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시온주의는 인종주의다 (야라 하와리, 2026)

원문: Yara Hawari, “Yes, Zionism is racism,” Al Jazeera, 2026.10.07.

중장비 두 대가 건물을 철거하는 앞에서 총을 든 군인이 마스크로 눈을 가리고 손을 등위로 묶은 평복 차림의 남성을 지켜보고 있다. 그 뒤로도 군인들이 더 있다.
이스라엘 병사가 서안지구 이스라엘 점령지 헤브론에서 팔레스타인 가옥 철거 중에 체포한 팔레스타인 남성을 감시하고 있다. 2022년 10월 25일. (무사 카와스마Mussa Qawasma/로이터)


(이 글과 반대되는 관점으로는 다음 글을 보라. 「영국녹색당은 틀렸다, 시온주의는 인종주의가 아니다UK Greens are wrong, Zionism is not racism」

지난 일요일, 브라이튼에서 열린 연례회의에서 영국녹색당은 시온주의를 인종주의로 규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역주1] 시온주의를 “종족국민주의ethnonationalist 정치 기획”으로 칭하는 이 안은, 전 대표 캐롤라인 루카스 및 소속 하원의원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 1,022표, 반대 813표로 통과되었다.

이 투표는 영국 주류에 큰 소란을 일으켰다. 많은 논평가들이 방송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규탄했고 녹색당에 반유대주의 혐의를 제기했으며 심지어 녹색당이 유대인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녹색당의 결의안에 급진적이거나 특별한 선언은 전혀 담겨있지 않다. 시온주의는 과거에도 정착자 식민주의 이데올로기였고 지금도 그러하며 정착자 식민주의는 근본적으로 인종주의적이다. 시온주의의 중심에는 유대민족에게는 세계 어디에 있든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고국을 가질 권리 — 다른 민족의 권리보다 큰 권리 — 가 있다는 믿음는이 있다.

시온주의는 성경 속의 소유권과 몰역사적 역사관을 토대로 하는 신념이다. 결정적으로, 그 실현은 팔레스타인 선주 인구에 대한 강탈과 추방을 요한다.

시온주의를 정착자 식민주의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 데에는 딱히 논란이 될 구석이 없다. 특히나 시온주의의 창시자들 스스로가 자랑스레 그렇게 천명하지 않았던가. 20세기 초 주요 수정시온주의 사상가였던 블라디미르 야보틴스키는 “시온주의 식민화는 원주민 인구의 의지에 반해 수행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종종 정치적 시온주의의 창시자로 불리곤 하는 테오도르 헤르츨은 영국의 짐바브웨 식민화를 주도한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와 관계를 다지고 싶어했다.

보내지는 못한 악명 높은 편지 초고에서 헤르츨은 로즈에게 “역사를 만드는 걸 도와”달라고 청했다. “아프리카와는 무관한, 소아시아의 한쪽에 관련된 일입니다. … 그런데 어째서 제가 당신과는 상관도 없는 일로 당신에게 기대려는 걸까요? … 바로 이것이 식민 문제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적었다.

초기 시온주의 기구들 역시, 이름 — 유대식민기금Jewish Colonial Trust, 팔레스타인유대식민화협회Palestine Jewish Colonization Association, 유대인청Jewish Agency의 식민부Colonization Department — 을 통해 마찬가지의 식민적 자기 정체성을 반영했다.

시온주의가 특별히 예외적인 이데올로기인 것도 아니다. 다른 — 정착자-식민 집단들을, 그리고 그들이 식민 기획의 지속을 위해 선주 인구집단들에게 가하는 인종학살 범죄의 기틀이 되는 — 영토 확장론에 뿌리를 두곤 하는 이데올로기들과 같은 궤에 있다.

기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외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선주민족들을 없애고 정착자-식민적 토지 통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폭력, 추방 전술들의 전 지구적 역사의 연장선 상에 있다.

시온주의를 공식적으로 인종주의로 규정한 것은 녹색당이 처음이 아니다. 1975년, 국제연합 일반총회는 시온주의를 인종주의와 인종 차별의 한 형태로 천명하는 결의 제3379호를[역주2] 채택했다. 찬성 72표, 반대 35표, 기권 32표로 통과되었는데, 같은 해에 먼저 발표된 아프리카통일기구Organisation of African Unity와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의 성명들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었다.

식민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전 지구적 남부 국가들이 해당 결의를 높이 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마땅하게도 시온주의 체제를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빗댔다.

이 결의는 합중국의 압박 끝에, 그리고 소비에트연방의 승인 하에, 1991년에 결국 철회되었다. 이스라엘 체제는 워싱턴과 모스크바가 공동으로 제안한 마드리드 평화 회담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결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 결의 철회는 시온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재고된 데 따른 것이 아니라, 소비에트연방 해체와 동구권 붕괴를 배경으로 한 지정학적 권력 균형 변화에 따른 것이었다.

영국의 주류 정당이 오십 년 전에 세계의 전 지구적 남부가 주장했던 지점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영국의 정치적, 역사적 맥락에서 이는 팔레스타인 땅에 시온주의 국가를 만들도록 돕고 1948년 팔레스타인 종족청소, 즉 나크바에 기여한 어두운 유산을 직면하는, 작지만 중요한 한 걸음이다.

녹생당이 필시 마주하게 될 엄청난 압박에도 이를 공격하는 이들을 달래느라 양보하지 않고 이 입장을 지킬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그런 한편, 서구 언론에서 이런 일이 펼쳐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에서는 인종학살이 계속되고 있고, 그 소란에 팔레스타인 현지에서의 시온주의의 구체적인 현실은 실종되고 말았다. 이 이데올로기는 한 세기가 넘도록 팔레스타인 민족에게 말로 다 못할 황폐화와 파괴를 가하고 있다. 녹색당의 발의는 이 역사를 발명한 것이 아니다 — 그저 이 역사에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주

↥역주1 녹색당 논평 「영국녹색당의 ‘시온주의는 인종차별’ 결정 지지한다」 참고.

↥역주2 영어 전문 / 한국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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