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 실은 아침에 잠들었으므로 한낮에 ― 잠에서 깨어 전화기를 집어드니 카드 결제 알림 네 개가 떠 있었다. 둘 다 4,000원씩이었고 집앞에 있는 브랜드의 편의점에서였다. 어제 저녁에 편의점에 다녀와서는 알림을 확인하지 않고 방치했던가. 편의점에서 무언가 사기는 했던가. 그것도 두 번이나. 4,000원짜리를. 집앞에서 사는 건 대개 1,000원짜리, 2,300원짜리, 그리고 4,800원짜리다. 펼쳐 보니 결제 두 번, 결제 취소 두 번이었다. 브랜드는 같지만 집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브랜드였다.
그럼 카드를 잃어버렸나. 한동안 미적거리다 일어나 지갑을 확인했다. 카드는 얌전히 잘 있었다. 그렇다면 오래 전에 잃어버린 카드다. 집 어딘가에 있으려니 하고 분실 신고는 하지 않았다. 결제 내역을 확인해 보니 적어도 1년 넘게 쓰지 않은 카드다. 비가 와서 잠깐 고민하다 씻고 길을 나섰다. 편의점에 도착해 카드 분실물 나온 게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아침에 여기서 결제했다 취소했다는 알림을 받았다고 하자 몸을 돌려 카운터 아래를 잠시 뒤적이더니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는 결제했다가 주운 카드를 잘못 썼다며 취소했다고, 카드는 파출소에 맡기겠다 했다고 했다.
다시 잠시 걸어 파출소에 당도했다. 몇 달 전에 가 본 적이 있는 곳이다. 그때는 내가 카드를 주웠다. 앉아 있는 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안으로 들어가 서랍에서 봉투 하나와 서류 ― 습득물 신고서 같았다 ― 한 장을 들고 나왔다. 둘을 묶은 스테이플러 심을 빼고 봉투에서 카드 두 개를 꺼냈다. 카드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돌려 받았다. 다른 경찰관이 연락은 어떻게 받았는지, 결제 취소는 확실히 됐는지를 확인했다. 둘의 대화에 따르면 “할머니”가 카드 두 장을 한 번에 맡긴 모양이었다. 수령 확인서 같은 것은 작성하지 않고 받아 나왔다. 봄에 경찰서에 텀블러를 찾으러 갔을 땐 ― 기차에 두고 내린 것을 대전역에서 제천역으로 보내주었고, 제천역에서 내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가 받지 않자 경찰서로 이관했다 ― 무언가 쓰고 나온 것 같은데.
오가면서 내내 어떤 지갑을 생각했다. 몇 년째 가지고 있는 남의 지갑을… 언젠가 서울의 길가에서 주운 것이다. 내용물은 잔돈 약간과 고등학교 학생증, 성당 교우증, 교통카드 정도. 법정 신분증이 아닌 것만 들어 있는 지갑을 우체통에 넣으면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르겠어서, 바로 앞을 지날 일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두 어 주에 한 번쯤 가는 모처를 가는 길에 조금만 돌아가면 성당이나 학교에 들를 수 있을 것 같아서 며칠 들고 있기로 했다. 그러고는 바쁘거나 잊어서 몇 달이 지났고, 그러다 어디에 뒀는지를 잊어버려서 몇 년이 지났다. 올해 초에 다른 걸 찾다가 지갑도 발견했는데 요즘은 서울에 거의 가지 않으므로 내내 가지고 있다. 보이는 곳에 ― 방바닥에 ― 방치해 두고서.
비를 뚫고 카페에 들러 글을 하나 읽었다. 해야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