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8.(수)

일찍 깬 것 같은데 느지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았다. 일을 했지만 진도가 매우 느렸다. 오늘자로 담배를 끊자, 고 생각했는데 실패했다. 오전은 잘 넘겼지만 일을 시작하고는 얼마 못 가 담배를 샀다. 어제만큼 피웠다. 지난달보단 적게 피웠다.

집으로 몸을 옮겼다. 자리를 옮겼다, 고 쓰긴 애매하다. 누웠기 때문이다. 잠시 쉬며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다. 마침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 일정을 조금 조정했다. 며칠 여유가 생겼다. 졸려서 일이 안 됐던 걸까, 아마 그렇진 않겠지만, 꽤 잤다.

저녁으로는 감자옹심이를 먹었다. 평소에 가던 집이 문을 닫아 길건너 가게로 갔는데 커다란 새알 반죽으로 빚은 옹심이가 ― 평소에 가던 집은 대충 뜯은 듯한 모양으로 되어 있다 ― 여남은 개 둥둥 뜬 묘한 모습의 음식이 나왔다. 맛도 덜했다. 오가는 길엔 구름을 많이 봤다.

또 누워서 잤나, 가물가물하다. 밤늦게 또 배가 고파져 밥을 물에 말아 먹었다. 신김치와 호래기젓을 곁들였다. 호래기는 꼴뚜기를 뜻하는 경남 방언이다. 분류학상의 꼴뚜기라는 어휘와 정확히 같은 것을 가리키는지, 경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쓰는 말인지 어떤지는 모른다.

또 잠시 쉰 후에 일을 했다. 세 시 반쯤 담당자에게 파일을 전송하고 ― 아침에 도착하도록 설정했다 ― 누웠다. 곧장 잠들지는 않았다.


낮엔 전화가 한 통 왔다. 충북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 광고 전화 여부를 알려주는 앱을 쓰고 있으므로, 잠시 후 안내가 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였다. 전날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플라스틱과 비닐을 모은 봉투를 들고 내려갔다가 수거함이 가득 차 있어서 봉투 째 옆에 두고 왔는데, 무언가 다른 게 섞여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것인 줄을 어떻게 알았는지, 내 번호는 또 어떻게 아는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묻지는 않았다. 수거함이 가득 차 있어서, 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비닐은 플라스틱과도 따로 배출하라고 했는데 비닐 수거함은 애초에 없고 플라스틱 수거함엔 늘 비닐이 들어 있다.

나갔다 오는 길엔 5층 주민과 마주쳤다. 아까 관리사무소에서 나를 찾았다고, 분리배출 관련해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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