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코로나 백신 맞았다. 원랜 9월 3일로 예약했다가 일정이 있는 게 생각나서 취소하고는 다시 예약한 날짜다. 사이엔 일이 많아서 혹시라도 몸살이 나면 안 될 시기라 느지막히. 3일 일정은 취소돼 버렸으므로 괜히 늦게 맞은 셈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시내 개인 의원에서 맞았다. 열한 시로 예약했고 열 시 사십 분 조금 지나 도착. 집을 나섰다가 신분증을 두고 나온 게 생각나서 얼른 다시 들어가 챙겼는데 확인하지는 않았다. 내원객이 꽤 있어서 열한 시가 좀 지나서야 맞을 수 있었다. 데스크의 간호사 둘 중 하나는 마스크를 내려 코를 내놓고 있었다.
의사는 예진을 설렁설렁하는 느낌이었다. 딱히 정말로 그랬던 건 아니지만. 서식에 적혀 있는 항목은 빼지 않고 확인했다. 전날 밤과 아침에 콧물이 좀 났는데 건조해서 잠깐 그랬던 건지 지금은 괜찮다, 고 답했더니 “콧물”이라고 적고는 뒤에 조금 작은 글씨로 “경미한”이라고 덧붙였다. 경미함, 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보였다.
열이 나지만 않으면 맞을 수 있어요, 그래서 놔 드릴 겁니다. 이 말이 왠지 못 미더웠다. 체온은 36.8도가 나왔다. 주사는 금세 맞았다. 독감 백신보다 용량이 적어 보였다. 급성 반응 확인을 위해 밖에서 15분을 대기했다. 어느 케이블 채널에서 《인간극장》을 재방송하고 있었다. 19세에 아빠가 된 이와 그의 아버지가 주인공인, ‘아빠와 아버지’였나 ‘아버지와 아빠’였나 하는 회차였다. 찾아보니 2011년에 방송된 것이었다.
나와서는 보리밥집에 갔다. 늘 보리밥은 없다는 그 보리밥집. 묵보리밥, 이란 걸 시켰고 쌀밥에 도토리묵과 야채 몇 가지를 올린 비빔밥을 받았다. 그리고는 카페에서 일했다. 몇 시간 후 일어나 마트에서 장보기. 뭘 샀더라. 시리얼과 요거트, 샐러드용 야채팩, 두부, 김치. 샤워기 필터도 사려 했는데 없었다. 같이 사려 했던 잡화 몇 가지는 있었지만 미루기로 했다.
나오니 비가 날렸다. 버스 정류장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버스는 오기 한참 전.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으므로 집까지 걸었다. 저녁은 된장찌개를 해 먹을 요량이었으나 감자가 없단 걸 깨달았고 밍기적거리다 보니 시간이 좀 늦어졌으므로, 무엇보다도 귀찮았으므로, 피자를 시켜 먹었다. 그리고는 산책을 했을까, 산책은 그다음 날 했을까. 일을 좀 더 하고 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