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Yara Asi, Rania Muhareb, Osama Tanous, Weeam Hammoudeh, David Mills, Bram Wispelwey, “Health Sciences and Genocide Prevention in Gaza and Beyond,” Al-Shabaka, 2026.09.06.
* 아래에서 “보건”과 “건강”은 모두 health를 옮긴 것이다.
* “집단살해”의 원어는 genocide로, 이 사이트의 다른 글들에서는 대개 “인종학살”로 옮겼다.
목차
요약
집단살해는 직접적으로든 한 집단의 파괴를 초래하도록 설계된 상황들을 만들어 냄으로써든 생명과 건강에 고의적이고 예상가능한 위협을 가한다. 그런데도 보건학은 — 생명, 건강, 안전에의 위협을 이해하고 경감시키는 것이 주된 임무인데도 — 집단살해를 판단하고 조기에 식별하고 잠재적으로 저지하는 데 있어 여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
본 정책 브리핑은 공중 보건 관점이 집단살해가 건강에 가하는 장단기적 후과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내용조직 및 설명 구조를 제공함을 주장한다. 집단살해가 미치는 영향과 그 증거를 기록하는 데에서부터 집단살해 위험성을 예측하는 데까지, 보건학은 집단살해 연구에 체계적으로 기여하고 법적 주장, 여론, 정치적 행동에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기여들은 나아가 집단살해를 방지하고 기록하고 기소하고 처벌하기 위한 노력들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권고
공중보건 현장 종사자, 학자, 인도주의 단체들
- 집단살해 및 집단살해 위험도에 관한 공중 보건 관련 증거를 수집·구축하라. 사망, 부상·질환, 강제 이주, 식량 부족, 보건의료 기반구조에 관란 자료의 체계적 수집, 검증, 분석을 강화하라.
- 구조적 건강 결정 요인 — 박탈, 강제 이주, 보건의료 체계 파괴, 필수 물자 제한 등 — 을 활용해 집단살해 및 집단살해가 가하는 위험과 상통하는 패턴들을 확인하고 기록하라.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법적, 경제적 구조들이 어떻게 인구 수준의 위해를 구조화하고 집단살해 과정에 기여하는지를 살펴보라.
- 여러 인구집단과 장기간에 걸치는 집단살해의 규모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론을 개발하라. 초과 사망,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장기적 영향, 장애, 강제 이주, 여러 세대에 걸친 영향을 비롯한 직간접적 위해를 밝히라. 정책, 실행 패턴, 공식 발표, 표적 집단에 누적되는 영향을 분석해 집단살해 의도 문제와 관련되는 증거를 구축하는 방법론들을 우선 순위로 삼으라.
정부, 공중보건 기구, 시민 사회, 학술 기관, 전문지
- 집단살해를 조직화된 제도적 조치가 필요한 공중보건 위기로 인정하라. 집단살해 및 대규모 잔혹범죄와 관련되는 보건에 대한 심각한 결과들과 법적 의무들을 인식하라. 그와 같은 인정이 옹호, 기록, 방지 활동으로 이어지고 국제 사회의 법적 책무를 뒷받침할 수 있게 하라
- 국제법과 윤리적 의무에 의거해 기관을 운영하라. 기관의 관계, 정책, 관행, 투자가 집단살해를 방지하고 처벌할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기관의 강령과 법적 책임에 부합하는 — 국가 제제, 투자 철회 조치, 보이콧, 여타 제도적 책무 이행 등의 —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
집단살해 방지·조사·종식의 임무를 맡은 기구들
- 집단살해 위험도 및 의도를 평가할 때 공중보건 증거를 포함하라. 구조적 위험 인자, 박탈 및 인구 수준 위해 패턴, 예상가능한 보건 관련 영향, 정책, 수행 패턴, 공식 발표, 표적 집단에 누적되는 영향을 토대로 집단살해적 폭력의 조기 식별, 조사, 방지를 뒷받침하라.
- 법적 조치, 조사, 책임 규명 과정에 공중보건 자료를 포함하라. 사망, 부상·질환, 장애, 강제 이주, 식량 부족, 보건의료 기반구조, 여타 보건 결정 요소에 관한 증거 자료를 구축하고 ICC[국제형사재판소], 제3국 법정, 국제사법재판소 등에서의 개인의 형사 책임 및 국가의 책임에 대한 판결을 뒷받침하라.
서론
집단살해는 가해자가 인구집단의 건강과 안녕에 해로운 영향을 가해 한 집단을 파괴하는 제거 과정process이다. 1948년 집단살해 협약의 Ⅱ조 ⒞항은 “[한] 집단에 그 육체적 파괴를 초래하도록 계산된 생활 조건을 고의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전체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국가/민족national, 종족ethnic, 인종, 종교를 이유로 해당 집단을 파괴할 목적으로 자행되는” 집단살해 행위로 분명히 규정한다.[역주1] 가자에서는 인구집단의 건강이 — 봉쇄전과 굶기기에서부터 보건의료 체계의 대대적 파괴에 이르는 — 이스라엘 집단살해적 정책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 집단살해에 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함에도 여전히 집단살해 연구에 대한 보건학의 기여는 제한적이다.
공중보건 및 의료 분야의 많은 협회나 전문지가 침묵을 지키거나 가자 집단살해의 인도적, 정치적 현실을 축소하는 거짓 서사들을 퍼뜨린다. 이스라엘 체제의 행위를 정당한 자기방어로 말함으로써 비호하는 경우도 있다. 몇몇 의학지에서는 병원 폭격을 무조건적으로 규탄 받아야 할 일로 여기지 않고 — “병원 방패” 혐의를 들어 민간인 공격을 정당화하면서 — 논쟁이 필요한 사안으로 제시하는 논문이나 논평을 실었다. 전반적으로, 보건학 분야의 연구는 작금의 집단살해에 대한 개입이나 방지를 주장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 심각성을 인정하지조차 않으려 하는 학계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본 정책 브리핑은 건강 행동, 정책, 체제, 결과에 대한 연구를 포괄하는 학문인 보건학에 집단살해의 방지, 기소, 처벌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할 임무가 있음을 주장한다. 첫째로는 건강과 집단살해의 관계를, 특히 정착자 식민주의의 맥락에서, 검토한다. 그런 다음 “집단살해의 기술”로서의 보건 표적 공격을 맥락 속에서 살피고, 별개 같아 보이는 여러 맥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보건학이 법적 책임 규명 과정, 여론 형성, 결집에 필요한 증거와 통찰을 생산함으로써 집단살해 연구에 기여하고 집단살해를 비롯한 [전쟁범죄, 반인도범죄, 종족청소 등] 잔혹범죄의 위험을 예측함으로써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확인한다.
보건과 정착자 식민 집단살해
집단살해는 대량 살해뿐만 아니라 집단의 생존에 필요한 조건들,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들의 파괴를 통해서도 행해진다. 집단살해라는 용어는 1944년에 폴란드 유대인 변호사 라파엘 렘킨Raphaël Lemkin이 만들었다. 그는 집단살해를 “대상 집단 자체를 절멸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국가/민족 집단의 삶에 필수적인 기반의 파괴”를 수반하는 것으로 보았다. 렘킨에게 건강 파괴는 집단살해에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집단 파괴 “기술”의 하나였다. 그가 주장하기로, 집단살해의 목적은 “국가/민족 집단의 정치적·사회적 제도, 문화, 언어, 국민national 감정, 종교, 경제적 실존을 해체하고 그 집단에 속하는 개개인의 개인적 안전, 해방, 건강, 존엄, 심지어는 목숨을 파괴하는 것”이다.
파괴와 대체 — 렘킨이 말하는 집단살해의 두 단계 — 는 패트릭 울프Patrick Wolfe가 정의하는 정착자 식민주의의 원주민 제거 논리에 부합한다. 실제로, 집단살해는 지난 다섯 세기 동안 정착자-식민적 제거에서 반복되어 온 전술이다. 표적이 된 집단의 생존 역량은 종종 집단살해 학자 헬렌 페인Helen Fein이 소모에 의한 집단살해라 개념화한 과정 —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의 박탈, 그에 따른 대규모 죽음의 초래” — 을 통해 약화되곤 한다. 그녀의 정식은 나아가 보건에의 공격이 그저 집단살해의 결과가 아니라 그 기술들 중 하나를 구성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선주민족들의 제거를 둘러싼 이론들은 정착자 사회에서 19세기에 일찌감치 개진되었다. 독일의 지리학자·동물학자 프리드리히 라첼Friedrich Ratzel은 지배적인 인간종이 다른 존재들을 희생시키면서 영토와 먹을 것을 찾아 세를 넓히는 것을 본능으로 여겼으며 레벤스라움lebensraum(생활 공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이를 설명했다. 라첼은 북미의 정착자-식민 전선을 살펴 본 후 레벤스라움을 위한 투쟁은 절멸의 투쟁이라는 — 그리고 그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기존 인구집단을 쫓아내고 한곳에 몰아넣고 먹고 마실 것을 구할 수 없도록 제약하는 것이라는 — 결론을 내렸다. 표적이 된 인구집단들은 이런 식으로 — 직접적인 살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 수없이 목숨을 잃었다.
집단살해를 이렇게 이해하면, 집단살해를 범하는 데 있어서나 그에 저항하고 집단살해를 기록, 궁극적으로 방지하는 데 있어서나 모두 건강과 보건의료가 핵심이 되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이어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보건의료 체계 파괴는 그 극명한 사례다. 국제연합의 1967년에점령당한팔레스타인영토인권상황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Francesca Albanese는 가자의 병원들을 파괴하는 일은 “병원이 수천 명의 부상자와 피신처를 찾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사회적 생존의 허브로 기능함을 무시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집단살해 논리에 기여함을 밝혔다. 그녀는 또한 가자 집단살해가 “긴 세월 계속된, — 인구학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 하나의 집단으로서의 팔레스타인 민족을 질식시켜 … 그들을 몰아내고 그들의 땅과 자원을 몰수, 통제하려 하는, 정착자 식민적 제거 과정이 고조된 단계”의 일환임을 분명히 했다. 그녀의 논의대로, 집단살해는 하나의 과정으로, 팔레스타인의 경우에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유구한 의료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비롯한, 한 세 기에 걸친 시온주의 정착자 식민주의의 정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스라엘 체제가 2007년에 불법적으로 가자 봉쇄를 강화하기 전에, 울프는 정착자 식민주의가 집단살해 위험도의 지표로 쓰일 수 있으며 따라서 집단살해를 예측하고 방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서안과 가자의 여건이 이미 합중국의 원주민보호구역reservation이나 바르샤바 게토에 맞먹는 수준임을 확인했다. 이 같은 예측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울프는, 집단살해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정착자 식민주의가 심화되는 상황들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적었다. 거의 스무 해 전에 팔레스타인인들의 상황을 “불길한 사례”로 설명한 그는, 정착자 식민 분석의 예측적, 예방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예견했다. 건강 결정요인으로서의 정착자 식민주의는 주요 집단살해 위험요소에 해당한다. 정착자 식민주의를 공중보건 분석틀로 쓰는 것은 우리가 장기간에 걸쳐 선주민족들을 제거, 추방, 격리하는 데 쓰이는, 끝없이 진화하는 도구들과 기술들을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단살해 기술로서의 보건 표적공격
2025년 9월, 독립국제조사위원회에서는 이스라엘 체제의 “체계적이고 완전한 가자 보건의료 체계 파괴, 봉쇄에 따른 의료 필수재 박탈, 의료적으로 시급한 필요가 있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의료 출국 비자 발급 거부는 가자 팔레스타인인들이 치료하고 회복하고 살아갈 역량과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그들을 파괴하려는 의도의 일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스라엘 관료들은 이에 더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비인간화하고 폭력과 집단살해를 선동하는 수백 건의 성명을 냈다. 실제로, 이스라엘 체제가 다른 집단살해 체제들이 써온 폭력의 패턴들을 통해 팔레스타인 보건을 파괴한다는 증거가 폭넓게 기록되어 있다.
독일은 1904년부터 1908년 사이 남서아프리카(현재의 나미비아)에서 헤레로족과 나마족을 집단살해하면서 물을 무기로 썼다. 일반적으로 20세기 최초의 정착자 식민 기획과 연계된 집단살해로 여겨지는 이 시기에 독일 병사들은 “절멸 전략의 일환으로” 우물들을 장악했다.
터키가 아르메니아인을 집단살해한 기간(1915-1923) 내내, 아르메니아인들은 “총살, 의학적 살인, 의학 실험 등”을 통해 대규모로 이주, 살해 당했다. 터키의 의사들은 병원이나 학교에서 아동들에게 독을 주입하고 아르메니아 환자들을 상대로 “티푸스 혈청 실험”을 진행했으며, 체계적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표적으로 삼았다.
홀로코스트는 — 후일 뉘른베르크 의사 재판을 통해 드러난 — 의학계의 체계적 공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렘킨은 나치 집단살해 체제가 유럽 점령지에서 여러 집단을 육체적으로 파괴한 세 가지 “육체적 기술들”을 밝혔다 — 바로 대량 살해, 식량 접근성 인종 차별, 그리고 건강에 대한 위험 초래이다. 이 중 세 번째는 의약품과 연료에의 접근성을 비롯한 “건강과 생명을 보전하기 위한 필수재”의 박탈과 질병이 번지기 쉬운 등 건강에 해로운 조건의 조성을 수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 속에서 의료 윤리의 원칙을 천명한 1947년 뉘른베르크 강령과 1948년 제네바 선언, 집단살해 방지와 처벌을 위한 1948년 집단살해 협약, 군사 점령을 포함해 무력 분쟁 시 보건의료 보호 조항을 담은 1949년 제네바 협약이 채택되었다.[역주2] 이런 규범들, 의무들의 명문화에도 불구하고 집단살해 과정은 20세기, 21세기 내내 이어지고 있다.
병원과 보건의료 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꾸준히 반복되었고, 1994년 르완다 집단살해 때에도 대부분의 병의원이 피해를 입었으며 보건의료 노동자의 80%가 살해 당하거나 강제로 쫓겨났다. 인권을위한의사모임Physicians for Human Rights (UK)에서는 “[민간인들이] 의료 기관은 안전하다는 그럴 듯하지만 대개 틀린 인식”을 갖고 있기에 의료 시설들이 고의적으로 표적이 됨을 확인했다. 또한 “앞선 학살에서 살아남은 부상자들이 병원에 모이면 간편하게 찾아내어 살해하는 것[이] 일을 완수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서]” 집단살해의 기술에 포함됨을 확인했다. “환자들을 넘겨주기를 거부”하고 저항한 의사들은, 대부분, 살해 당했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보스니아 세르비아군은 집단살해 당시 인구집단의 건강을, 그리고 집단적 생존 조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들은 고의적으로 병원을 공격하고 체계적으로 강간을 저지르고 도시들을 봉쇄했다. 사라예보 포위전에는 “사람들이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위한 … 식량 접근 차단과 단수”가 수반되었다.
다르푸르에서는 2004년에 이미 의료인들이 식량·물 제한, “체계적인 표적 공격, 대대적인 생계 파괴 … 조직적인 구호 방해, 위험 요소에의 노출이나 질병으로 사망하기 쉬운 조건의 고의적 조성”을 들어 집단살해를 경고했다. 다르푸르의 상황은 2005년에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ICC)에서 당시 수단 대통령 오마르 알-바시르의 혐의를 다루면서 다른 여러 범죄와 함께 세 건의 집단살해로 언급되었다.[역주3]
과거와 현재의 여러 집단살해에 각각 특수한 맥락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가해 행위들은 일관된 흐름을 보인다 —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 제약 혹은 노골적인 파괴는 그저 집단살해의 의도치 않은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이면서도 사람들을 파괴하는 목적적인 행위이다. 시안 퍼사드Sian Persad와 청 쉬Cheng Xu는 “대상 집단의 충분한 식량과 깨끗한 식수, 위생, 기타 필수 보건 서비스에의 접근이 제한되거나 완전히 차단되는 일은 기록된 집단살해 사례 거의 전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희생자들은 가스실이나 대규모 학살장으로 끌려갈 뿐 아니라 고의적으로 가해진, 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던 조건에 처한 채 긴 시간에 걸쳐 무수히 죽도록 내버려진다”고 주장한다.
이런 잔혹범죄 앞에서 공중보건 현장 종사자들, 연구자들은 직후에건 수 년, 수십 년 후에건 집단살해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기록한다. 르완다 공중 보건 연구는 집단살해의 정신적 피해가 생존자와 그 2세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이어짐을 보여주었으며, 더 넓은 여러 맥락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집단살해 생존자들이 인지증 위험이 높음을 밝혔다. 전前 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는 생존자 임상 분석을 통해 특정 전염병 및 심장 질환의 유병률이 높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집단살해 연구에 대한 보건학의 기여는 이런 결과들을 회고적으로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구 수준에서의 위해 패턴들, 그것들을 낳는 구조적 조건들을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집단살해 연구에서 보건학의 역할
집단살해에 대한 공중보건 관점을 시급히 도입하고 “가해자가 파괴를 설계할 때 보건과 역학의 수사가 여전히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관점은 [집단살해 연구에] 표적이 된 집단의 일평생에,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지연된 건강 상의 결과들을 포함할 수 있게 해준다. 구조적인 건강 결정인자들을 고려하는 공중보건 접근법은 집단살해를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과정으로, 강제 이주, 토지 수탈, 개인적·대대적 폭력, 박탈 등 다양한 행위를 아우르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또한 억압적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 또한 그저 집단살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를 시도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 — 생존자들을 위한 정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차원임을 인지한다.
예상가능성: 실제 위해와 집단살해 의도
인종학살이 건강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사망과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위해다.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가자에서는 집단살해가 시작된 후 최대 10%에 이르는 인구가 살해, 부상 당하거나 실종되었다. 기대수명은 여성은 약 77.4세에서 47.5세로, 남성은 73.7세에서 35.6세로 낮아진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이스라엘 체제는 육체적 장애화와 손상을 집단살해 전술로 활용한다.[역주4] 부상자 추정치는 직접 위해에 대한 대략적인 역학적 이해를 제공하지만 부상의 복잡도나 범위, 그에 따른 미래의 사망, 질병, 장애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집단살해의 위해와 결정적 의도의 실제 폭을 이해하는 데에는 보건학 방법론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바들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압궤 부상이나 탄환 관통상에 수반되는 복합 골절에 장기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려면 다양한 세부전공의 의료진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런 부상은 감염 및 기타 합병증, 만성 통증, 심리적·감정적 트라우마의 위험이 높다. 가자에서는 보건의료 제공자들이 이스라엘이 집단살해를 계속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부상들의 범위와 규모를 기록하고 증언하고 있다 — 그 중에는 저격수가 아동을 표적공격한다는 X선 사진 자료와 집단살해를 저지르는 데 쓰이는 전술이나 무기에 대한 핵심적인 통찰들도 있다. 부상, 장애화, 미래의 집중적인 의료적 필요는, 사용된 군사 전술이나 무기를 토대로만이 아니라 또한 의료 및 공중 보건 분야에 이미 축적되어 있는 증거들을 토대로도, 종종 예측가능하다. 폭력의 예상가능한, 혹은 심지어는 필연적인 건강 관련 결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건학은 집단살해 의도를 확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특유의 위치를 점한다.
개인의 건강과 공동체의 건강 모두 의료 접근성 뿐만 아니라 건강에 우호적인 사회적, 구조적 결정인자들을 필요로 한다. 가자 집단살해가 계속되는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반시설 —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 보건의료 및 교육 기관, 위생 시설, 임시 거처 등 — 이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파괴되고 있으며, 이는 건강과 관련해 집단살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분명한 사례로 전염병 확산이 있다. 2023년 10월 이전에 아동 백신 접종률이 99%였던 가자에서 폴리오가 발생한 것은 공중보건 서비스 파괴가 어떻게 질병이 ― 이미 확립되어 있는 질병 예방 지식을 통해 전적으로 예상가능한 방식으로 ― 퍼지기 좋은 조건을 조성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동 수막염 발생 역시 공중보건 기반시설 파괴, 대규모 추방, 기아 관련 영양실조에 따른, 예측가능한 결과다.
길랭-바레 증후군(GBS) — 마비를 초래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성 질환 — 또한 분쟁 지역에서의 전염병 발생과 연관된다. 총괄적인 감시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GBS 사례가 무더기로 나온다는 것은, 가자에서 목도된 대로, 전염병 전파가 확대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인구 건강에 인구 건강에 독성 무기가 미치는 예상가능한 영향, 그리고 농지, 생태계, 환경 파괴가 가하는 타격은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육체를 파괴할 목적으로 의도된 생활조건”의 부과의 집단살해 의도를 평가하는 데 쓸 수 있는 더 많은 증거를 제공한다. 공중보건 연구는 집단살해적[즉 집단살해 과정에 해당하는] 폭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는 데에 핵심적이며, 여러 영역에 걸쳐 그것을 기록, 분석할 뿐더러 그 은폐를 목적으로 유포되는 허위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다.
이스라엘 체제와 그 동맹들은 가자 보건부에서 발표한 — 많은 수의 팔레스타인인이 죽었을 뿐 아니라 상당수의 여성과 아동이 살해 당했음을 드러낸, 무차별적 폭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 사상자 수에 재빨리 정확성 문제를 제기했다. 2023년 12월에 《랜싯》에 실린 한 논평은 지난 역사 동안 보건부 사망률 자료가 정확했음을 강조했고 2024년 1월에 실린 다른 연구도 이를 확인했다. 2025년 2월에는 《랜싯》에서 보건부 병원 자료와 설문,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올라 온 추모글들을 토대로 가자 사망자 수에 대한 더 정확한 추정치를 산출했다. 연구자들은 외상 관련 사망자 수만 해도 보건부에서 발표한 수치보다 40% 높을 수 있음을 발견했으며,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집단살해적 폭력의 규모에 대한 추가적인 통찰을 제시했다.
적응형adaptive 학제적 방법론 활용하기
가자는 종종 세계 최초의 생중계되는 집단살해로 이야기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 이스라엘 체제는 27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언론인, 1,500명이 넘는 보건의료 노동자를 살해하거나 불구로 만들었으며, 해외 언론의 가자 진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공중보건 연구자들은, 의사나 공중보건 종사자들의 개인적인 설명이나 경험에 머물지 않고, 적응적 방법들을 사용해 작금의 집단살해를 기록해 왔다.
공중보건이라는 분야는 다양한 자료 수집, 분석 방법을 이용해 인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을 조사한다. 이스라엘 체제가 불법 봉쇄를 강화해 가자에의 접근을 제한하자 연구자들은 다른 분쟁 지역에서 군사 파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 쓰이는 방법들을 조정해adapt 가자에 적용했다. 위성 이미지, 지도, GPS 등의 자료를 이용해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지리공간적 방법도 그에 속한다.
여러 단체가 그런 지리공간적 방법들을 이용해 물, 위생, 교육, 보건의료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의 파괴를 기록한다. 위성 자료를 추론통계와 결합한 한 연구는 피해가 무작위적으로 산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 건강, 교육 관련 기반시설 인근에 집중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 국제 인도주의 법의 보호를 받는 기반기설을 피해 설계된 군사 작전 수행 중에 우연히 발생한 피해라고 보기는 어려운 패턴이다. 연구자들은 또한, 잘 기록되어 있는 병원 직접 공격 뿐만 아니라, 위성 이미지를 이용해 병원에 포탄이 떨어진 자리 근처를 분석하고 해당 위치가 폭발의 “죽음과 파괴” 범위에 들어가는지를 평제2조 “본 협약에서 집단살해라 함은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행하여진 이하의 행위를 말한다.
(가) 집단의 구성원을 살해하는 것
(나) 집단의 구성원에 대하여 중대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것
(다)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육체적 파괴를 초래할 목적으로 의도된 생활조건을 집단에게 고의로 부과하는 것
(라) 집단 내 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도된 조치를 부과하는 것
(마) 집단 내의 아동을 강제적으로 타 집단으로 이동시키는 것
가하기도 한다.
수천 건의 기반시설 공격, 살해, 대량학살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집단살해적 폭력의 패턴을 확정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제공함으로써 개별적인 혹은 우발적인 위해와 체계적인 파괴를 구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런 견지에서 포렌식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는 보건의료 노동자, 의료 기반시설, 팔레스타인인들의 건강 및 안녕에 대한 공격의 체계적 성격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에 3D 모델링, 원격 탐사, 언론 보도 수십, 공간적 분석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집단살해 위험성의 예측과 예방
공중보건은 삶에 대한 갖가지 위협 — 집단살해는 가장 극단적인 것 중 하나다 — 의 위험 요소를 평가하는 데 능하다. 그런데 보건학이 집단살해 연구에 할 수 있는 기여 중 가장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예측하고 예방하는 역할이다. 역사 속 집단살해들에 대한 학술 문헌, 신문 보도, 증언, 법정 속기를 검토한 한 연구가 결론 내린 바, 인종학살의 사회적 위험 요소로는 “전체주의 정부, 배타적 이데올로기, 무력 충돌, 경제적 고난, 방관자 국자들의 부작위” 등이 있다. 이런 위험 요소들을 밝히는 것은 그런 특성을 띠는 상황을 조기에 — 집단살해적 폭력이 격화되기 전에, 예방할 수 있을 때 — 인지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런 위험 요소들은 정치적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향이 있지만, 보건 연구자나 현장 종사자들은 종종 환자나 지역 공동체들에서 전쟁, 빈곤, 권위주의, 사회적 배제의 초기적 영향들을 보곤 하며 참상의 확대를 예고하는 우려되는 추세를 파악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인종화와 체계적 비인간화를 파편화되어 있는 각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건강과 관련해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동인으로 이론화, 이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동예루살렘을 비롯한 서안, 가자, 유대계 이스라엘 시민에 비해 기대 수명이 짧고 영아 사망률이 높으며 건강이 더 안 좋은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차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제도적 정책과 실행에 의해 구조적으로 결정된다. 이런 구조적 결정인자 — 파편화가 어떻게 이스라엘 정착자 식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주요 도구로 기능하는지를 포함해 — 에 대한 이해는 팔레스타인의 불건강의 근본 원인을 확인하고 건강 정의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인구 수준 개입 방안을 개발할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공중 보건 관점이 집단살해가 건강에 가하는 장단기적 후과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내용조직 및 설명 구조를 제공한다. 집단살해가 미치는 영향과 그 증거를 기록하는 데에서부터 집단살해 위험성을 예측하는 데까지, 보건학은 집단살해 연구에 체계적으로 기여하고 법적 주장, 여론, 정치적 행동에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기여들은 나아가 집단살해를 방지하고 기록하고 기소하고 처벌하기 위한 노력들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권고
집단살해 방지, 조사, 종식의 임무가 있는 기관 및 기구는 물론 공중보건 현장 종사가, 학자, 그 외 제3자에게 아래의 행동들을 권고한다.
공중보건 현장 종사자, 학자, 인도주의 단체들
- 집단살해 및 집단살해 위험도에 관한 공중 보건 관련 증거를 수집·구축하라. 사망, 부상·질환, 강제 이주, 식량 부족, 보건의료 기반구조에 관란 자료의 체계적 수집, 검증, 분석을 강화하라.
- 구조적 건강 결정 요인 — 박탈, 강제 이주, 보건의료 체계 파괴, 필수 물자 제한 등 — 을 활용해 집단살해 및 집단살해가 가하는 위험과 상통하는 패턴들을 확인하고 기록하라.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법적, 경제적 구조들이 어떻게 인구 수준의 위해를 구조화하고 집단살해 과정에 기여하는지를 살펴보라.
- 여러 인구집단과 장기간에 걸치는 집단살해의 규모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론을 개발하라. 초과 사망,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장기적 영향, 장애, 강제 이주, 여러 세대에 걸친 영향을 비롯한 직간접적 위해를 밝히라. 정책, 실행 패턴, 공식 발표, 표적 집단에 누적되는 영향을 분석해 집단살해 의도 문제와 관련되는 증거를 구축하는 방법론들을 우선 순위로 삼으라.
정부, 공중보건 기구, 시민 사회, 학술 기관, 전문지
- 집단살해를 조직화된 제도적 조치가 필요한 공중보건 위기로 인정하라. 집단살해 및 대규모 잔혹범죄와 관련되는 보건에 대한 심각한 결과들과 법적 의무들을 인식하라. 그와 같은 인정이 옹호, 기록, 방지 활동으로 이어지고 국제 사회의 법적 책무를 뒷받침할 수 있게 하라
- 국제법과 윤리적 의무에 의거해 기관을 운영하라. 기관의 관계, 정책, 관행, 투자가 집단살해를 방지하고 처벌할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기관의 강령과 법적 책임에 부합하는 — 국가 제제, 투자 철회 조치, 보이콧, 여타 제도적 책무 이행 등의 —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
집단살해 방지·조사·종식의 임무를 맡은 기구들
- 집단살해 위험도 및 의도를 평가할 때 공중보건 증거를 포함하라. 구조적 위험 인자, 박탈 및 인구 수준 위해 패턴, 예상가능한 보건 관련 영향, 정책, 수행 패턴, 공식 발표, 표적 집단에 누적되는 영향을 토대로 집단살해적 폭력의 조기 식별, 조사, 방지를 뒷받침하라.
- 법적 조치, 조사, 책임 규명 과정에 공중보건 자료를 포함하라. 사망, 부상·질환, 장애, 강제 이주, 식량 부족, 보건의료 기반구조, 여타 보건 결정 요소에 관한 증거 자료를 구축하고 ICC[국제형사재판소], 제3국 법정, 국제사법재판소 등에서의 개인의 형사 책임 및 국가의 책임에 대한 판결을 뒷받침하라.
↥역주1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
제2조 “본 협약에서 집단살해라 함은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행하여진 이하의 행위를 말한다.
(가) 집단의 구성원을 살해하는 것
(나) 집단의 구성원에 대하여 중대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것
(다)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육체적 파괴를 초래할 목적으로 의도된 생활조건을 집단에게 고의로 부과하는 것
(라) 집단 내 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도된 조치를 부과하는 것
(마) 집단 내의 아동을 강제적으로 타 집단으로 이동시키는 것
↥역주2 〈뉘른베르크 강령〉은 뉘른베르크 의사 재판 판결문에 명시된 원칙들을 가리킨다. 〈제네바 선언〉은 나치의 인체 실험 등을 염두에 두고 고대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제22차 세계의사협회에서 채택되었으며 현재는 2017년 개정판이 쓰인다. 일반적으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불린다. 제네바 협약은 1864년에 처음 체결되었으며, 1949년에는 부상병, 조난자, 포로 등에 대한 처우를 명시한 기존 조약들(제1협약), 제2협약), 제3협약))의 개정과 〈전시 민간인 보호에 대한 제네바 협약〉)(제4협약)의 제정이 이루어졌다.
↥역주3 다르푸르 분쟁과 알-바시르 체제에 대해서는 무잔 알닐, 〈수단 혁명을 놓치면 팔레스타인을 놓친다〉(2024) 참고.
↥역주4 린제이 호지스, 「죽음보다 고통스런 ― 재스비어 푸아의 『불구로 만들 권리』를 통해 보는 팔레스타인 인종학살」(2024), 가산 아부-시타 대담, 「장애와 가자의 미래」(2025) 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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