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를 샀다.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부도 샀다. 지난주에 사서는 먹지 않고 두었더니 상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줄이려 주로 집앞 마트에서 파는 판두부를 사먹다가 갈수록 아무 맛이 안 나서 결국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어느 중소기업 두부로 바꾼지 몇 달 되었는데, 판두부만큼이나 빨리 상한다. 유통기한이 어제까지였는데 오늘 아침에 뜯어보니 이미 며칠째 미끄덩거린 꼴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이것저것을 소진하거나 정리했다.
2018년쯤 샀을 것 같은 강황가루와 가람마살라. 그보다는 조금 뒤에 샀지 싶은 전분. 마지막으로 먹은 것은 아마 작년이다. 꽤 오래 인도산 재료를 사서 카레를 해먹었는데 순강황을 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맛이 밋밋한 건 둘째 치고 양을 조금만 틀려도 못 먹을 맛이 되어버려서 카레 먹는 횟수가 확 줄었다. 가람 마살라는 생각보다 훨씬 적은 양만 들어가서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다. 결국 조금씩 한국식 혹은 일본식 인스턴트 카레로 넘어오고 말았다.
100장짜리 식품용 비닐봉투도 그쯤 샀을 것이다. 그제 마지막 장을 썼다. 까먹은 탓에 오늘 새로 사지는 못했다. 피자를 시켜먹고 남은 것을 얼리려다 깨달았다. 피자가 들어가는 용기가 없어서 내일 아침에도 피자를 먹게 되었다.
길게는 20년 묵은 옷가지, 이제는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 선물 포장지들도 버렸다.
두 해쯤 전부터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러나 새로 사기 귀찮아서 몇 번이나 얼기설기 수리하며 신은 운동화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