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A와 담배와 아저씨

  나의 부탁 반 협박 반으로 언제부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친구 A는 여성이다.   나날이 오르는 담배값이나, 담배 때문에 어떤 병이 생긴다는 기사들, 혹은 길에서 볼썽 사납게 담배를 피우는 일부 흡연자들을 볼 때는 A는 자신이 담배를 끊게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때로 미안할 때가 있다. 길거리에서 시비 거는 취객들, 여자라고 함부로 대하는 아저씨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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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새벽의 비망록

*  또 잠자기에 실패했다. *  약속 시간이 빠듯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이 많아 서로의 몸이 닿는 지하철에서 내린다. 그리고 다음 차를 기다린다. 다음 차에도 사람이 많다면 보내고 또 기다리기도 한다. 때로는 목적지보다 먼저 내려서 걷기도 한다. 또 때로는, 약속 시간에 늦고 말더라도 그렇게 한다. *  버스 손잡이를 잡는 여성은 매우 적은 편이다. 어지간한 만원 버스에서도 손잡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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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분실 소동

  간만에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다. 새책 냄새도 별로고 사람 많은 것도 별로라 서점에는 잘 안 가는데, 그냥 집을 나선 김에 가게 되었다. 고속터미널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갔는데, 그곳에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여러번 가보고도 몰랐는데, 나보다 훨씬 더 여러번 가 본 사람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실. 물론 많지도 않고 어느 곳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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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에 살고 싶다

   망원동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망원역 근처에 있는 민중의 집이라는 곳에서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일본의 독립 다큐를 상영한다기에 보러 갔다가, 망원역 근처를 한바퀴 둘러보고 왔다. 그래봐야 서울이지만, 내가 다녀본 서울의 동네들 중에서 제일 좋아 보였다. 높지 않은 건물들, 사람들로 가득한 재래시장, 서울 치고는 비교적 싼 집세, 가격에 비하면 꽤나 좋은 입지, 뭐 이런 것들이 말이다. 물론 민중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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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페에서

고장난 휴대전화 수리를 위해 집 근처의 서비스 센터에 갔다. 꽤 높은 층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어두운 정장들 사이에서 홀로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좁은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나는 그 사람과 부딪혔는데, 그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정확히는, 내가 그와 부딪히고 그의 옆에 있던 좁은 구석으로 들어가는 동안 그는 전혀 움직여 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