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가는 길에 누가 말을 걸더라.
"학생, 혹시 전화 한 통만 쓸 수 있어요? 핸드폰 좀 빌려 줘요."
"죄송한데, 지금 배터리가 다 돼서요."
"아, 네."
그리고 잠시 후.
"저기 앞에 경찰서 가시면 아마 전화 쓰실 수 있을 거예요."
"저런 데 가기가 어디 쉽나, 여자가, 이 친구야."
그 사람은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이 착찹했다. 언젠가 나의 전화를 빌려서는, 냄새가 배도록 침을 튀겨가며 한참을 통화했던 어느 아저씨를 떠올리며 나는 거짓말을 했다. 뻔한 거짓말을 그 역시 알아차렸겠지만 중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말을 듣고는 후회했다. 이미, 전화기를 건네 주기엔 늦어버린 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