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누워 있었을까 일을 했을까… 점심으로는 라면을 먹었던 것 같다. 빵도 좀 먹었을지도 모른다. 시내에 나가 볼일을 좀 보고는 도넛 가게를 찾았다. 지난 번에 매진이라 사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아슬아슬했다. 낮인데도 메인 메뉴가 두 개밖에 남아 있었다. 처음 보는 것 하나를 더해 세 개를 주문했다. 중년의 점원인지 사장인지가 도넛을 상자에 담는 동안 청년인 점원인지 사장인지는 전화를 받아 다 팔렸다며 양해를 구하는 말을 했다.
집 근처로 돌아와 카페에서 일했다. 효율은 좋지 않았다. 전날 밤에 마지막 한 개비를 피우고는 담배를 새로 사지 않았던 탓, 이라고 해두자. 몇 줄 못 하고 아아 금단 증상…하고 뇌까리기를 반복했다. 일이 잘 안 되기도 했지만, 저녁을 해먹을 요량으로 조금 일찍 귀가했다.
정확히 말하면 귀가는 좀 더 늦게 했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만사 귀찮은 마음이 들어 밥은 사먹기로 했다. 다시 카페 앞을 지나 초밥집을 향했다. 메뉴를 바꾼댔나, 아무튼 당분간 휴업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길건너 중국집에 들어가 앉았다.
저녁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쓴 날들 중 언젠가 가 본 곳이다. 양송이 덮밥 쯤을 먹으려 했는데 팔지 않았다. 중국집 치고는 메뉴가 아주 적었다. 볶음밥에서 게맛살과 짜장 소스를 빼고 주문했었다. 짬뽕 국물도 안 드시냐며, 그렇다면 계란국으로 바꾸어 주마고 하셨다. 이번에도 똑같이 주문했다. 짜장 소스를 뺀 대신이라며 이번에는 나오는 길에 마스크를 주셨다.
집에서 마저 일을 해야 했지만 급격히 컨디션 난조. 한참을 누워 있었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눕기 전에 돌렸을까 아니면 중간에도 몇 번 일어나긴 했었을까,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봉투에 담았다. 여전히 하늘이 흐리고 공기가 습하므로 셀프세탁방에서 말리기로 했다.
돈을 두고 나왔단 걸 반쯤 간 참에 깨달았다. 세탁방 바로 옆 편의점에 (수수료가 붙지 않는) ATM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일단 마저 갔다. 다행히 있었다. 돈을 뽑고 담배를 샀다. 스물네 시간 넘게만에 한 개비를 피웠다. 지난번엔 중온으로 32분을 돌렸는데 뜨거울 땐 몰랐으나 나중에 (행거에서 냄새가 나길래 자세히) 보니 덜 마른 빨래가 있었다. 이번엔 고온으로 32분을 돌렸다.
허기가 져서 다시 편의점에 들러 주전부리를 먹고 담배 한 개비를 더 피웠다. 챙겨온 블루투스 키보드를 휴대전화에 연결에 일기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31분쯤 되었을 때 열어보니 다 마른 것 같았다. 지난 번엔 나중에 보니 덜 마른 것이 있었으므로, 500원을 넣고 4분을 더 돌렸다.
건조가 끝난 빨래를 다시 봉투에 담고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꺼냈다. 담뱃갑은 테이블에 두고 나왔다. 누군가 주워 가겠지. 입구에서 한 개비를 더 피우고 귀가했다. 여전히 뜨거운 빨래를 행거에 걸었더니 몸통이 땀에 젖었다. 씻고 누웠다.
세탁방 바로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차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 시가 조금 못 된 시각. 관광버스 한 대가 나타났다. 관광버스, 라고 흔히 부르지만 꼭 관광용은 아닌 버스. 어느 시멘트 공장의 통근버스였다. 찾아보니 영월에도 있고 단양에도 있는 공장이다. 영월에는 채석장도 있다. 어느쪽이든 차로 대강 20분쯤 걸리는 거리. 이내 멈춰선 버스에서 대여섯 명이 내렸다. 문을 닫고 몇 미터를 더 가더니 유턴한 버스는 그 사이 회사 이름이 적힌 전광판을 끈 터였다. 영월이나 단양으로, 또 이십 분쯤을 더 갔을까. 그보다 먼 곳에 차를 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