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열한번째 만남

  맞은편에서 사람 둘이 걸어온다. 한쪽은 계속 말을 걸고 다른 한쪽은 곤란한 표정으로 계속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대화를 거절하는 제스쳐다. 말을 거는 쪽은 낯이 익다. 늘 저렇게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서서 "교회 다니세요?"하고 묻는 사람이다. 아니요, 하고 답하면 "다른 종교는 있으세요?"하고 묻고, 다시 아니요, 답하면 "교회나 성경공부에 관심 있으세요?"하고 묻는다. 세번째로 아니요, 하고 답하면 미련없이 인사를 하고 떠난다.
  늘 한 치도 틀림이 없다. 표정은 늘 멍하고,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붕 떠 있다. 수수한 차림에 배낭을 메고 갑자기 다가와 내게 열 번쯤 말을 건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와, 그를 귀찮아 하는 누군가―두사람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시야에서 그들이 사라진 잠시 후 그가 체념하고 인사하는 소리, 돌아서서 나와 같은 방향을 향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힐끔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나를 향하는 그가 보인다.
  저 아세요? 왜모르세요? 열 번쯤 뵈었는데, 이제 기억하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언제나처럼 따져 물을 준비를 한다. 물론 한 번도 그렇게 물어 본 적은 없다. 그가 내 옆에 서서, 말을 걸기 직전에 내가 먼저 그를 돌아 본다. 기다렸다는 듯 "교회 다니세요?"하는 질문이 나오더니, 평소와는 달리 하나의 질문이 더 붙는다. "저 만난 적 있으시죠?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네, 몇 번쯤요, 답하기가 무섭게 그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다른 종교는 있으세요? 교회나 성경공부에는 관심 없으세요? 나는 평소와 같이 아니요, 라는 대답을 몇 번인가 하고, 그는 평소와 같이 멍한 표정으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며 나의 곁을 또 스쳐갔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