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서 안정적인 아동기는 불가능하다 (이스라 마슈하라위, 2026)

원문: Israa Mashharawi, “Stable childhood is out of reach in Gaza,” The Electronic Intifada, 2026.06.25.

이스라 마슈하라위가 딸 아야의 손을 잡고 가자시 텔 알-하와의 폐허 사이를 힘겹게 걷고 있다. 2026년 4월. (사진 필자 제공)

“안정적인 환경” — 공책에 이 말을 받아적었다.

2026년 5월 15일, 지속가능한 아동 발달 수업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한 필기다.

펜 잉크가 얼마 남지 않아 필기는 흐릿했고 듬성듬성 빠진 데다, 직직 줄을 그은 데도 있었다.

강의를 맡은 전문가는 강의 내내 건강한 아동기 발달의 기본 조건이 되는 것 한 가지 — “안정적인 환경” — 를 강조했다.

1년 9개월이 된 내 딸 아야는 내 옆 바닥에 놓인 매트리스에서 자고 있었다.

막 해가 진 무렵이었다. 필기를 하면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애썼다 — 이스라엘 드론이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유리창으로 윙윙대는 소리 — 우리는 벌 소리를 내는 드론을 자나나Zanana라고[역주1] 부른다 — 가 울려댔다.

우리 집은 가자시 알-위흐다 거리에 있는 아파트 3층이다. 그간의 공습들로 창문 유리가 깨져서 커튼으로 가려두었다.

잠시 아야에게로 눈을 돌려 괜찮은지 확인한 후 다시 노트북과 공책을 보곤 한다.

전문가는 아동기의 뇌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생후 1,000일 동안은 신경이 빠르게 연결되고 심리적 안정성과 안전하다는 느낌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 말을 받아 적으려는데 커튼 너머에서 불길한 주황색 불빛이 눈을 찔렀다.

커다란 폭음이 이어졌다. 커튼이 날려 열리고 주황색 불빛이 방을 채웠다.

빛이 점차 강해졌다. 방으로 불길이 쏟아져 들어오는 줄 알았다. 폭격의 충격파에 벽도 안쪽으로 눌린 것 같았다.

빛과 폭발 사이의 간격은 찰나에 지나지 않아서 반응할 틈도 아야를 챙길 새도 없었다 — 그저 순식간의 일이었다.

잠에서 깬 아야가 기겁을 하며 매트리스에서 뛰쳐 나와 내게 매달렸다. 크게 뜬 눈을 내게 고정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애타게 “엄마”를 불렀다.

곧바로 아야를 들쳐매고 비상 가방 — 급히 집에서 대피해야 할 때를 대비해 필수 서류와 기본 용품을 챙겨두었다 — 을 찾았다.

하지만 어디에 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인종학살이 일단락된 것 같다고, 지금은 휴전 중이라고 잠시나마 마음을 놓아버린 탓이었다.

전부 내버려둔 채 팔에 아야를 끼고 정신 없이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아래층에 가니 이웃들이 우리 건물 바로 옆에 있던 차가 폭격 당했다고, 부모와 딸이 죽었다고 했다.

아수라장이 된 거리의 소리가 들렸다 — 사람들이 모여 들어 도움을 청하며 소리를 질렀다. 층계참의 창문으로 불을 끄는 사람들이 보였다.

충격과 극심한 고통으로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내가 겁에 질린 딸의 자그마한 몸이 으스러지게 온 몸을 떨고 있음을 깨달은 후에야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안정적인 환경”

자동차가 불에 타는 소리,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안정적인 환경”과 아동 발달, 만성적 스트레스, 유독한 스트레스, 공포 체계의 상시적 활성화가 기억과 학습, 감정 조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강의가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강의도, 안정성이란 거의 내내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개념일 뿐인 곳에서 아이를 기르는 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인종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 태어난 아야에게 스트레스와 공포는 늘 삶의 일부였다.

드문 일도 일시적인 일도 아니다. 만연하다시피 하면서 경고조차 없이 아야의 삶을 침범하곤 한다.

아야는 두 살이 채 안 되긴 했지만 주위의 일들에 나이에 비해 너무 크게 반응한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전투기가 으르렁댈 때, 거리에서 개가 짖을 때, 심지어는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깨질 때도, 아야는 몇 초 동안 얼어붙었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내게 달려 온다.

갑자기 문이 닫히는 소리나 트럭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고 가까이서 자동차가 속력을 내기라도 하면 그 날카로운 소리에 소스라친다.

겁에 질리면 늘 달려와 내 품에 숨는다. 떨면서 팔을 붙잡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다. 한눈에 봐도 온몸이 긴장되어 있다.

눈을 크게 뜨고는 깜빡이지도 않으며 몇 번이나 “엄마… 엄마” 하고 부르다가 “아우우” 하는 소리를 낸다.

아야는 무서운 것이 있을 때, 소음이나 무언가가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 “아우우” 하는 — 개가 우는 — 소리를 낸다.

원래부터 이렇지는, 소리들에 겁을 먹지는 않았다. 여러 번의 휴전 협정 위반과 반복되는 공습에 겁이 늘었다. 작은 것들에도, 머리로 이해할 새도 없이, 몸이 반응한다.

안정적인 아동기와 아동의 안녕, 회복력, 보호와 안전한 공간에 대한 이 모든 지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생각 생각한다. 현실에서 모든 아동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는, 특히 가자처럼 불안정하거나 전쟁의 영향 하에 있는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적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환경에서 내 아이는 심지어 잘 때조차도 나를 완전히는 놓지 못한다 — 내가 아직 옆에 있는지 확인하기라도 하려는 듯 종종 내 팔을 붙잡곤 한다.

아야가 그저 내 말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제 몸이 계속해서 겪는 일들을 통해서도 배운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학적으로는 명백하다.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감정 조절과 장기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강의에서도 다룬 내용이고 하버드아동발달센터에서 낸 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이것이 사실인지 어떤지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공포가 끊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다는 말은 엄마 혹은 양육자로서의 내게도 적용된다.

양육자

양육자는 정서적 안정 제공, 초기 경험 형성, 직접적인 건강한 두뇌 발달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안정적 아동기” 강의는 뇌가 급격히 발달하고 주위 환경의 영향에 매우 민감한 신경 연결이 이루어지는 유아기에 부모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이유도 다루었다.

나도 『아직도 내 아이를 모른다The Whole-Brain Child』나 『아동 심리와 정신 건강Child Psychology and Mental Health』 『아동 정신 건강: 신생아부터 12세까지Child Mental Health: From Birth to 12 Years』 같은 양육과 아동 발달에 관한 책을 숱하게 읽었다.

조언은 언제나 똑같다. 차분한 양육자, 예측 가능한 일상, 정서적 가용성.

아동의 인격, 지능, 감정적 성장을 좌우하는 안정적인 환경을 형성하는 데에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도 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양육자 역시 똑같이 스트레스와 공포 속에서 산다.

딸의 두려움을 덜어주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지만 나 스스로도 죽도록 무섭고 내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이 내게 미친 영향도 티가 난다. 나도 소리에 재빨리 반응하고, 불안을 스스로 깨닫기도 전에 목소리를 가다듬으려 애쓰고, 평온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일시적일 뿐인 일로 느껴진다.

내가 겪는 일들을 물려주지 않으려 애쓰면서 아동 발달을 공부하고 있다.

아야가 겁을 먹으면 끌어안고 달래 두려움을 가라앉힌다. 아야는 오직 내 품에서만 조금씩 평온을 되찾는다.

때로는 손뼉을 치거나 웃긴 몸짓으로 시선을 끌어 주의를 돌리기도 한다.

F16기를 멈춰 세울 수도 미사일 탄도를 바꿀 수도 없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안전하게 해주려 매 순간 노력한다.

중단

아야를 품에 안고 두려움에 떨며 몇 분을 보내고는 집으로 다시 올라갔다.

아직도 재생 중인 강의 소리가 띄엄띄엄 귀에 들어왔다.

강의는 안정과 일상, 정서적 일관성을 논하며 끊기지 않고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나는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은 없었다 — 그래서 더 어려웠다. 내가 있는 곳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공책을 쳐다봤다 — “안정적인 환경.”

삶이 오로지 중단으로만 구성되는 이곳에서 안정이란 가닿을 수 없는 것이다.

끊임 없이 중단이 이어지고 그 사이 사이 찰나만이 안정적인 이곳에서는.

역주1 “자나나(아랍어: زنانة, 로마자: zanāna)는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쓰는 은어다. “윙윙대는 소리”를 뜻하며, 가자 하늘의 이스라엘 드론이 내는 소리나 드론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영어판 위키피디아).

코멘트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