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9.(토)

오전에는 셰어 스터디 화상 모임. 무려 “미라클 토요일”(실은 오전 열 시)에 “연구자 네트워킹”인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신청했다. 첫날이라 운영 방식 안내와 자기 소개 정도만, 하였으나 한 시간 반 가량. 점심은 뭐 먹었더라. 아, 라면 먹었다. 어느 분식집 갔다가 주문이 많이 밀려 있대서 다른 분식집 갔다. 낮에는 카페에서 일했다. 몇 달 내리 놀다시피 하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참이다. 꾸준히 해야 하지만 아주 바쁘지는 않다. 주말이라고 카페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어서 네 번째로 들어간 곳에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앞의 셋에도 빈자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콘센트를 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카페 2층의 계단 옆자리. 난간 대신 유리벽이 서 있는 곳이었다. 격자 형태로 철제 기둥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그리고 전기가 흘러드는 모양이었다. 손끝을 대면 의식하지 않고서는 모를 정도였지만 팔꿈치가 스치면 찌릿, 전기가 튀었다. 테이블에 앉으면 팔꿈치 바로 옆으로 기둥이 있었다. 10cm 쯤 테이블을 밀면 됐겠지만 그냥 앉아 있었다. 서너 시간 동안 서너 번 전기를 맞았다.

저녁에는 중고 거래. 유통기한 지난 필름과 고장난 카메라 한 대를 샀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터리가 없어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카메라. 작동 여부를 모른다는 말은 고장났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 으로 여긴다. 그게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정황상 그럴 것이 분명한 경우도 많고.

이것은 아주 이상한 마음이다. 고장난 카메라를 사고 싶다는 마음 말이다. 고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도, 고치면 쓸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다. 필름값을 빼면, 고장난 카메라를 만오천 원쯤 주고 산 셈이다. 전자식이라 직접 고칠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수리를 맡기면 결국 멀쩡한 걸 살 만한 돈을 치르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그랬다. 비슷한 성능에 가격은 같은 멀쩡한 매물도, 심지어는 아주 싸게 나와서 되팔면 돈을 남길 수 있을 만한 매물도 있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어느쪽이든 실제로 사용할 일은 없는 모델들이다. 자동카메라에는 관심이 없다.)

사이즈가 맞는 드라이버가 없어 잡화점에도 다녀왔다. 카메라 값과 드라이버 값을 합치면 만팔천 원. 그리고 분해 시작. 수리설명서는 찾지 못했다. 나사를 다 풀어도 몸통이 분리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밀고 당기고 한 끝에 겨우 분해법을 알아냈다. 분해를 하고 나서야. 억지로 여느라 몇 군데를 부러뜨렸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수리에 성공했다면 원통했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국 고치지는 못했다.

최근에 즉석카메라를 분해해 수리했지만 완전분해는 하지 않았고 이전에 완전분해해 고친 카메라는 순 기계식이었다. 이리저리 전선이 얽힌 걸 이만큼 연 건 처음이거나 아주 오랜만이다. 그리하여 잊고 있었던 사실을 수리하던 중에 떠올렸다. 플래시가 있는 카메라는 함부로 열면 안 된다는 사실. 배터리를 분리해도 콘덴서에 고압 전기가 충전되어 있어서 감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떠올린 직후, 과장 없이 1초쯤 후, 손가락이 콘덴서 다리에 닿았다. 카페에서랑은 비교도 안 되게 강한 전기가 흘렀다. 오른손 약지에 작은 물집이 생겼다. 절연장갑은 따로 없어서 고무장갑을 꼈다. 며칠 전 청소로 너무 더러워진 한 짝은 버린지라 오른손에만. 결국 왼손도 한 번 감전. 여긴 물집은 안 생겼다. 한참 후에야 플래시 접점을 찾아 방전시켜 가며 작업했는데 그 후로는 한 번도 손이 닿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위치를 대강은 알아냈다. 모퉁이의 작은 기판. 다이오드니 콘덴서니가 탄 것 같지는 않았다. 회로가 끊어졌거나 합선되는 듯했는데 얇은 플라스틱 필름형 기판이라 알아보기도 어려웠고 애초에 정확한 위치를 안들 고칠 도리도 없었다. 필름을 휘었다 폈다 하던 중에 몇 번인가 잠깐 정상작동 상태가 되긴 했으나 딱 거기까지.

나름대로 귀엽게 생긴 모델이라 장식품으로 세워 두었다. 오천 원이나 만 원쯤에 내어놓으면 장식품으로 팔릴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러지 않을 것이다. 고친 즉석카메라를 이만 원에 되팔면 즉석카메라 값 오천 원, 이것 값 만오천 원을 벌충할 수 있지만 아마 그러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 파는 건 아주 귀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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