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 제천으로 돌아왔다. 원랜 친구를 만나거나 전시를 보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귀가할 예정이었는데 급한 일이 생겨 모두 취소했다. 제천에 오기만 하면 금방 끝나는, 따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제천까지는 하던 대로 고속버스를, 터미널에서 집까지는 택시를 탔다. 열시 쯤 도착했을까. 늦은 오후까지 종일 자다 깨다 했다.
이른 저녁으론 보리밥을 먹었다. 카페에 앉아 일을 조금 했다. 썼거나 쓸 글에 관한 메일을 몇 통 썼다. 일기를 쓰고 의자와 욕실장과 청소기를 주문했다. 원랜 앞의 둘만 주문할 생각이었으나 장바구니에 담아 둔 걸 결제하러 접속했더니 청소기 할인 이벤트가 떠서 ― 대강은 본 적이 있는 모델이고 사양이야 뻔하므로, 이게 진짜 할인가가 맞는지만 확인하고 ― 자세히 보지 않고 결제했다.
광고창에 떠 있던 선착순 행사가보다는 조금 비싸게, 다른 쇼핑몰 최저가보다는 조금 싸게 샀다. 아직 짐이 바닥을 뒤덮고 있으므로 당장 열심히 쓸 수는 없다. 이걸로 방과 거실을 청소하고, 갖고 있던 소형 유선 청소기는 베란다며 창틀이며를 청소하는 데에 쓸 요량이다.
귀갓길에는 비누를 샀다. 비누가 아주 눈곱만큼만 남아 있었다. 무릎에 각질이 일길래 때수건도 샀다. 식료품 매대였나 과자 매대였나를 조금 훑었지만 다른 건 사지 않았다. 집에 와서는 별일 하지 않았다. 밤늦게 배가 고파져 편의점에 들렀다. 이만 겨우 닦고, 조금 늦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