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부음에 부쳐

2009년 김대중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소규모 언론사였고 데스크의 개입이 거의 없는 곳이었는데, 아마 그때가 유일하게 특정 기사 작성을 요구 받은 때였던 것 같다. 별 건 아니었고, 김대중의 일대기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내게는 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가 대통령직을 맡았던 시기의 나는 정치 같은 데엔 관심이 없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그의 삶에 […]

마포대교의 추억

어제는 모 작가님의 곧 공개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배경 삼을 곳으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고르라고 하셨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자주 모여 놀고 회의를 했던 친구네 집은 친구의 유학과 함께 사라졌고, 다른 좋아했던 몇몇 장소들도 그곳에서 시간을 공유했던 이들과의 관계가 끊어지면서 잘 찾지 않게 되었다. 뒤늦게 고민을 시작했는데, 착각해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아닌 내게 의미 있는 장소를 […]

부역자와 피해자

부역자라는 말이 떠돈다. 사전적으로야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각자에게서 국가는 다른 상으로 그려지므로, 반동적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에 가담한 이들을 가리키는 데에 더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어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부역자 여성’을 이야기하자면 이런 식이다. 남성과 결혼하(고 심지어 남아 ― “한남유충”! ― 를 키우)는 가부장제에의 부역자, 남성을 상대로 성판매를 하는 […]

페미니스트의 용기

페이스북페이지 “경계없는 페미니즘”에 게시함(열기). * 몇 년 전의 일이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팔을 뻗어 길을 막았다. 그는 남성으로 보였고, 덩치가 컸고, 옷이 더러웠으며, 말을 더듬었다. 이런 흔한 표지들 앞에서 나는 긴장했다. 그는 그 팔을 움직여 나를 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를 자세히 살핀 것은 그 다음 순간의 일이다. 옷에 묻은 것은 물감이나 페인트 쯤 […]

창틀과 벽지와 장판이 깨끗한 집

창틀과 벽지와 장판이 깨끗한 집, 은 아마도 처음이다. 벽지나 장판을 새로 한지 얼마 안 된 집에 들어간 적은 있었던 것도 같지만 창틀은 늘 낡은 것이었다. 오래 전 여섯 살 때쯤 새로 지어 이사 간 집은 모든 것이 깨끗했겠지만 기억 속에 없으므로, 이것은 나의 처음이다. 이사 갈 집을 정하고 계약금을 보냈다. 집주인은 오늘 밤에 귀국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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