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날부턴가, 고기를 끊었다.
나랑 늘 밥을 같이 먹는 그 역시,
얼결에 끊다시피 하게 되었다.
나는 어느날부턴가, 자전거를 탔다.
신림역쯤에서 만나 영화라도 보는 날이면,
나는 자전거를 끌고, 그는 나를 따라 걸었다.
나는 세제를 쓰지 않는다.
내 방에서 그는 가끔,
나 대신 설거지를 하며 투덜거린다.
내 방에는 인터넷 회선을 설치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는커녕 웹서핑조차 할 수 없는
내 방에서 놀기 위해 그는 늘 이것저것을 챙겨온다.
더 이상 향긋한 냄새가 나지 않는 내 빨래들을 개고
가끔씩 무언가 끈적하게 남아 있는 컵에 커피를 마시고
어딘가 싱겁고 맹맹한 반찬들로 끼니를 떼우고
무거운 다리를 끌고 하릴없이 걷고
꼬박꼬박 볼거리 읽을거리를 챙겨 다니고
그는 그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