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1-02.(토-일)

내일부터 일주일가량은 가급적 매일 쓸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가급적 매일, 이 방침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매일을 기록하는 일기는 이사 만 6개월이 되는 날까지만 쓰기로 했다.

2022.01.01.(토)

누워서 두 시간 넘게 딴짓하다 잤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 여덟 시에 일어날 작정이었으나 세 시쯤에 포기하고 예약 메시지를 남겨두었다 ― 현재 시각 새벽 세 시, 이것은 예약 메시지이다, 이것이 간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니 나를 버려라.

열 시 반쯤 깨고 열한 시쯤 하루를 시작했다. 논밭 사이를 한 시간 정도 걷고 식사를 하고 들어오기로, 하였으나 아뿔싸, 마스크를 두고 나가고 말았다. 지퍼를 잠그면 얼굴이 반쯤 가리는 옷이고 어차피 길에 사람도 얼마 없으니 산책은 할 수 있지만 식당에 가는 건 불가능했다. 밥을 할 시간을 벌기 위해 삼십 분 정도만 걷고 귀가했다. 전날 저녁과 같은 메뉴를 해먹었다. 마스크가 없으면 장을 보러 갈 수도 없으니까.

남은 하루의 대부분은 스터디에서 발제할 글을 번역하는 데에 썼다. 마침 책이 끝난 금요일 스터디는 쉬고 화요일 스터디는 계속한다. (친구가) 미리 번역해 둔 것이 쌓여 있어 이 글을 더하면 1월 한 달 동안은 발제 부담은 없이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 겁 없이 끼기로 한 낯선 이들과의 ― 바쁘다고 미루거나 빠질 수 없는 ― 스터디 하나가 아마 1월에 시작될 것 같은데 아직 확정되진 않은 모양이다.

중간에는 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하장을 써 보려 했는데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어느 친구에게 어느 엽서, 그러니까 어떤 그림이 있는 엽서를 쓸지도 정하지 못했다. 이미 해가 바뀌었으니 이건 입춘대길을 기원하는 카드 정도로 여기라, 같은 시답잖은 말만 떠올랐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물론 연하장 같은 게 아니어도 다른 경로로 안부는 늘 확인하고 있다.

저녁에는 마트에 다녀왔다. 500g짜리 된장과 감자 두 알을 샀다. 된장은 일전에 다 먹은 것의 용기를 버리지 않고 두었다. 비닐봉투에 든 리필용을 살 생각이었다. 용기에 든 것보다 오백 원이 채 싸지 않았다. 용기에 든, 천 원 가까이 싼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있었다. 잠시 고민한 끝에 리필용을 샀다. 두 가지가 있었고 그 중 백 원쯤 싼 것을 골랐다. 집에 있는 것이 어느 브랜드인지는 모른다.

2022.01.02.(일)

비슷하게 누워 비슷하게 잠들고 비슷하게 일어났다. 씻고 된장찌개를 끓이기로 마음을 먹고 화장실로 갔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다. 주방도 마찬가지. 날이 추우니 수도를 틀어두란 말을 무시하긴 했지만 더 추웠던 날에도 얼지 않았는데.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곧 알아냈다. 전날 환기를 시키려고 베란다 창을 열어 놓고는 깜빡하고 닫지 않은 것이다. 수도관은 확인할 수 없지만 세탁기 입수관은 고무 호스라 만져 보면 알 수 있다. 이리저리 움직여보니 얼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도관의 일부가 바로 옆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속이 얼어 있을 것이었다.

드라이어로 급히 녹여볼까 하다 기온이 영상인 걸 ― 영상 1도였지만 ― 믿고 잠시 두어 보기로 했다. 베란다 문을 닫고 보일러 설정 온도를 조금 높이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 왔다. 물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한 시간 뒤쯤이었던 것 같다. 주방 수도를 틀어보니 평소보다는 조금 약하게, 물이 나왔다. 화장실 수도 역시 그랬다. 몇 초 후 평소의 수압이 돌아왔다. 주방도 그랬다.

오후에는 짐 정리를 조금 했을 뿐인데 하루가 금세 갔다. 날이 저물어 버렸네. 읽어야 할 논문 몇 편을 찾아 표시해 두고 일주일쯤 밀린 가계부를 정리했다. 올해 지출이 생각보다 ― 그리고 잔고를 토대로 역산하면 나오는 숫자보다 ― 너무 적어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스프레드시트 수식을 허술하게 해 둔 탓이었다. 시트를 여는 날짜를 기준으로 계산되는 항목이 있는데 연도 설정을 하지 않아 2021년 1월 2일 기준으로 엉뚱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날짜가 반영되지 않도록 수식을 고치니 숫자가 맞아 들었다.

2021년에는 생각보다는 더 벌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20년만큼. 그리고는 대강 번 만큼 썼다. 이사다 뭐다 크게 나간 돈이 있는데도 그 정도면 훌륭하지. 스물세 가지 일을 했다. 대부분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거나 강의를 하거나였으니 너댓 가지라고 해도 되지만. 지출은 1899건이었다. 카드 내역상으론 두 개인 것을 하나로 합쳐 적은 경우 ― 커피를 사서 마시다 말고 쿠키를 결제한 경우나 버스 요금과 지하철 요금이 따라 기재되는 후불교통카드 대금 같은 경우 ― 가 있으니 실제론 좀 더 많을 것이다.

2022년 가계부에 쓸 양식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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