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고, 때로 그립다

""저기 저 쩍벌남…이 후보인 친구. 선본 이름은 무려 ‘나는 후보다’

학부 때 동아리에서 연을 맺은, 그래서 졸업할 때까지 같이 운동했던 친구는 여전히 학부에 남아 있다. 인문대와 사회대, 사이에 있는 거라곤 법대 하나뿐인데 그것도 멀다면 먼 거리라 거의 만나지는 못하고, 자보나 포스터들을 통해 안부만 가늠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사회대 학생회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기에, 같이 활동했던, 그리고 지금은 대학원생이 된 다른 친구 하나를 불러다 공개 유세에 지지방문, 아니 구경을 갔다. 두 달 전부터 멀다고 안 가고 있던 사회대 도서관에 들러 책 한 권을 빌리고, 공지된 시각이 10분 넘게 지나도록 유세는 시작하지 않았다.
몇 안 되는 선관위원들, 혹은 그 지인들이 여기저기서 의자며 강연대며를 옮겨 오고서야 유세는 시작되었다. 민중의례―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해 상대 캠프의 유세, 그리고 그 친구의 유세 순으로 진행된 유세에는 한 시간 가량이 걸렸다.
진보 언론 기자 활동을 하고는 있다고 해도 집회보다는 기자 회견에 주로 참석하고, 얼마 전 학교 법인화 반대 집회에 가긴 했었지만 뻘쭘히 서 있다 온 터라 연설과 민중가요가 교차한 그 시간은 꽤나 생경했다.
언제나 그랬듯, 연사는 엄숙하고 청중은 지루했다. 아, 친구가 연설할 땐 친구는 이상하리만치 쾌활했고―그런 주제에 꽤나 버벅거렸지만― 청중은 지루했다.
4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과반 학생회 선거와 총학생회 선거, 두 번의 선거 운동을 경험해 보았는데, 과반 선거 때는 거의 이름만 올려놓고 아무 일도 안 했고 총학생회 선거 때는 골방에서 글만 쓴 터라 운동원들의 마음은 겪어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운동원으로서의 나의 마음도, 그리고 다른 운동원들의 마음도 말이다.
꽤 긴 연설을 듣다가, 괜스레 공약집을 뒤적거리다가, 노래가 흘러나오면 따라 불러 보기도 하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궁금해 하면서. 이들은 어떤 재미를 느끼고 있을지, 어떤 희망을 품고 있을지, 이들은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
무언가가 바뀔 거란 희망을 갖고 운동한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결과야 어떻건,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모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은 적은 종종 있지만 말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후보들과, 그들을 지지하며 모인 운동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때로 그립다, 사람들을 만나고 모으는 데에 희망을 품었던 한 때의 내가.

""

내가 학교에 다녔던 때와 다름 없이, 친구는 바이올린 공연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