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8-30.(화-목)
기억이 별로 안 나는데 카드 결제 내역조차 많지 않아서 짐작도 어렵다. 28, 29일엔 느리게 일했을 것이다. 28일 밤에는 급한 일이 생겨 택시를 타고 시내 변두리를 다녀 왔다. 29일 점심엔 옹심이칼국수를 먹었다. 29일까지 끝내고 싶었던 일은 30일 아침저녁으로 더 해야 끝날 만큼이 남았다.
그래서 30일엔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느지막히 집을 나서 시내에서 보리밥을 먹었다. 보리 없이 흰쌀로만 지은 밥. 보리밥이 흔히 그렇듯 여러 나물이 나오고, 대개 비벼 먹는 그 밥. 아무래도 이 식당은 보리를 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다른 보리밥집은 멀쩡히 보리밥을 파는 걸 보면 수급에 절대적인 차질이 있거나 한 건 아닐 테니 아마도 의지의 문제일 것이다. 아마도 주인인 듯한 사람은 일하기 피곤하지만 어쩌겠어 그래도 해야지, 하는 표정이 아니라 일을 그만 둘 의지조차 없어 그냥 하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문을 받고 밥을 내어 오고 결제를 한다.
프랜차이즈 도넛집에서 도넛을 사서 입에 물고 터미널까지 걸었다. 서울행. 버스에서는 휴대전화로 택배를 신청했다. 모처에서 귤을 보내 주셨는데 하필 때가 맞지 않아 며칠 집을 비우는 사이에 도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송장이 붙은 채로 현관 앞에 놓여 있을 상자를 그대로 집어다 보내달라고 적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떠오른, 오전에 한 일 하나는 택배 수령지를 바꿀 방법을 찾는 문의 전화 걸기다. 수신자 이름으로 내 법적 이름이 아닌 것이 적혀 있어 본인 확인이 불가능해 수령지 변경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신규 접수를 하게 된 것이다. 비용은 네 배쯤 차이가 났다.
서울에서는 춤추는허리 워크숍 마지막 회차를 진행했다. 매번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송구했는데 이번엔 더더욱 그랬다. 죄송하다는 말로 워크숍을 마칠 판이었으나 덕담들을 해주셔서, 그랬다면 다행이라는 말로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는 30분 정도 거리에 잡아 둔 숙소로 이동. 근처를 한 바퀴 돌았으나 먹을 것이 없어 결국 순대국을 먹었다. 왜인지 이미 늦은 시각이 되어버렸고, 아침에 한 정도만, 그러니까 아주 약간만 일했다.
2021.10.01-03.(금-일)
1일 오전, 체크아웃 시각을 조금 남겨 두고 숙소를 나왔다. 시청 인근에 있는 사진관에 들러 필름을 맡겼다. 지난번에 맡긴 필름을 찾았다. 지난번에 못 간 깡장집이라는 데서 깡장밥을 먹었다. 덕수궁에 들어가 잠깐 시간을 보낸 후 서울역으로 이동. 고향집 근처 역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다섯 시간 거리다. 기차를 내려 아버지 차로 집에 도착한 것이 일곱 시 반쯤. 저녁을 먹고 가족과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잤다.
2일 낮에 몇 시간을 들여 드디어 일을 마쳤다. 주말이므로 담당자는 보지 않겠지만, 몇 가지 오류를 고친 후 곧장 송고했다. 오후엔 산책. 동생이 준 카메라 ― 하프프레임 SLR ― 를 들고 나갔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지는 않았지만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일찍 누웠지만 친구랑 수다를 떨다 새벽 두어 시쯤 잠들었다.
3일은 낮에 산책했다. 전날 맨발로 낡은 ― 헤진 천 사이로 역시 삭아 부러진 플라스틱 내장재가 튀어나온 ― 신을 신고 걸었더니 피부가 좀 까져서, 발목이 낮은 다른 신발을 신었다. 전날보다 오래, 면소재지까지 걸었다. 이날도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오후 늦게부턴 원래는 전날 보낼 생각이었던, 이날 마감인 원고를 썼다.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정도 더 써서 송고했다. 역시 일찍 누웠다가 두어 시까지 친구랑 수다를 떨었다. 그러고도 잠이 들지 않았다. 다섯 시가 지나서야 겨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