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 심사 가눌 길 없어라

몇 차례나 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비장애인의 몸을 중심으로 한 비유는 마뜩지 않다. 그런데 그게, 제일 곤란한 경우는 장애인이 그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을 때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있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도 마뜩잖아 하면서 별 수 없이 사용하고 있을 사람이 말이다. 장애인 집회에 가면 늘 나오는 노래들에 "노동으로 일어 설 기회마저 빼앗긴 동지여"(장애인차별철폐투쟁가), "굴종의 사슬을 … [읽기]

그릇

길에 보이는 웬만한 물건들은 다 주워 오고 싶어 한다. 어딘가에 쓸 데가 있겠지 싶기도 하고, 그냥 무언가가 버려지는 게 슬프기도 하고 해서. 그런 중에서도 특히 선호하는 것은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상자나 가방, 병이나 책꽂이 같은 것에서부터 스피커나 씨디, 비디오테잎, 책 따위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것이건 아닌 것이건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물건들은 왠지 소중하다. … [읽기]

잡담

요즘은 정말이지, 집중력이 눈꼽만큼도 없다. 언제라고 집중력 좋았던 때가 있냐만은, 이젠 읽고 듣는 게 안 되는 걸로 모자라 생각해 둔 걸 타이핑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제였나, 카페에 가 앉아서 한참을 타이핑하다 글이 조각조각 끊어지는 걸 보고는 그만 두고 집에 들어 왔었는데, 오늘 다시 시도했더니 이번엔 조각조각이나마도 써지지가 않길래 또 포기. 몇 시간 동안 … [읽기]

<보통의 경험>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낸 <보통의 경험>(이매진, 2011)을 읽었다. 공식적인 리뷰, 그러니까 좋은 말만 쓴 책 소개는 여기. 그리고 공동 저자 5인 중 한 분인 당고 님의 책 소개는 여기. 일부러 볼륨을 한껏 높인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읽었다. 책이 성폭력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쉬이 읽히는 것은 아니었다. 이틀 쯤을 망설이다 결국, 최대한 집중하지 않고 읽어 … [읽기]

경험의 편협함

* 바퀴벌레 인생의 3분의 2 쯤은 시골에서 보냈다. 집에서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집은 갖가지 농지들에 둘러 싸여 있었고 그 농지들은 또 몇 개의 산들에 둘러 싸여 있었다. 때로는 남의 밭을 휘젓고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네 농사일을 돕기도 하며, 그리고 대개는 산에 들어가 개울물을 훑고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랬던 시절 동안 본 것은 정말이지 많다.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