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4-05.(일-월)

2022.12.04.(일)

(이틀 전이나 사흘 전과 마찬가지로) 점심 녘에 눈을 떴다.[1]점심녘, 이라고 붙여 썼다가 뒤늦게 띄었다. 아침녘이나 점심녘은 자연스러운데 저녁녘은 왠지 좀 어색하네, 저녁의 녁이 원래 녘이어서일까. 이런 … (계속) 밥 하기 귀찮아서 한참 누워 있다가 주섬주섬 채비를 해 결국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카페에 가서 일을 하려 했는데 휴무일이었다.

결국 집에서 일했다. 아마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던 중에 한참 딴짓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늘어져 일을 마치지 못했으므로 일한 후, 라는 때는 오지 않았다. 자기 전에는 양말을 꿰맸다. 갖고 있는 양말의 아마 반절 정도에는 구멍이 있다. 신발을 벗어야 할 일이 있는 날이 아니면 개의치 않고 그냥 신는다. 그래 왔다. 최근에는 왠지 부지런히 꿰매기 시작했다. 그래도 발가락 쪽 구멍만 막고 ― 때로 뒤꿈치를 지나 발목 바로 아래까지 이어지는 ― 발바닥의 구멍은 방치해 왔는데 며칠 전에 한 번 꿰맸고 이번에 또 한 번 꿰맸다. 그러다 지쳐서, 한 짝은 그냥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2022.12.05.(월)

어째선지 아침에 깼다. 하지만 점심께까지 누워 있었다. 밥을 안치고 남은 양말 한 짝을 꿰매고 어제 해 먹고 남은 된장국과 애매하게 남아서 냉동실에 얼려 뒀던 된장국을 한데 끓였다. 식사 후에는 남은 일을 마저 했다. 하다 말고, 순전히 일의 타이밍을 맞추기 ― 미루되 너무 미루지는 않기 ― 위해 이른 저녁으로 알리오 올리오를 해 먹었다.

일을 계획대로 마치고 남은 저녁을 허위허위 보낸다. 남은 일은 내일.

1 점심녘, 이라고 붙여 썼다가 뒤늦게 띄었다. 아침녘이나 점심녘은 자연스러운데 저녁녘은 왠지 좀 어색하네, 저녁의 녁이 원래 녘이어서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저녁’의 어원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다. ‘녁’이 방향을 뜻하는 명사인 것은 분명한데, 이것에 선행하는 ‘져’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어떤 사람은 ‘져녁’을 동사 어간 ‘져믈-’ 또는 ‘졈글-’에 ‘녁’이 결합된 ‘졈글녁’이나 ‘져믈녁’이 줄어든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ㅁ글-’과 ‘-믈-’이 생략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해석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한편, ‘져녁’이 ‘뎌녁’으로부터 변했다고 보기도 한다. ‘뎌녁’은 15세기 문헌에서 ‘彼坊’ 즉, ‘저쪽’이라는 ‘공간 개념’으로 쓰였다. ‘공간 개념’이 ‘시간 개념’으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져녁’이 ‘뎌녁’으로부터 나왔다고 볼 수도 있으나 ‘뎌녁’에서 ‘夕’의 의미가 확인되지 않고 ‘져녁’의 이른 시기의 어형이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두 단어 사이의 관계를 섣불리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는 20년 전의 을 찾았다.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단어 중 ‘아침’이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불교 용어에서 전용된 ‘점심’이 그 다음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17세기 이후에 등장한 ‘저녁’이 가장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말로 끝나는 글이다. 그러던 중에 아침 녘, 점심 녘보다 저녁녘이 더 흔히 쓰이는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저녁녘만 등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아침녘도 실려 있다. 점심녘은 두 곳 다 없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저녁이란 단어의 생김새가 낯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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