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미친 듯이

한 달 쯤 되었을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 써서 저장만 해 두었던 글. 요즘은 잘 잔다, 아주. 과도하게. 최근 한 2주 정도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이곳에 올라와 있는 지난 글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 보았다. 언제 어떤 기분으로 썼는지 선명히 기억나는 글들과, 아무런 기억도 되살리지 못하는 글들이 섞여 있는 가운데, 이상한 말들이 몇 개 섞여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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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의 채식

나는 채식주의자다. 생선과 알, 유제품을 먹으니 채식인이라기엔 좀 부족할지 몰라도, 채식주의자임은 틀림없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살지만(물론 심적으로만 가깝고 경제적으로는 반대쪽 정점 가까이에 있다) 틀림없이 반자본주의자인 것처럼. 2008년 늦봄에 육류를 끊었으니 채식도 어느덧 만 3년이 다 되어 간다. 실수로 몇 번쯤 입에 육류를 대었고, 닭고기를 먹은 일이 두 번 있었다. 그리고 최근, 닭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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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석

–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지하철은 다소 절망적이다. 승객 대부분이 시와 도의 경계를 넘는 장거리 이용객이라서, 또 그 상당수가 고령이라서 앉을 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 혹은 학교, 그것도 아니라면 놀이 공간 가까이서 살 것을 허락받지 못한 이들, 무임승차권*이 나오는 지하철 열차가 아니면 갈 곳―이동 수단으로서도, 그야 말로 ‘곳’으로서도―을 바랄 수 없는 이들이 너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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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증명하기

0. 결과부터 말하자면, 일단 잘 해결되었다. 필요한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에 가게 되었으므로. 1. 지금껏 살면서, 가난을 증명해야 했던 적은 크게 없었다. ‘증명’하면서까지 도움을 청해야 할만큼 가난해 본 적도 없었거니와―누구에게서든 생활비를 빌려야 했던 부모님에게는 있었겠지만―, 가난함을 주장하기에는 소위 사회적 자본, 혹은 문화적 자본이라는 것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기자라는, 나의 서울대생이라는, 지위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