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2021년을 자가 격리로 시작했다. 2021년 1월 1일 18시 03분, 문자 한 통이 왔다. “〈관악구 보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 12월 24일 ~ 12월 30일 ○○○○○ 본점(△△로 ×××)에 방문하신 분께서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가까운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미리보기 창에 뜬 이만큼을 읽고 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했다. 며칠 전에 어디에선가 낙지덮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간 그곳이었다. 발신 번호로 전화를 걸어 선별진료소 운영 시간을 확인했다. 누군가가 구청 당직실이라며 전화를 받았다. 내일 아홉 시에 오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문자 메시지를 마저 읽었다. “검사 전까지는 외출, 타인 접촉을 피해주시기 바라며 검사 후에도 결과가 나올때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자택에서 대기하여 주시기 바립니다. // 이 문자는 방명록을 기준으로 발송되오니, 동행인에게도 알려 검사 받으시길 바랍니다.”

방명록에 “외 1인”과 같은 식으로들 적는 것을 보며 그날 누구와 식사했는지 기억이 안 나면 어떡하나 하고 종종 생각했다. 나는 혼자였으므로 적어도 당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내가 그 식당에 간 것은 12월 27일. 그 후로 두 번을 마스크 없이 누군가를 마주했으므로―밥을 함께 먹었다―그들에게 우선 알렸다. 나를 거쳐 누군가에게 옮았다면 물론 큰일이지만, 저 식당에서는 말없이 밥만 먹고 금방 나왔으므로 많이 걱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늘 저녁을, 내일 낮에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꼬박 하루 더를, 집에서 밥을 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곤란했다. 요샌 도통 밥할 마음이 생기질 않아서 거의 식당에서만 먹는다. 아침부터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도 해 질 녘에야 첫 끼를 먹는 날도 종종 있다.

이튿날 일어나자마자 씻고 보건소를 향했다. 보건소 외에도 진료소 두 곳이 더 있지만 이곳이 제일 가까웠다. 대기실이 보일 즈음 그 앞에 선 누군가가 무어라 말을 걸며 손짓을 했다. 검사를 받으러 왔느냐, 그렇다면 저 뒤로 들어가라. 줄은 길었지만 사람들 사이에 간격을 꽤 두고 있었으므로 수가 많지는 않았다. 여남은 명 쯤 되었을까. 줄을 서 있자니 아까 그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같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므로 알 도리가 없었다―이 비닐장갑을 건넸다. 잠시 후 또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서류를 들고 다가왔다. 증상이 있는지, 왜 왔는지를 물었다. 흡연 여부도 물었다. 문자 메시지를 받고 왔다고 하자 그가 먼저 식당 이름을 댔다. 그렇게 몇 가지를 기입한 후 그는 서류를 내밀며 인적사항을 쓰라고 했다.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 성별, 주소, 연락처, 직업 정도를 쓴 것 같다. 허위 사실을 적으면 처벌받는다는 문장이 보였다. 웹사이트 회원 가입 할 때 보는 것만큼 자세한―어떤 정보를 수집해 어떤 용도로 쓰며 그것을 몇 년간 보관하는지, 파기 요청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등의―안내는 받지 못했다.

줄이 끝나고 접수대에 이르렀다. 서류를 내밀자 담당자가 명단에 몇 가지를 옮겨 썼다. 다시 서류 하나를 받았던가, 아니면 이름과 일련번호가 붙은 검사키트를 받았던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접수대는 두 곳을 거치게 되어 있었다. 첫 번째 창구에서는 앞에 붙은 안내문을 읽으라고 했다. 먼저 입을 벌리고 그 다음에 콧구멍을 보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증상 여부를 묻고 끝내지 않고 인후를 확인하나 보다 했다. 검사대 앞으로 가는데 아직 소독 중인지 물러서라고 했다. 잠시 후 그 옆 검사대에서 먼저 불렀다. 검사키트―면봉 두 개와 채취를 마친 면봉을 담는 통이었던 것 같다―를 내밀었다. 접수대에서 서류도 받았다면 같이 내밀었을 것이다. 키트를 받아 든 이가 입을 벌리라고 했다. 유리벽인지 아크릴벽인지를 사이에 두고도 잘 보일까, 생각하는 찰나 그가 면봉으로 내 목구멍을 훑었다. 코로 검사한다는 말만, 그나마도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들었었는데. 당황했지만 헛구역질을 하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턱을 들어 콧구멍을 보였고 그가 다른 면봉을 밀어 넣었다. 면봉이 뇌까지 들어가는 기분이라고들 해서 겁먹고 있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들어올 것을 알면서도 그저 당황했지만 이번에도 헛구역질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무언가 소리는 낸 것 같다. 코에서 면봉을 빼며 그는 잘 하셨어요, 하고 말했다. 왜인지 그 점이 슬펐다.[1]투명한 벽에 난 구멍에 붙은 장갑에 손을 넣은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는 구조다. 초기에 한 명 한 명 검사할 때마다 방역복을 갈아입어야 했던 … (계속)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다. 하루면 결과가 나온다고 들었지만 진료소에 최근 검사량 폭증에 따라 최대 이틀이 걸린다고 적혀 있었으므로 어쩌면 적어도 여섯 끼를 꼬박 지어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속이 탔다. 한 시간 넘게 뭉그적대다가 조금 늦은 시각에 점심을 해 먹었다.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부엌에 갔더니 어제 저녁을 먹고는 씻지 않은 냄비가 싱크대에 들어가 있어서 카레를 하기로 했다. 야채를 볶고 강황가루를 꺼내면서야 토마토소스가 없음을 깨달았다. 야채 간장 조림 같은 걸로 대충 메뉴를 바꿀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기엔 기름을 너무 많이 부은 참이라 밍밍한 카레를 먹기로 했다. 오래 전에 사 둔 레드커리 페이스트(여기에도 토마토소스는 들어있지 않다)가 있는 것이 생각나 조금 섞었다. 얼마 전에 사고는 쓰지 못해 마침 남아 있는 치즈도 조금 넣었다. 못 먹을 맛은 아니었다. 그러고는 또 한참을 누워 있다가 저녁을 하러 부엌에 갔다. 어제저녁에 쓴 냄비와 점심에 쓴 프라이팬이 모두 싱크대에 있었으므로, 다시 누웠다. 또 두어 시간을 그렇게 보낸 후에야 설거지를 하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역시 오래전에 사 둔 고등어 통조림을 썼다. 비린내가 났지만 한참 끓이니 가셨다. 그렇게 저녁을 먹었다. 찌개는 세 끼 정도 먹을 분량이었다. 몇 시간 후 즉석밥을 데워 한 끼를 더 먹었다. 남은 찌개는 냉동실에 있다.

또 늦게 잤고, 오늘은 정오가 좀 못 되어 눈을 떴다. 10시 17분자로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1월 2일 실시한 △△△님의 코로나19(COVID-19Test) 검사결과는 음성(Negative)입니다. / 마스크착용, 개인위생을 위한 손씻기 강조 // ※이 문자는 검사결과에 대한 정보만을 알려드리며 해외입국자 및 자가격리, 능동감시 / 통보를 따로 받은 경우 안내받으신 수칙을 준수하셔야 합니다.” 나의 접촉자들에게 검사결과를 알리고 샤워를 했다. 원래 두 번 보내는 건지 저 식당 방문자들이 검사를 잘 안 받는 건지 첫 문자와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가 한 번 더 왔다. 이번에는“이미 검사 받으신 분들은 중복해서 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는 문장과 보건소 운영 시간 안내가 덧붙여져 있었다.

집에 붙어 있지 않고 식당에 다닌 탓으로 이런 일을 겪은 후의 일로는 현명치 않지만, 식사는 나와서 했다. 검검사결과가 정말로 이틀만에 나왔다면, 혹은 양성이 나와서 한참을 더 격리하게 되었다면, 좁은 방에 갇혀 지내는 불편과 불안이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저 밥 몇 끼 해 먹는 문제로 끝났다. 그나마도 오래가지 않았을지 모른다. 배달은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두고 사느라 그런 것이지, 마음만 먹으면 밥은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된다. 집에 있는 식재료가 많지 않았지만 그 역시 클릭 몇 번으로 주문할 수 있다. 격리 기간 동안의 돈벌이를 제하면, 나로서는 택배로 살 수 없는 담배 정도가 문제였을 것이다. 당뇨라든가 하는 이유로 아무 음식이나 시켜 먹을 수 없는 사람, 그러나 인터넷을 하지 못해 재료 주문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런 종류의 문제에 대한 안내는 전혀 받지 못했으므로.

1 투명한 벽에 난 구멍에 붙은 장갑에 손을 넣은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는 구조다. 초기에 한 명 한 명 검사할 때마다 방역복을 갈아입어야 했던 문제를 해결해 준 어느 의료인의 아이디어. 키가 작거나 휠체어에 앉은 사람을 검사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나와 같은 시간대에 검사를 받은 이들은 모두 키가 닿았고 검사대에 충분히 붙어설 수 있었으므로 그런 경우 어떻게 하는지는 보지 못했다.

대화에 참여

댓글 2개

  1. 4월 2일. 두 번째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아주 약간 있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의 밀첩 접촉자인 A와 칸막이 없이 마주 않아 대화를 한 날이었다. 걱정할 이유는 저번보다도 훨씬 적었지만 일정이 흐트러지면 안 될 시기라 “본인 원함”으로 분류되는 검사를 받았고, 이튿날 오전에 결과 통보 문자 메시지가 왔다. 저번과 다른 곳에서 검사를 받았고, 문자 메시지 문구도 달랐다. 면봉은 입에는 넣지 않았고―이번에도 두 개였으므로 하나는 그냥 버려졌을 것이다―코에는 저번보다 깊이 넣었다.

    [Web발신]
    [○○○보건소] △△△ 님의 코로나-19 검사결과는 음성(Negative)입니다. 감사합니다.
    검사일자: 21.4.2.
    검사기관: ○○○ 보건소 선별진료소
    검사방법: Real time RT- PCR
    검체명: 비인후도찰물

  2.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명 〈지금의 접종 계획에서 재가 장애인은 백신을 맞을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 장애인 피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하라!〉(21.04.13.)

    “[…] 정부는 감염 및 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거주형태는 어떤지, 어떤 특성을 가진 장애인에게 특별히 피해가 가중되었는지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통계청이 연령, 성별, 장애정도에 따른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에서는 정확한 파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에 적절한 대응방안 또한 없다.
    선별진료소만 하더라도 출입문이 좁거나 턱이 높아서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어, 먼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긴 시간 투석을 해야 하는 신장 장애인은 보건소까지 멀리 이동할 수 없다. 예방접종센터 또한 보건소를 중심으로 설치되고 있다. 2018년 장애인편의시설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보건소의 편의시설 설치율은 다른 공공시설의 평균보다 낮다. 정부도 장애인이 체감할 만한 접근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예방접종센터 지침에 따르면 예방접종센터의 장애인편의시설 기준으로 △승강기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도움벨 △점자유도블럭 등 5가지만을 제시하고 있다. 점검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5가지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해도 과연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될지 의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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