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4-31.(화-화)

또 밀렸네. 바쁘다. 이 두 문장은 28일에 썼다. 이 게시물의 원래 제목은 “2021.08.24-28.(화-토)”였다.

2021.08.24.(화)

오전엔 뭘 했을까, 점심으로는 보리밥을 먹었다. 시내 카페에서 일했다. 아마도 몇 번인가 산책을 했을 것이다. 저녁은 두 번쯤 입장에 실패한 ― 한 번은 영업 개시 전이었고 한 번은 점심저녁 사이의 브레이크타임이었다 ― 파스타집에서 먹었다. 전에 갔던 곤드레밥집에 가려고 버스까지 탔건만 휴가였다. 알리오올리오 쯤 먹을 수 있으려니 했는데 “육류를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한” 메뉴가 몇 개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발견한 생협 매장에서 채식 카레 가루와 이것저것을 샀다.

2021.08.25.(수)

아침에 집을 나서 카페에서 일을 조금 하고는 서울 가는 버스를 탔다. 잠시 서울에 온 외국 사는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과 차와 헝겊과 숟가락을 선물 받았다. 나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자리가 파하고는 곧장 숙소로 이동했다. 일했다. 점심은 갈치조림, 저녁은 피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다. 다른 친구에게 카드를 빌렸고, 대부분은 휴대전화로 해결했다. “진로할인마트(신”에서 누군가 카드결제를 시도했다는 문자가 왔다. 주소나 전화번호는 적혀 있지 않았다. 가게에 맡겨둘 요량으로 긁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근처의 진로할인마트를 찾아보았지만 신 자로 시작하는 이름의 지점은 없었다. 찾으러 갈 시간이 마땅치 않으므로 카드사에 묻지 않고 포기하기로 했다.

2021.08.26.(목)

낮에는 탈영역 우정국에 들러 최장원의 개인전 《HIV 감염 7주년 축하 RSVP》과 페미당당의 아카이브전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를 관람했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었다. 반찬가게를 겸한 가정식뷔페 같은 것이 있길래 슬쩍 들여다 보다 주인이 왠지 무섭게 생겨 돌아섰는데 그가 쫓아 나와 식사를 권했다. 무서운 일은 물론 없었고 그는 친절했다.

전시를 보고 10분 좀 안 되는 거리를 걸어 지하철을 탔다. 반 정거장쯤 가자 우산을 두고 왔단 것이 떠올랐다. 지난번 혹은 지지난번 서울 방문 때 비를 만나 급히 산 우산이었다. 아무거나 집은 게 비닐우산이어서 내려놓고 다시 결제한 장우산. 누가 써도 쓰겠지, 생각하며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우산은 맘편히 (잃어)버리곤 한다.

저녁엔 춤추는허리 워크숍. 부끄러운 걸 이것저것 잔뜩 보이고 나왔다. 마치자마자 시외버스를 타고 제천행. 비가 왔던가, 그랬다면 택시를 타고 귀가했을 것이다.

2021.08.27.(금)

스터디가 있는 날이었지만 일이 많아 취소했다. 많아도 너무 많다 싶었는데, 일의 내용을 잘못 안 것이었다. 다른 일로 담당자와 얘기하던 중에 우연히 알았다. 낮엔 카페에서 일했겠지, 집에서 새벽까지 한 끝에 그럭저럭 마쳤다.
점심으로는 보리밥을 먹었다. 저녁으론 뭘 먹었을까. 밤에는 셀프세탁방에 다녀왔다. 며칠째 비가 와서 빨래가 마르질 않은 탓이다. 이사 온 초기에도 그랬는데, 코인세탁방을 검색했더니 제일 가까운 곳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라 포기했더랬다. 곤드레밥집 근처에서 본 세탁방 간판이 셀프세탁방인 걸 떠올리고 그렇게 검색했더니 가까운 곳에 하나가 떴다. 종종 다닌 곳인데도, 간판을 하나하나 읽은 상가에 있었는데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곳이었다. 방바닥에 뒹굴고 있는 압축팩에 빨래를 담아 들고 덜렁덜렁 걸었다.

21.08.28.(토)

다른 마감이 하나 있었는데 종일 깨작거리기만 하고 마치지 못했다. 감이 안 잡혀서이기도 했지만 이날까지 초안을 공유하고 일요일 회의에서 확정하는 일정이라 긴장감이 떨어지는 탓이기도 했다.

점심은 옹심이. 저 일은 카페에서 했다. 저녁은 베트남쌀국수집에서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유부초밥 만들 때 쓸까 싶어 비닐 장갑을 샀다.

일을 마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다. 생각 없이 걸었는데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세 시간쯤이 지나 있었다. 낮에 산 빵인지 과자인지를, 그러니까 마들렌이니 휘낭시에니 하는 것들을 먹었다.

21.08.29.(일)

오전부터 회의. 다른 멤버들은 물론 잘 해 왔다. 한 멤버가 자기 파트를 둘로 나누어 해 왔고 마침 나는 안 해 왔으므로, 분류를 새로 정해 내가 했어야 하는 것들은 거기에 채워 넣기로 했다. 덕분에 일을 덜었다.

그렇게 맡은, 미뤘던 일은 새로 문을 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오는 길에는 또 마들렌이며 휘낭시에며를 샀다. 오전의 화상회의엔 집에서 접속했다. 점심도 집에서 먹었다. 파스타. 저녁은 뭘 먹었더라.

21.08.30.(월)

점심은 예의 파스타집에서 먹었다. 저번엔 치즈만 올라간 피자를 먹었으므로 이번엔 샐러드가 올라간 것을 주문해 보았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샐러드와 정확히 똑같은 것이 올라간 피자가 나왔다.

카페에 앉아서는 일을 좀 했을까 그냥 놀았을까, 가물가물하다. 지난 목요일에 잠시 컴퓨터가 먹통이 되었다. 켜둔 채로 상판을 덮었다가 열었는데 대기모드에서 빠져나오질 않았다. 강제로 전원을 끄고 다시 켜 보았지만 여전히 먹통. 십여 분 후에 켜보니 되길래 잠깐 전원부에 문제가 생기거나 한 줄 알았는데 액정 케이블이 접촉불량이었던 모양이다.

카페에서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금방 회복되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잠시 후 완전히 먹통이 되었다. 예정보다 일찍 귀가했다. 오는 길에 생협 매장에서 빵과 잼을 비롯한 몇 가지를 샀다. 집에서 노트북을 분해해 케이블을 뺏다 다시 꽂았다. 바꿔 꽂을 중고 부품이 집 어디엔가 있다고 생각하고 분해부터 하고 나서야 얼마 전에 버렸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탈거-재장착만으로도 아직 멀쩡히 작동하고 있다. 재조립하면서 드라이버가 망가졌다. 또 고장나면 바로 고치지는 못할 것이다.

저녁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

21.08.31.(화)

집에서 일했다. 점심은 김밥과 도넛을 사다 먹었다. 저녁은 피자를 시켜 먹었다. 일하던 중에 의자가 왔다. 청소기와 함께 주문했고 상품 안내대로라면 오래 전에 확인 전화가 왔어야 했다. 택배사가 아닌 판매사 배송 라인을 통해 오는 것이라 주문 여부와 내역 확인, 착불 배송료 안내, 배송 일자 조율 등을 따로 거친다고 했다. 감감무소식이라 두어 번 주문을 취소할까 생각했지만 상담전화를 운영하지 않는 시간대에만 생각이 나서 그러지 못했다. 취소한다면 근처에서 중고거래를 할 요량이었는데 원체 매물도 적은데다 한동안은 비가 와서 사러 다녀올 수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의자를 두 개 샀다. 하나는 멀쩡했지만 하나는 몸통이 조금 휘어서 끄덕거린다. 의자 다리를 살짝 벌리고 앉으면 대강 괜찮고 플라스틱이니 쓰다 보면 펴질 것도 같아서 그냥 쓰기로 했다. 일찌감치 배송 온 청소기도 뭔가 의심스럽지만 안 되지는 않아서 그냥 쓰고 있다. 흡입력이 제품 사양에 적힌 수치에 비해 현저히 약한 것 같은데 기압계가 없으니 알 도리가 없다. 어차피 1년 무상 수리가 적용되므로 너무 답답하면 문의해 볼 것이다. 머리카락이나 먼지는 잘 빨아들인다.

피자를 먹으면서는 올 초인지 작년인지에 한 드라마 《나빌레라》를 봤다. 연기도 연출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현대예술이란 이런 건가…하며 봤다. 노년 배우들은 연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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