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로 난 인도를 걷고 있었다. 보도步道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험로는 아니었고 훨체어나 유모차를 타고도 지날 수 있을 만한 폭이기도 했지만 보도블럭을 뽑은 자리에 심은 나무들이 몇 미터 간격으로 길의 삼분지이 정도를 막고 있었으므로 그런 것으로 지나기는 힘든 곳이었다. 차도와 접한 쪽으로 간다면 길을 따라 죽 걸을 수 있었지만 강과 접한 쪽으로 간다면 몇 미터에 한 번씩, 나무를 피해 좌우로 몸을 옮겨야 했다.
이따금 강가 쪽으로 붙어 서서 물을 바라봤지만, 대개는 차도에 붙어 장애물 없는 쪽을 걷고 있었다. 시골길이었으므로 달리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을 걸었을 무렵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몇 발짝 앞까지 가까워졌을 즈음 오른쪽으로, 그러니까 강가 쪽으로, 다시 말해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으로, 나는 몸을 옮겼다. 다음 순간에 우리는 교차했다. 그대로 스쳐 지나지는 않았다. 그가 발을 멈추며 입을 움직였고, 그걸 본 내가 발을 멈추고 이어폰을 빼어 들었기 때문이다.
허리는 많이 굽지 않았고 걷는 속도도 많이 느리지는 않았지만 주름이 깊은 노인이었다. 몇 개쯤 이가 없기 때문이었거나 날이 추운 탓이었을 것이다. 발음은 흐렸다. 비교적 선명하게 들리는 몇 개의 단어와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그가 이 길의 좌우에 대해, 그러니까 곧게 걸을 수 있는 쪽과 계속해서 나무를 피해야 하는 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두어 번을 되물었지만 시비가 붙을 만한 일을 하지 않은 나로서는 ― 또한 시비할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시점에 말을 거는 낯선 이를, 특히나 늙은 남성을 만나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 쉽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서너 번쯤 되묻고서야 비로소 얼마간을 알아들었다. 자기 때문에 내가 몸을 옮긴 것이, 걷기 불편한 쪽으로 내 몸을 옮기게 한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방금은, 나무 사이로 피하지는 않았지만 일찌감치 멈추어 서는 이를 마주쳤다. 어두운 거리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나는 전화기를 들여다 보고 있었으므로, 금세 알아차리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