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딱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서울의 차도를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는 괜한 유대감 같은 것이 있다. 생전 모를 뿐더러 다신 볼 일 없을 사람인데도 스쳐 지나가는 이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격려를 주고받는 식이다 짐받이의 물건이 떨어질 것 같거나 타이어에 바람이 없어 보이면 그런 것들을 귀띔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말을 건다. 며칠 전에도 어느 아저씨가, 내게 조언을 해 주었다. 위험하게 타지 말라고 말이다.
서울의 도로에는 맨홀이 많다. 맨홀은 주로,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1차선에 있다. 맨홀 뚜겅은 노면과 같은 높이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5cm 가까이 파여 있는 경우도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맨홀 위를 달리면 자전거는 흔들린다. 내 것과 같이 싸이클 타입인 경우는 그 흔들림이 더 심하다. 바퀴 폭이 좁아서 충격에 약한 탓이다. 맨홀이 많은 길을 지날 때면 자전거를 좌우로 움직이며 그것들을 피해야 한다.
며칠 전에도 그런 곳을, 그렇게 지났다. 오른쪽 골목에서 튀어나와 내 앞을 달리던 자전거 한 대를 따라잡은 직후였다. 그런 내 모습이 그에게는 불안해 보였나 보다. 자기 앞에서 좌우로 요동치는 나때문에 한 번쯤 멈칫거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신호에 걸려 인도에 기대 자전거를 세우자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위험하게 타는 건 좋지 않아."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네?"하고 되물었다.
"위험하게 타는 건 좋지 않다고. 일직선으로 쭉 가야지 그렇게 갑자기 들어왔다 나갔다 그러면 안돼."
"제가 그렇게 탔나요?"
"그래."
"아, 네, 죄송합니다."
내가 ‘위험하게’ 탔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와의 대화를 끝내고 신호가 바뀌어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한지 한참이 지나서였다. 내게 위험한 것은 좌우로의 움직임이 아니라 맨홀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그가 내게 했듯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애매한 속도로 길을 막지도 않았으니, 뭐가 위험하다는 뜻인지를 한 번에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나나 내 친구들은 아직 그 나이가 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아저씨들은 주변사람들에 대한 묘한 유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길을 가다 갑자기 위아래를 훑으며 한참을 쳐다보거나, 괜히 남의 대화에 끼어들고, 혹은 아무에게나 반말을 내뱉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내게 말을 걸고 "수고해"라며 격려의 말을 던지는 것도 그런 아저씨들이었다.
헬멧과 선글라스로 자신을 가리고 내 옆에 서서 기꺼이 조언을 해주신 그 아저씨를 떠올리며 나는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기억나지만 곡을 기억하는 것은 무리다. 애초에 내가 흥얼거린 것인지 중얼거린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말이지.
♪반말하지 마세요
반말하지 마세요
반말하지 마세요
언제 봤다고
반말을 하세요?
반말하지 마세요
반말하지 마세요
내게 수염이 있었더라도
내게 근육이 있었더라도
내가 한뼘쯤 더 컸더라도
내게 반말하실래요?
반말하지 마세요
반말하지 마세요
다신 볼일 없겠지만
반말하지 마세요
그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