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4.(토)

간밤에는 일기를 쓰고 짐을 아주 약간 더 정리한 후 두어 시쯤 누웠다. 아니, 엎드렸다.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조금 했다. 누우면서는 맥주를 들고 갔다. 7월 29일에 다섯 캔을 사서 한 캔만 마신 후 여태껏 냉장고에 들어앉아 있은 네 캔 중 한 캔. 딴짓을 한참 하다 캔을 땄다. 매번 그렇지만, 손톱이 짧아 조금 고생했다. 반쯤은 아예 싱크대에서 숟가락 같은 것을 집어다 손톱 대신 쓰지만 이번엔 이미 이부자리에 누워 있었으므로 그러기엔 귀찮았다. 머리맡에 이것저것이 놓여 있으므로 쓸만한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컴퓨터를 끄고 누웠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 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를 반복했다. 다섯 시 좀 지나서 잠든 것 같다. 일곱 시 좀 지나 한 번 깼고 여덟 시에 다시 깼다. 눈을 감았다. 한참을 더 잤다고 생각했는데 여덟 시 십육 분, 한 번 더 했더니 여덟 시 반쯤이었다. 몸을 일으켜 짐을 좀 더 정리하고 전날 산 우유에 며칠 전에 산 시리얼을 말았다. 평소보다 적게 먹었다. 얼마 전 들인 거울이 화장실 스위치를 가리게 되어 ― 가리지 않게 둘 수도 있었지만 스위치 아래의 벽지 얼룩을 가리고 싶었다 ― 잠깐 전기 공사도 했다. 짐 더미에서 나온 전선을 자르고 며칠 전에 사다 둔 스위치를 연결했다. 반대쪽 끝은 벽에 달린 스위치를 열어 이었다. 선을 잇는 데엔 재작년쯤 길에서 주운 공구박스에 들어 있었던 부품을 사용했다. 새 스위치는 거울 바로 위에 달았다.

카페에 가서 간밤에 온 업무 메일을 확인했다. 번역서 작업이 막바지다. 막바지, 라고 한 달 전쯤부터 생각했던 것 같지만. 최종교인데도 여전히 수정 제안이 많이 달려 있다. 답을 달거나 문장을 고치지는 않고, 우선 죽 한 번 훑었다. 그 이상을 할 기운은 나지 않았다. 두 시간 반쯤을 그러고 앉아 있다 컴퓨터를 덮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도 오는 길에도 구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집에 오자마자 누웠다. 아니, 이번에도 엎드렸다. 잘 보지 않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두었지만 역시 잘 보지 않았다. 시리얼을 한 그릇 더 먹었다. 일도 짐 정리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담요를 한 번 더 빨았다. 열기가 식고 보니 서울에서 쓰던 ― 담요 만큼은 아니어도 묵혀 두었던 ― 홑이불에서도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아 같이 빨았다. 담요와 홑이불을 넌 후에는 빨래통에 쌓인 옷가지도 빨았다. 짐에서 나온 손수건 두 장도 함께.

저녁은 나가서 먹었다. 얼마 전 먹은 기본 정식 메뉴를 주문했는데 그건 점심특선이라고 했다. 가격이 좀 더 나가고 반찬이 좀 더 많은 메뉴를 먹었다. 돌아와서도 일은 하지 않았다. 누워 있거나 친구와 이야길 나누거나 귤을 먹거나 빵을 먹거나 했다. 밤에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갔는데 하늘에 별이 많았다. 더 많이 보일 만한 어두운 곳까지 다녀올까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돌아와서는 베란다로 나가 별을 한 번 더 보고 씻고 누웠다. 늦은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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