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3.(금)

이삿짐 옮긴 날을 기준으로 딱 2주가 되었다. 그날엔 쓰지 않았으므로 이것이 열네 번째 일기다.

서울에는 세 번 다녀왔다. 첫날 짐만 내려 두고 살던 집을 청소하러 간 것을 빼면 두 번. 친구를 몇 만났고 회의를 하나 했고 리뷰를 써야 하는 연극을 한 편 보았다. 제천에서는 온라인으로 회의를 두 번, 스터디를 한 번 했다. 화상통화를 한 사람은 두 명이다. 원고는 한 편을 썼다. 원래대로라면 어제까지인 마감이 하나 더 있었지만 일이 추가되면서 다음 주로 밀렸다. 그리 하여 다음 주엔 한 편의 번역과 두 편의 글을 보내야 한다. (번역도 글이지만.) 이번 주에도, 다음 주에도 한 번씩 서울에 간다.

아침 일찍 책상에 앉았다. 두 단락 정도를 번역하고는 어제의 컨디션 난조가 가시지 않은 것이 느껴져 다시 누웠다. 잠들 것 같아 알람을 맞추고 친구에게도 제때 깨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작 누워보니 잠들 기미는 없어서 친구가 아직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송취소했다. 그리고는 까무룩. 몇 분 지나지 않아 내 코고는 소리에 깼다. 마침 친구가 (취소하지 않은 다른 메시지에) 답을 보내 왔다. 어김없이 뒹굴고 노닥거리며 오전을 보냈다. 몸이 좀 괜찮아졌다.

점심은 또 콩국수, 로 정하고 길을 가다가 근처의 메밀막국수집으로 들어갔다. 비빔막국수를 시켰다가 메밀콩국수라는 것이 보여서 얼른 다시 주문했다. 콩물이 좀 달았지만 소금을 치니 먹을 만했다. 소금을 좀 많이 쳤다. 면도 많았고 삶은계란도 들어 있었다. 건더기만으로도 배가 차서 콩물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콩국수를 먹기 전에 따라 둔 물도 반 컵만 마셨다. 생각해 보니 그 전에 먼저 보리밥 약간을 먹었었네.

카페에 앉았다. 거의 저녁 때가 되도록 일은 하지 않았다. 다섯 시쯤 비로소 번역을 시작하며 보니 몇 시간 전에 번역하다 만 문장 반쪽의 끝에서 커서가 깜빡였다. 여섯 시 조금 지나까지 했을까, 얼마 하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택배를 이용하는 것과 대기업 매장을 이용하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쁠지를 생각하다 생각 났을 때 사지 않으면 생각만 하다 시간을 다 보내리란 데 생각이 닿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수퍼에 들렀다.

입구에서는 어느 방송국 무슨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라는 해비타트 팀을 마주쳤다. 무어라 말을 걸길래 무심코 다가갔더니 스티커를 붙여 달라며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독거 노인과 빈곤 아동(후자는 정확히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두 개의 칸이 있고 사진 위로 스티커들이 어지러이 붙어 있었다. 편히 도우실 수 있다면(역시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쪽을 먼저 돕겠냐고, 그 쪽에 스티커를 붙여 달라고 했다. 이미 내 손 끝에 붙어 있던 스티커를 돌려주고 돌아섰다. 희미하게 웃으며 그냥 갈게요, 하고만 말했다.

식기건조대를 사고 싶었지만 팔지 않았다. 프라이팬을 들었다가 뚜겅을 팔지 않길래 제자리에 두었다. (표기된 사이즈만 보고 뚜껑을 따로 샀더니 미묘하게 크기가 맞지 않았던 적이 있다.) 유리 물병도 필요했지만 찾아보지 않았다. 식재료라도 살까 하다 역시 그만 두었다. 적어도 식재료는 집 앞 마트에서 사는 편이 ― 대기업을 피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운 날 먼 거리를 들고 걷는 것은 현명치 못하므로 ― 나을 것이었다. 이 마트에서는 식기건조대도 프라이팬도 물병도 아직 살펴 보지 않았다.

또 일과가 끝나지 않았지만 쓴다. 밤에는 최대한 끊지 않고 일해야 한다. 그 전에, 그러니까 지금, 잠시 산책을 다녀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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