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마비되는 꿈은 꽤 자주 꾸는 편이지만 대개는 일시적 마비임을, 애초에 꿈임을 알고 있다. 물론 꿈이라도 괴롭지만―대부분 움직임이 마비된 상태에서 통증을 느끼거나 누군가가 집에 들어오거나 하는 식의 상황이다―깨어나면 끝날 일이므로 어려울 것은 없다. 종종 오래 걸리거나 몇 겹의 꿈을 헤쳐 나와야 하지만, 아무튼 어떻게든 잠을 깨기만 하면 되고 깨려는 시도만 하면 된다.
꿈인 걸 모르는 상태에서, 게다가 장기적으로 마비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놓인 것은 아마 처음이다. 꿈에서 장애인이 되었던 셈이다. 그냥 (disorder든 disability든) 장애를 겪은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능화 당하는disabled 사람이 되었다. 오늘 오후의 일이었다. 오랜만에 책상에 엎드려 20분, 길면 30분 쯤 되는 시간을 자다가 그랬다. 오랜만에 불편한 자세로 자서 그랬는지, 최근에 줄곧 낑낑대며 장애학 책을―장애학이라서가 아니라 책이라서―꾸역꾸역 읽다 자서 그랬는지 모를 일이다.
첫 장면에서는 꿈인 걸 알고 있었다. 척추와 경추가 둥글게 말린 채로 강직됐다. 입도 움직이지 않았다. 걸을 수도 없었다. 구급대원이었을까, 누군가 다가와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날랐다. 꿈인 걸 알았으므로 깨려는 시도를 할 순서였지만 곧 경황을 잃었다. 꿈이라는 사실도 잊었다. 다음 장면의 배경은 장애인 시설이었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여전히 내 고개는 아래를 향한 채 굳어 있었으므로 내 무릎밖에는 보지 못했고, 입 역시 굳어 있으므로 묻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병원이었을 수도 있겠다. 시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다 할 근거가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까와는 다른 사람들이 달라붙어 내게 무언가를 했다. 옷을 갈아입히거나 소변줄을 채우거나 하는 일들이었던 것 같다. 우악스러웠다. 등과 목은 뻣뻣한 느낌이 선명했는데 하반신에는 감각이 없었을까. 소변을 본 모양이다. 그들은 여전히 우악스러웠고 나는 여전히 단단히 굳어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가 소변이 담긴 주머니인지 컵인지를 들다가 내게 쏟았다.
그가 숙인 내 고개 아래로 얼굴을 비집어 넣었으므로, 그런 그의 얼굴이 섬뜩한 희열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으므로, 들다가 쏟은 것이 아님을 알고 말았다. 다른 이들은 몇이나 있는지, 그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문제의 그는 여전히 내 옆에 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무어라 외쳐 보았지만 그들에게 나는 그저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고 이유도 없이 몸을 떠는 사람일 뿐이었다.
뒤로는 꿈답게 흘렀다. 날다시피 벌떡 일어나 그를 지목해 모든 것을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탈출밖에는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문으로 무작정 들어가 만난 계단을 전혀 밟지 않고 난간에서 난간으로, 층층이 뛰어 내렸다. 그러다가 깼다. 끝내 꿈인 건 깨닫지 못했다. 잠에서 깨면 흉내도 못 낼 몸짓으로 도망을 치면서도, 나는 여전히 몸이 굳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