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8.(금)

어제는 일기를 쓰고 일을 좀 더 했다. 나가서 담배를 한 개비 더 피웠고 여남은 개비가 남은 담뱃갑을 수퍼 앞 테이블에 두고 들어왔다. 멜라토닌을 먹고 누워 네 시 반쯤 잠들었다.

오늘은 예정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예정대로 보건소에 가서 금연클리닉에 등록했다. 가는 길에 보리밥을 먹었다. 금연클리닉 접수대에 앉아 등록카드를 쓰고 담당자의 질문에 답하다 뒤늦게 알았다. 보건소 ― 보건복지센터, 라는 간판이 달려 있는 곳이고 어쩌면 보건소가 아닐지도 모른다 ― 에서는 금연상담과 금연물품만 제공하고 약을 처방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은단과 껌 따위를 잔뜩 받아들고 안내 받은 내과 중 제일 가까운 곳에 갔다. 초진자용 진료 카드를 써서 내밀자 용무를 물었다. 금연약을 처방 받으러 왔다고 하자 중단되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약품 공급이 중단되었고 재개 안내는 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자세히는 모르는 눈치였다. 우연히 로비로 나온 의사가 제일 흔히 쓰는 약은 회수 조치에 들어갔고 다른 약을 쓸 수는 있지만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많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둘 다 써 본 약이고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했다.

나오는 길에 찾아보니 발암성분 문제가 있어 제약사에서 지난 여름에 리콜 조치가 행해진 모양이었다. 얼마 전에 그 약을 먹고 있다고 한 친구에게 기사 링크를 보내주었다. 잡화점에 들러 이것저것을 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잠깐 고민을 하고는 결국 담배를 샀다. 평소에 피우던 것이 없어 같은 브랜드의 다른 것으로 받아 들었다. 집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 이사 초기에 자주 갔던 곳이다. 당시엔 일찍 일어났고, 요즘 자주 가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카페는 그 시간엔 문을 열지 않았더랬다.

한 시간 정도 앉아 글을 읽다 딴짓을 하다 했다. 자리에 앉고 잠시 후 누군가 들어 왔다. 새된 목소리로 케이크와 커피의 가격을 묻더니 케이크를 포장해 달라고 했다. 뒤에 앉아 무언가 먹기 시작했다. 역시 새된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만나러 갈 테니 주소를 불러달라고 하고는 점원에게 주소를 받아 적어 달라며 전화기를 넘겼다. 그는 잘 못 알아 듣겠다며 문자로 주시면 안 되겠냐고 물었지만 여의치 않았는지 결국 종이에 받아 쓰는 듯했다.

이번에는 택시를 불러 달라고 했다. 점원은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잠시 후 택시 불렀냐고 다시 묻자 화가 난 목소리로 제가 택시를 왜 부르냐고 쏘아 붙였다. 잠시 승강이를 벌이더니 무어라 구시렁대고는 전화로 택시를 불러 주었다. 택시를 청한 이는 여전히 새된 목소리라 짜증을 내거나 막무가내로 조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지만 실상 내용은 정중했다. 멀리서 와서 (어딘가 지명을 말했다) 잘 모른다고, 좀 불러달라고. 점원은 오기로 한 택시 번호를 알려주더니 이내 밖으로 나가 거리를 내다 보았고 택시가 왔다가 살뜰히 안내했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몸짓이었지만.

집에 와서는 친구와 스터디. 늦잠을 자놓고는 금연클리닉을 포기하지 않고 두어 시간 미루어 둔 차였다. 이번 주 발제는 친구가 맡았으므로 따로 준비는 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글 여럿이 그런데, 재밌지만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많았다. 파편적인 형식의 글이라 더 그랬다. 두 시간 반 남짓 했다. 마치고는 저녁으로 옹심이 칼국수. 자주 먹는다. 오늘은 홍어무침도 시켰다.

집에 와서는 글을 마저 읽었다. 몇 쪽 되지도 않는 것을 한 주 내내 읽었고, 드디어 마쳤다. 그래 봐야 단행본의 서문이므로 제대로 하자면 몇백 쪽이 남았지만 아마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여름에 본 전시 감상문을 쓰다 산책을 나섰다. 그네가 많은 공원까지 다녀 왔다. 늦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비가 내리다 말다 한 덕으로, 산책로 내내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다. 오는 길에는 이런저런 노래를 부르며 걸었다.

집에 돌아와 사과를 먹고 씻고 감상문을 마저 썼다.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다. 자리에 누워 십 분 가량 말똥거리다 거실로 나와 멜라토닌 한 알을 삼키고 앉아 일기를 쓴다. 지금 시각은 세 시 십사 분. 다시 누울 것이다.


잡화점에서 산 물건 중에 실리콘이 있다. 이사 오고 세 달 내내 신경쓰였던, 싱크대 한쪽의 ― 락스를 부어 한참을 두어도 사라지지 않은 검은 얼룩이 있는 ― 실리콘을 긁어내고 새로 발랐다. 이제 하얗다.


역시 이사 오고 세 달 내내 신경쓰였던, 카메라 두 개를 찾았다. 거기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해 열어보지 않은 (원래 다른 카메라의 것인) 상자 속에서. 쓰는 것도 비싼 것도 아니어서 사라진 것 자체는 별 문제 아니었지만 카메라 두 개만 사라진 것인지 (그렇다면 어쩌다 그랬는지 ― 내가 버려 놓고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 아닌지) 아니면 카메라가 든 상자 하나가 통째로 없어진 것인지 (그 상자에 들어 있었을 짐작조차 못할 물건들 중에 잊고 있는 소중한 것이 있지는 않은지) 알 수 없는 것이 애탔다. 짐을 싸고 옮기는 것 모두 남의 손을 빌렸으므로 후자라면 도리 없이 남을 의심해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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