변기에 손을 대기 싫다는 이유로) 나사로 고정하는 모델 대신 고무 날개가 달린 봉을 눌러 끼우는 모델로 샀는데 생각보다 약해서 여닫을 때마다 덜렁거린다. 세면대 물은 더 이상 튀지는 않지만 하수관 끝은 여전히 하수구로 연결되지 않고 화장실 바닥에 닿도록 노출되어 있어 물이 넓게 흐른다. 부품 하나를 사서 하수구로 바로 들어가도록 하고 싶은데 일단은 좀 더 참아 보기로 했다.

이 집은 이상하게도 화장실 문엔 둥근 손잡이가, 방문엔 레버형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게다가 방문엔 방향을 거꾸로 달아서 바깥에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문이 딱 맞지 않아서 조금만 힘주어 밀어도 맥없이 열리므로 감금에 쓸 수는 없지만. 젖은 손으로 손잡이를 잡는 것을 싫어하므로 두 문의 손잡이를 바꾸어 달았다. 손등이나 손끝, 최소한의 접촉면적으로 화장실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네 시쯤 길을 나섰다. 아파트 입구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하나 사먹었다. 목적지는 어제 못 간 의림지. 큰 호수라는 것만 알았다. 의림지역사박물관인가가 있다는 것도 알기는 했다. 어떤 인물의 근거지거나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곳이려니 했는데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라고 했다. 박물관엔 들어가보지 않았다. 어쩌면 다른 역사적 일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컸지만 썩 아름답지는 않았다. 오리배가 떠 있었고 데크 형식의 산책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5월에 군산에서 쓰고 열 컷쯤 남은 필름이 든 카메라를 가져 갔고, 그만큼을 다 쓰고 돌아왔다. 길건너에 있는 우륵샘이란 데도 들렀지만 물을 마시지는 않았다.

여섯 시가 조금 지나 집에 돌아와서는 잠깐 앉아 있다가 샤워를 하고 한참을 누워 있었다. 아홉 시가 넘도록. 누워서는 대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싱크대 앞에 쌓여 있는 물건을 조금 밀고, 몇 개의 봉투를 열어 냄비와 수저와 식용유 따위를 꺼내어 씻었다. 냉동실에서 명란젓을 꺼내 녹였다. 명란오일파스타, 를 했는데 좀 싱거웠다. 먹을 만은 했다. 명란이 점점이 남은 냄비를 싱크대에 넣고 물을 채웠다.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이불 위에 엎드려 이것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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