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여성제 콘서트에 갔다가 문득, 이름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이름말고, 이 세상의 이름 말이다. 사회자의 말 중에 "정해진 몸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와 이성애 중심주의…" 어쩌고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따지고 보면 몸의 모델을 제시하는 건 ‘이성애’ 중심주의는 아니니까 말이다. ‘이성’이라 불리는, 남성과 여성, 여성과 남성의 성애면 되는 게 아니라, 어떤 여성, 어떤 남성이 …
작성자별 글 보관함:안팎
다녀왔어요
어딜 간다는 말도 안 했지만, 게다가 다녀온지 이미 한참 됐지만, 어쩌다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하게 되었으니 짧게나마. 8월 7일, 밤버스로 안동으로. 안동 댐에서 야영. 8월 8일, 안동댐에서 상주까지 자전거로 이동. 상주에서 대학생사람연대 도보순례단 ‘바람’에 합류. 승곡농촌체험학교 평상에서 노숙. 8월 9일, ‘바람’과 동행. 오전에는 계곡에 누워 책읽고 낮잠. 오후에는 일선교, 해평습지 등을 차량으로 이동하며 동행 취재. …
나무가 쓰러진다
핸드폰으로 찍은 듯 조악한 영상 속에서 사람들은 곳곳에서 울고 곳곳에서 소리 질렀다. 전기톱에 나무가 쓰러질 때, 우격다짐에 사람이 쓰러질 때, 그들은 울고 또 소리 질렀다. 나의 눈 앞에서 그들은 포크레인을 막아 섰다. 포크레인의 삽날에 쓰러질 뻔 했던 굵은 나무를 껴안고 그들은 울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회상하면서, 그들은 또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삼키며, 겪고 본 일을, …
一夜
모니터 구석의 시계는 두 시 삼십 분을 가리킨다. 밖에서 높은 톤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 온다. 무어라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명 소리 같기도 한다. 신경이 곤두선다. 이윽고 따라 나오는 남자의 대거리. 그렇게 몇 번을 말이 오간다.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 올까봐, 비명을 들은 내가 뛰어 나가지 못하거나 뛰어 나가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할까봐 두려운 …
액막이
한동안 어째선지, 계속 연이 날리고 싶었다. 그러다 마침 한강에 가자는 김희선에게 연과 얼레를 갈취해서, 한참의 숙원을 풀었다. 바람이 불안정한 데다 옆 날개가 없어 연이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그래도 잘 날았다. 천원 짜리 쟈이안트 얼레는 실이 짧았다. 아직 연은 땅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탁, 하고 얼레가 멈추더니 실의 끝이 보였다. 실 끝은 얼레에 묶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