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의 입대를 전송했다. 춘천의 102보충대. 나는 군인이었던 적이 없으므로, 군 부대에 들어가 본 것도, 그리고 (용산 대로변에 있던 미군부대를 제외하면) 군부대에 그만큼 가까이 가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아직 군복은 입지 않았지만, 그만큼 많은 군인들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만큼 많은 남성들 사이에 서 보는 것도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무서웠다. 군대라는 것도, 징병이라는 것도, 그곳을 가득 메운 사람들도.
당연히 그들은 줄을 제대로 서지 못했다. 행진을 할 때면 줄은 속절 없이 흐트러졌다. 겨우 삼십 분 전에 군인이 된 그들은, 군인이 아니었다. 하나 같이 못나 보였지만, 나름의 빛을 간직한 채로 그곳에 모인 이들은 이내 강당인지 무언지 모를 건물 속으로, 혹은 그 뒤로 사라졌다.
5주에 걸쳐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정신교육이니 뭐니를 하는 며칠을 빼면, 흔히 말하는 훈련을 받는 기간은 4주쯤 될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은 아마 줄을 맞추는 법을, 행진하면서도 제 자리를 지키는 법을 익혔을 것이다. 줄을 벗어나지 못하는 법을, 제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을 자신의 법으로 삼는 법을 익힌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것은 잊혀질 테고, 그들은 다시 줄 맞춰 서지 못하는 사람이 되겠다. 그때에도 그들에게는 빛이 남아 있을까. 주워 들은 바로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들은 줄을 맞춰 서지 않는 법을, 줄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그저 줄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법을, 아무곳이나 제 자리인 척 하는 법을 배우는 모양이다.
그날 모였던 이들이 군복을 입고 줄 맞춰 선 모습을 혹여 보게 된다면, 나는 더욱 두려울 것이다. 그들의 위세가 아니라 그들의 변화가, 그들의 퇴화가 나는 두려울 것이다. 빛을 잃었음을 모른 채, 그저 무언가를 빼앗긴 줄로만, 그나마도 그저 저당 잡힌 줄로만 알지도 모를 그들이 나는 두려울 것이다.
강당인지 무언지 모를 건물을 향해 그들이 사라졌다고 썼지만, 실은 어째선지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나는 보지 못했다. 내 앞에서 방향을 튼 그들의 정면에 그 건물이 있었을 뿐이다. 정말로 그리로 갔는지, 그 앞에서 다시 한 번 왼쪽으로 돌아 다른 어딘가를 향했는지를, 어째선지 나는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