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망원역 근처에 있는 민중의 집이라는 곳에서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일본의 독립 다큐를 상영한다기에 보러 갔다가, 망원역 근처를 한바퀴 둘러보고 왔다. 그래봐야 서울이지만, 내가 다녀본 서울의 동네들 중에서 제일 좋아 보였다. 높지 않은 건물들, 사람들로 가득한 재래시장, 서울 치고는 비교적 싼 집세, 가격에 비하면 꽤나 좋은 입지, 뭐 이런 것들이 말이다. 물론 민중의 집을 비롯한 지역 운동의 인프라도 꽤나 잘 되어 있는 곳이고. 심지어 주민센터, 그러니까 동사무소에서 벽화 그리기 강좌를 할 정도의 동네라면 좀 오버일까.
망원동이 좋다는 말은 조약골 씨의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었다. (좋은 의미에서의) ‘변태들의 동네’라고 그는 말했다. 나도 찾아 가 보고야 그 말을 실감했달까. 그냥 이웃 사이 정이 돈독하다는 정도일 걸로만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생기가 있는 동네였다. 재래시장은 물론이고 근처의 일반 상점들 앞에까지 펼쳐진 좌판들에는 ‘골라 골라’ 식의 호객이 성행하고 있었고, 적지 않은 이들이 거리를 돌아 다니고 있었다. 자전거가 많았고, 건물들은 낮았고, 약간이었지만 비가 오는데도 뛰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민중의 집은 사실 이름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래저래 어깨너머로 본 바로는 괜찮은 곳인 듯하다.(다만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천원 강좌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강좌들을 열고, 화요일에는 주제가 있는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만찬회[?]도 연다. 늦게 가서 무슨 주제가 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직접 만들어 먹었던 데마끼てまき는 맛있었다. 사무국장님의 말로는, ‘공동체의 느낌’을 배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단다. 식대는 2000원. 매월 마지막 화요일에는 영화 상영도 함께 하는데, 이번주에는 양파 극장이라는 단체와 함께 <아마추어의 반란>을 상영했다.
<아마추어의 반란>의 내용은 위에 있는 링크에서들 보시고… 무서운 아저씨들[?]이 주인공인 탓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꽤나 재밌었다. 평소에 이래저래 하던 생각들에 좀 힘을 얻기도 했고. 양파 극장은 돈이 없었던 건지 시간이 없었던 건지, 90분 짜리 DV 테잎을 사지 못했다며 80분 짜리 영화를 테잎 두 개에 담아 40분씩 끊어서 보여주었다. 양파 극장이라는 단체도 좀 더 알아보고 싶은데, 검색에 딱히 걸리는 게 없다.
아무튼, 망원동에 살고 싶다. 사실은 시골에 살고 싶은 거지만, 일단 친구들이 다 서울에 사니까 나도 당분간은 서울에… 기왕이면 망원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