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며 떠들다가 문득 떠올랐다.
구세대의 사람들이 유신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건 어쩌면, 그 시절을 거치면서 비로소 먹고 살 만하게 되었다거나 하기 때문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저 그 시대만이, 별달리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도 그럴싸한 이름이 주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삶에 명분이 주어지는 흔치 않은 시대 아닌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고생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고생이 무언가 가치있는 것이라는 허상이 주어진 흔치 않은 시대.
그 이름이래봐야 물론 별 것 아니다.
국가 부흥에 복무하는, 산업역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하는, 참전용사.
따위의 것들. 고된 하루하루가 단지 육신을 유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믿음을 줄 수 있었던 이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주었던 유일한 이름, 그런 이름이 있었던 유일한 시기.
자유로운 삶을 얻고 나면, 자신의 존재 가치는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게 된다.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 때를 그리워들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