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도 밀리고 가계부도 밀린다. 일을 붙들고 있긴 한데 집중은 안 한다.
2021.08.19.(목)
카드 결제 기록에 따르면 점심으로는 김밥과 라면을 먹었다. 예의 500원 싼 집 옆에 있는, 그 전에 간 적이 있는 분식집에서다. 마트에서 유부를 샀는데 이날 먹지는 않았다. 저녁으로는 뭘 먹었을까, 또 다른 결제 기록에 따르면 집 앞 카페에서 스콘 세 개를 샀다. 이것도 한 개만 먹은 것 같은데.
휴대전화 사진첩을 열어 보니 낮엔 카페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오래는 아니었을 것이다. 해가 지기 전에 산책을 나갔다. 오랜만에 필름 카메라를 들었다. 꽃과 길을 조금 찍었고 사람도 찍었다. 저녁으로는 뭘 먹었을까…
2021.08.20.(금)
유부는 이 날 먹었다. 유부 초밥을 해 먹고 잠깐 카페에 갔다가 스터디가 있어 금세 귀가했다. 부랴부랴 움직여 겨우 시간 맞춰 자리에 앉고서야 깨달았다. 스터디는 다음날이다. 30분 정도만에 다시 같은 카페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고 스콘을 먹었다. 일을 했겠지. 그러다 또 깨달았을 것이다, 저녁엔 회의가 있다. 또 유부 초밥을 해 먹고 잠시 밍기적대다 회의에 5분쯤 지각했다. 담배는 과연 언제 끊을까, 오랜만에 전자담배를 샀다. 좀 적게 피우기는 한다.
2021.08.21.(토)
오전엔 나가서 볼일을 좀 보고 들어왔다. 점심은 고속터미널 앞에 있는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에서 먹었다. 만 원짜리 한정식. 고기메뉴가 하나 섞여 있었다. 남기지 않고 먹었다. 솥밥에 뜨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게 되어 있었는데 솥이 뚜껑 없이 나왔다. 그런 건 처음이었지만 탈없이 숭늉이 나왔다. 후식으로 나온 약초 식혜는 묘한 맛이었다.
오후 내내 스터디를 했고 저녁으로는 옹심이. 그러고는 카페에 앉아 일을 또 찔끔, 했다.
2021.08.22.(일)
조정한 마감일. 카페에서 간만에 나름대로 집중해 일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생각보다 양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른 저녁 쯤, 30분어치 정도 남은 상태가 되었다. 남은 건 밤에 한 시간 반에 걸쳐 하기로 하고 빈둥댔다. 나름대로 집중했다, 고 생각했는데 몇 시간 안 앉아 있으면서 산책을 몇 번이나 나갔다 왔더랬네.
카페에 가기 전엔 점심으로 죽을 먹었다. 카페를 나와서는 시내를 돌았다. 밥 먹을 곳을 찾다 실패하고 ― 일요일엔 문을 닫는 집이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고깃집만 너무 많다 ― 빨간오뎅, 이란 걸 먹었다. 꼬치오뎅에 무언가 붉은 색 양념을 바른 음식이다. 노점식 떡볶이와 김말이도 먹었다.
와플을 하나 사먹었다. 시내로 나간 건 도넛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저녁을 먹고 와플을 먹고 거리를 구경하고 느지막히 갔더니 매진이라고 했다. 집까지 한 시간 조금 안 되게 걸어 귀가했다. 오는 길엔 베개를 샀다. 베개를 사면서였을까, 티브이에서 도쿄 패럴림픽에 초등학생 관중을 들이는 문제에 관한 뉴스를 잠깐 보았다.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논란, 이라고 했던 것 같다. 패럴림픽의 교육적 효과, 장애인의 성취 같은 것들을 조금 생각했다. 실은 나는 생각하지 않았고 친구의 생각을 물었다.
집에서는 한참 누워 있다가 한 시간 조금 넘게 들여 남은 일을 마쳤다. 월요일 아침까지 보내겠다고 말해 두었으므로, 메일은 이튿날 아침에 쓰기로 하고 다시 누웠다.
2021.08.23.(월)
아침에 메일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오후에야 일어났다. 밥을 먹고 카페에 앉았는데 인터넷이 안 됐다. 회선 문제라면 휴대전화를 써서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노트북이 고장인지 휴대전화를 거쳐서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했다. USB 메모리도 데이터 케이블도 없었다. 속수무책. 잠시 미적거리다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USB 드라이브를 찾기 전에 괜히 한 번 웹브라우저를 띄웠는데 집에서는 문제 없이 작동했다. 메일을 보냈다. 잠시 또 쉬었겠지, 그러고는 바닥에 주저 앉아 짐정리를 시작했다. 커다란 상자에 아무렇게나 섞여 있는 장식품들을 꺼내 책꽂이에 진열했다. 전선도 여러 개가 나와 분류하고 닦았다.
아침에 샤워를 하다 말고 휴지걸이를 뗀 자리에 선반을 설치했다. 택배로 받은 새 휴지걸이는 아마도 전날 달았을 것이다. 그 전날엔 욕실장도 바꾸어 달았다. 그날 혹은 그 전날, 친구가 보내준 커튼이 도착해 설치했다. 기약은 없지만 도배를 새로 할 방이라 벽에 이미 나 있는 못구멍을 활용해 임시로 달았다. 부실하다. 정신이 없어 친구에게 인사를 아직 못했네.
싱크대 아래에 넣어 둔 자루에서 전선 수십 개를 꺼내 또 분류하고 닦았다. 앞의 것과 함께 다른 상자 ― 책꽂이 위에 둘 수 있는 납작한 상자, 청소기 상자다 ― 에 옮겨 담았다. 많이 버렸다. (아직 버리지는 않았고, 버릴 봉투에 담아 두었다.) 싱크대 아래에 상자가 하나 더 있는데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두렵다. 집에 앉아 짐을 정리하면서 계속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그럭저럭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