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7.(금)

오전엔 안산. 한의원. 오후엔 서울. 카페에서 독서.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백 쪽 정도 남아서 마저 읽고 자려고 했는데 아마도 그냥 잘 듯하다. 초반부보다 좀 더 재밌지만 여전히 특별하진 않다. 전후반에는 반 반半 자를, 초중종반에는 반상 반盤 자를 쓴다는 걸 안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카페에서는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일이 들어 왔는데 일정을 비롯해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내일 하루쯤은 고민해 보아야 할 성 싶다. 고민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무언가를 읽어야 한다. 그렇잖아도 읽어야 할 것이 쌓여 있어 도서관에 갈 생각이었는데 여유가 될지 모르겠다.

벽지가 대강 말랐으므로, 우선은 청소로 시작할 것이다. 마르면서 두 군데가 울었는데 ― 자신할 순 없지만 ― 아마도 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엔 우선 창을 열어 풀냄새를 빼고 남은 부분 재단, 풀자국 청소 따위를 해야 한다. 얼마나 일찍 일어나 얼마나 일찍 끝내는지에 따라 고민을 위한 읽기만 할지 도서관에도 갈지가 정해질 것이다.

카페를 나와서는 문구점과 서점과 생활용품점에 들렀다. 외국 사는 친구들에게 보낼 연하장에 입춘대길 스티커라도 동봉해볼까 했는데 그런 것은 팔지 않았다. 서점에서는 책을 대강 둘러보는 척만 했다. 생활용품점은 두 곳에 갔다. 한곳에서는 립밤을, 한곳에서는 “두피 샴푸 브러시”라는 것을 샀다. 겨울이 되니 어김없이 입술이 튼다. 늦가을부터 왠지 이따금 비듬이 생긴다. 쇼핑을 마치고 거리를 배회하다 초밥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카드를 잃어버렸다. 고속버스 출발시각을 십 분 앞두고 지하철역을 나오려던 차에 알았다. 역무원 호출벨을 눌러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말하자 카드 종류를 물었다. 신용카드에 딸린 후불교통카드라고 말하자 그냥 나가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정산을 해야 하니 기다리라고 하고는 한참 후에 나타난 역무원에게 다른 카드도 현금도 없음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다 버스를 놓칠까봐 걱정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후불교통카드는 제한시간이 넘도록 하차 태그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최고 요금이 부과되는 걸까.[1]이 조항이 적용되는 게 맞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방금 찾아보니 수도권 전철 1-8호선 여객운송약관 제 6 장 운임반환 및 보상의 제29조(개표 또는 … (계속) 선불교통카드였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카드를 찍고 들어와 지하철을 타기 전에 주머니에 있던 잡다한 것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때 같이 버린 걸까. 분리수거를 하느라 하나하나 살피며 버렸으니 그렇지는 않을 텐데. 그럼 지하철 좌석에 떨어진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는 편의점에 들러 택배를 찾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턴어웨이: 임신중지를 거부당한 여자들』(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저, 김보영 역, 동녘, 2021)이다. 물론 집으로 바로 받을 수도 있고 다른 ― 편의점에서 수령하기 옵션이 없는 ― 택배는 그렇게 받는다. 이사 온 직후에는 책도 그렇게 받았다. 여름에 카드를 잃어버렸을 때 (반년 사이 두 번째, 한 해 사이 세 번째 분실이다) 카드 배송원이 전화를 끊으며 “아이고 미치겠네” 하고 중얼거리는 걸 들은 후로는 이렇게 받고 있다. 그가 무엇에 힘겨워 했는지야 알 수 없지만,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이다. 집 앞에는 다른 택배 하나가 와 있었다.

1 이 조항이 적용되는 게 맞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방금 찾아보니 수도권 전철 1-8호선 여객운송약관 제 6 장 운임반환 및 보상의 제29조(개표 또는 집표가 되지 않은 승차권의 처리 등) ③항은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승차권(우대용 1회권 및 우대용 교통카드 제외) 개표 후 집표 시까지 5시간이 초과되었을 경우에는 해당 승차권의 기본운임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2호선에서 타서 3호선에서 내렸다.

2021.01.06.(목)

이유 없이 종일 졸렸다. 오전엔 자다깨다 했다. 느지막히 점심을, 많이 먹었다. (오후엔 그래서 졸렸을까.) 점심은 생선구이. 기본찬으로 미역국이 듬뿍 나왔다. 십여 년 전 어느 술집에서 역시 기본 찬으로 나온 미역국을 데워 준다고 가져가더니 큰 솥에다 붓고 휘휘 저어 다시 떠서 담아주었던 일을 생각했다. 서너 해 전 어느 횟집 셀프바에 있던 미역국을 뜨던 다른 테이블의 누군가도 생각했다. 그는 국자를 미역국 솥과 제 그릇에 번갈아 담갔다.

그리고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출간되자마자 사놓고는 한참을 펼쳐보지조차 않은 여러 권 중 하나다. 한 글자도 읽지 않은 채 친구들의 호평만 여러 번 들어 왔다. 1999년인가에 초판이 나온 책의 번역서다. 번역서가 나온 건 두어 해쯤 되었을까. 들은 만큼 흥미롭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재미 없는 책이란 건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커다란 호평만 반복해 들은 탓이다.

저녁에는 대개 누워 있었다. 책을 조금 더 읽고 잘 것이다.

2021.01.05.(수)

하루 미룬 스터디를 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하지 않았다. 친구가 읽어야 하는 책을 같이 읽는 스터디인데, 친구의 사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저 읽기는 하기로 했지만 당장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게 되어서 조금 늦추기로 했다.

오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잠깐이었고 거의 오후 내내 자다시피 했다. 점심은 파스타. 저녁도 파스타. 점심은 토마토, 저녁은 오일 베이스. 야식은 피자. 2차 야식은 김밥. 편의점에 채식 참치마요 김밥이 있길래 먹어보았는데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

저녁엔 친구와 안부를 나누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다 말고 잠시 다른 일에 치이고 있)는 그의 안부를 주로 들었다. 밤엔 친구와 안부를 나누었다. 석사학위 논문을 쓰지 않기로 한 그의 안부를 주로 들었다. 앞의 친구와 나눈 이야기 중엔 교수의 성별 분업 — 남성은 ‘대외’ 활동으로 외유하는 가운데 여성은 과내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한 ‘돌봄’을 도맡게 되는 — 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뒤의 친구와 나눈 이야기에도 이와 닿는 것이 있었다.

종일 한 자도 읽지 않았다. 쓰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늦게 잤다.

2022.01.04.(화)

도배. 도배. 도배. 했다.

제목을 입력하며 2021까지 썼다가 고쳤다.

원래는 스터디가 있는 날이지만 도배를 먼저 하기로 하고 스터디는 내일로 미루었다.

오전에는 별 일 하지 않았다. 느지막히 일어나기도 했고, 일어나보니 두어 시 경에 벽지가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와 있기도 했다. 방에 있던 가구며 이불이며를 거실로 옮기고 커튼을 뗐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으므로, 남은 시간은 쉬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더 쉬고 있자니 누가 문을 두드렸다. 대답하니 택배라고 했다. 문을 열어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 상자 하나만 덩그러니. 벽지를 꺼냈다. 상자 속을 보니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10장 이상을 사면 헤라와 여분 풀과 장갑을 준다고 적혀 있었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10장 당 1장 추가 이벤트도 하고 있었는데 길이 220cm 미만은 제외라고 했다. 210cm 12장을 주문했다.[1]모자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한 장이 남았다. 풀이 발린 상태이므로 어디 둘 수는 없고, 마침 한 장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중고 거래 앱에 … (계속) 헤라 등도 220cm 조건이 있는 걸까, 100cm 10장을 사도 주는 걸까 궁금했는데 안 주는 모양이었다. 아니었다. 박스를 기울이니 어둠 속에서 헤라와 비닐봉투 두 개가 흘러 나왔다.

네 시간쯤 걸렸나보다. 그렇게 오래 걸린단 느낌은 없었는데. 방은 작디 작지만 벽에 어느것 하나 멀쩡한 구석이 없어서, 그리고 도배는 생전 처음이라서,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셈이다. 네 벽 모두 ‘平’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평평하지도 않고 수직수평도 잘 안 맞다. 문이 있는 두 벽에는 턱도 있다.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상자 모양으로 튀어나온 곳도 하나 있다.[2]이 부분 도배를 하며 의자에 올라서다 오른쪽 눈썹 윗부분으로 여기에 헤딩했다. 실제 벽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원래 발라져 있던 벽지의 모든 모서리가 둥글다. 한쪽 벽은 거의 전체 면이 벽지와 벽 사이에 1-2cm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그 위에 덮었으므로 지금도 그렇다.

대부분의 시간은 뗐다 붙였다 하며 최대한 수평을 맞추고 여러곳을 재단해 가며 붙이는 데에 썼다. 몇 군데를 찢어먹었고 몇 군데는 울었다. 바르게 붙이기 어려울 것은 예상했지만 젖은 벽지를 자르는 게 이렇게나 어려울 줄은 몰랐다. 도배용 칼이란 걸 파는 걸 보았는데 젖은 벽지를 찢어지지 않게 자를 수 있는 칼일까. 위아래를 곧게 자르는 용도일 거라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그 정도는 대강 만들어서 할 수 있다. 애초에 벽이 곧지 않으므로 어떤 도구를 쓰든 도구의 힘만으로 곧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도배. 도배. 도배. 아무튼 일단락. 마른 후에 풀자국을 털어내고 걸레받이쪽 마무리 재단 — 이 역시 마른 후에 하기로 했다 — 만 하면 된다. 밀가루풀이라서 대충 걸레로 닦아내면 될 거라 생각했다. 괜히 종이든 비닐이든 쓰지 말고 몸을 써서 걸레질을 하자, 는 생각으로 맨바닥에서 했는데 생각보다 안 닦인다. 가구는 아직 안 넣었고 우선 커튼을 다시 다느라 그 아래만 닦아 봤다. 행운이 있기를.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시내에 다녀왔다. 어처구니 없는 착각으로, 괜히 다녀만 왔다.

1 모자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한 장이 남았다. 풀이 발린 상태이므로 어디 둘 수는 없고, 마침 한 장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중고 거래 앱에 “나눔”으로 등록해 둘 생각이다.
2 이 부분 도배를 하며 의자에 올라서다 오른쪽 눈썹 윗부분으로 여기에 헤딩했다.

2021.01.03.(월)

어제는 침실 치수를 쟀다. 벽지를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으로 벽지를 주문했다. 저번에 대강 쟀을 때보다 한 장 적게 나왔다. 그대로 주문했다. 모자랄까봐 겁난다. 귀찮다. 풀은 미리 발린 채로 온다. 아주 큰 일은 아니다. 이러나 저러나, 2년 계약으로 들어와서는 반 년만에 도배라니 이게 무슨 짓일까. 내일은 도배를 할 것이다.

여덟 시쯤 한 번 깼을까. 열 시가 넘어서 한 번 더 깼는데 그러고는 그냥 누워 있었던가 또 잤던가. 열두 시가 다 되어서야 하루를 시작했다. 두 번을 꿈을 꾸다 깼는데 두 번째 꿈만 기억난다. 우연히 만난 친구를 따라 커다란 낡은 상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더니 친구네 집이 나왔다. 복층이었고 침실 ― 침실이라기보단 그 자체로 침대에 가까운 위층 ― 로 가는 계단이 가파랐다. 친구가 계단을 향해 가길래 따라 올라가려는데 친구가 멈췄다. 계단이 서랍이었다. 친구는 서랍을 열어 실내화를 꺼내주었다. 고무 재질에 발걸이가 듬성듬성한 그물 같은 모양이었는데 그물코가 대부분 끊어져 있었다.

깨서 전화기를 보니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벽지 업체였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대한통운 택배파업으로 △△택배로 발송되는데 택배비 3000원 추가됩니다 // △△택배 발송 원하시면 입금부탁드립니다 // ○○은행 ××× ×××× ×××× □□□입니다”[1]미리 알지는 못했다. 대한통운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고 오는 6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파업의 원인은 … (계속) 계좌번호는 휴대전화 번호 같았는데 발신자 번호와 달랐다. 애초에 무슨 택배가 온다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한참 생각한 끝에 벽지를 주문했단 걸 떠올렸고 이윽고 메시지 끝에 벽지 업체 이름이 적혀 있는 것도 보았다. 택배비를 입금하고 답장을 보냈다.[2]지금 메시지를 옮겨 적으며 확인해 보니 발신자 번호와 계좌 번호가 같다.

된장찌개를 끓여 먹으려던 전날의 계획을 폐기하고 근처 분식집에 가서 오징어덮밥을 먹었다. 종종 그렇듯, 북한 출신 주민들이 등장하는 종편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화면을 보기 전에 목소리와 말투만 들은 상태에서 어떤 얼굴이 떠올랐는데 고개를 돌려 보니 말하는 이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구의 얼굴일까 한참 생각했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기분이었지만 아무리 곱씹어봐도 그런 경험은 없었다. 밥을 반쯤 먹고서야 떠올렸는데, KBS 〈안녕하세요〉 출연자의 얼굴이었다. 남편이 북한식 감자볶음만 먹고 다른 건 좀체 먹지 않으려 한다는 고민을 들고 나온 이였다. 남편은 처음에는 그저 감자볶음이 맛있어서라고 눙치다 아픈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짐을 좀 정리했고 그 후론 종일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제 표시해둔 논문 열 편을 다운로드했다. 열어보지는 않았다. 친구가 쓸 USB-HDMI 젠더를 검색해 주문했다. 여기엔 시간을 좀 들였다. 그 외엔 주로 괜한 웹서핑을 했다. 토비 맥과이어가 출연한 〈스파이더맨〉을 보았다.[3]어젯밤엔 서브모니터도 설치했다. 오늘은 모니터 하나엔 영화를 띄워 놓고 나머지 하나로는 웹서핑을 했다. 앞의 절반은 어제 본 것 같다. 일기를 몰아서 쓰다 보니 많은 것을 잊는다. 지난 며칠간은 띄엄띄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도 보았다. 얼마 전 극장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가장 강렬했던 것은, 일기에 쓴 재미없음이 아니라, 토비 맥과이어의 얼굴이었다. 〈스파이더맨〉 이후로는 적어도 의식하고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십수 년을 늙어버린 채 갑자기 마주하게 된 얼굴.

저녁엔 된장찌개를 끓였다. 그제였나 사온 감자가 아니라, 있는 줄 몰랐던 감자를 썼다. 싹 여러 개를 도려내니 반밖에 안 남았다. 싹난 감자를 쓸 때마다 궁금해 한다. 요즘도 감자싹엔 솔라닌이 있을까. 씨없는 수박을 그렇게나 공들여 만드는데 독 없는 감자가 없다는 건 이상하니까. 하지만 한 번도 찾아보진 않았다. 싹과 그 주위의 초록색을 띠게 된 부분을 도려내면 간단히 제거할 수 있고 그다지 강하지도 않은 독, 이라면 굳이 없앨 노력은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수박을 먹는 이의 폭보다는 감자를 손질해야 하는 이의 폭이 훨씬 좁으니까. 다만, 색맹인 탓에 늘 궁금하고 무섭다.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을 잘 도려내고 있는 걸까. 도통 모르겠다. 배탈이 난 적은 없다.

식사를 마치고는 화장실 세면대에 실리콘을 둘렀다. 일전에[4]10월 27일의 일이다. 배수구 덮개도 아직 바꾸거나 개조하지 않았는데, 이건 아무래도 영영 안 할 것 같다. 배수관을 바꾸느라 긁어내고는 여태 그냥 두었다. 표면이 마른 상태에서 작업하고 마른 채로 한참을 두어야 하는데 화장실이 그럴 때란 좀처럼 없으니까. 이번엔 맘먹고 말리고 닦았다. 실리콘이 다 마를 때까지 안전히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있던 실리콘이 너무 엉성하게 마감되어 있어 ― 아마도 전문가였을 ― 작업자를 탓했는데, 여러모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세면대와 바닥 사이의 틈은 넓고 세면대는 곡면에 바닥은 기울러져 있고 타일 사이에는 틈도 있다. 겨우 마쳤고 (실은 이미 조금 들떴다) 전문가가 해서 그나마 그 정도였던 걸까, 하는 생각만 남았다. 하는 김에 벽면 타일 사이 마감이 제대로 안 된 곳 두 군데 ― 전문가였다면, 작업자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 와 못자국 두 군데도 실리콘으로 매웠다.

도배. 도배. 도배.


당일에 써도 까먹네. “겁 없이 끼기로 한 낯선 이들과의 […] 스터디”의 단체대화방이 오늘 개설되었다. 안면이 있는 이 몇과 이름만 아는 이 몇이 있다. 이번에도 (셰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나 말고는 다 전문가인 모임에 끼게 되었다. 다음주에 첫 모임을 하게 될 성 싶다.

1 미리 알지는 못했다. 대한통운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고 오는 6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파업의 원인은 지난해 1월과 6월 두 차례 이뤄진 사회적 합의문에 대한 해석 차이다. 택배사, 영업점, 과로사대책위, 정부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해 △택배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업무가 아니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0시간 이내로 한다 △별도의 분류 인력을 위해 택배 원가를 개당 170원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170원 인상’이란 부분을 두고 노조 측은 이 돈을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롯데와 로젠, 한진은 인상분 170원을 모두 기사 처우 개선에 쓰고 있는데, CJ대한통운만 인상분의 60%인 100원만을 내놓고 있다”며 이를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170원이란 숫자 자체는 의미 없다는 논리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타사에 비해 그만큼 자동화 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며 “어차피 전체 택배비 중 50%가 수수료로 기사들에게 배분되기 때문에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진다”고 반박했다.
이런 해석 차이 외에도 궁극적으로는 총파업을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소통 움직임이 없다는 문제가 더 크다. 노조는 이번 파업만큼은 끝까지 가겠다고 하고 사측은 택배기사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니 교섭할 일은 없다는 원론만 반복하고 있다. 회사와 택배기사가 중간에 대리점을 끼고 있는 형태라 노사협상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했는데, 사회적 합의가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는 얘기다.”(hankookilbo.com/News/Read/A2022010314190000117)
2 지금 메시지를 옮겨 적으며 확인해 보니 발신자 번호와 계좌 번호가 같다.
3 어젯밤엔 서브모니터도 설치했다. 오늘은 모니터 하나엔 영화를 띄워 놓고 나머지 하나로는 웹서핑을 했다.
4 10월 27일의 일이다. 배수구 덮개도 아직 바꾸거나 개조하지 않았는데, 이건 아무래도 영영 안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