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6.(월)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더디고 더디게. 전후로 두 끼를 모두 파란만장하게 먹었다.

점심께에 집을 나섰다. 시내쪽, 으로 방향만 정하고 계획 없이 걷다가 분식집에서 아무 찌내가 먹기로 했다. 그러다 이내 라면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원래 가려던 분식집은 길을 한 번 더 건너야 했으므로, 하지만 라면을 먹을 것이라면 조금 더 가면 나오는 라면과 김밥만 파는 분식집에 가도 되므로, 그대로 더 걸었다. 기껏 도착했더니 휴무. 생선구이를 먹기로 하고 조금 더 갔다. 생선구이집은 다른 데로 이사를 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을까 하다 지난 주에 여러 끼를 콩나물국으로 먹었음을 떠올리고 더 걸었다. 하릴 없이 마냥 걷다가 터미널 지나 어느 골목에 있는 ― 내 생활권 최외곽에 해당하는 ― 다른 생선구이집을 향했다. 또 휴무. 결국 생활권 밖이라 해도 좋을 만한 곳에서, 결국 콩나물국밥집에 들어갔다. 두어 주 전에 가 본 적이 있는 곳이다. 그땐 황태콩나물국을 먹었다. 이번엔 쭈꾸미비빔밥을 먹었다.

터미널 근처 카페에 앉아 느린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이 되어 휴무인 생선구이집 옆에 있는 보리밥집엘 갔다. 늘 보리가 없다며 쌀밥도 괜찮냐고 묻는 그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번에도 그는 기운 없는 얼굴로 맞았다. 식사 하실 거냐는 알 수 없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자리에 앉자 물병을 내어 와서는 요즘 문제가 좀 있어서 밥에서 모기가 나올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으시겠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가 한참 생각해야 했다. 벌레 모기 말씀이시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영문이 너무도 궁금했지만 묻기는 곤란했다. 다음에 오겠다는 ― 아마도 거짓이 될 ―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섰다.

쭈꾸미비빕밥을 먹은 콩나물국밥집을 지나 가본 적 없는 골목에서 “○○네 밥집”이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에 들어갔다. ○○은 주인일까 주인의 자녀일까.[1]『단명소녀 투쟁기』(현호정, 2021)에는 은주네수퍼라는 가게를 했던 은주라는 인물이 나온다. 주인공 구수정은 어린 시절 그 이름을 보며 … (계속) ○○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게 생긴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 (여성에겐 어지간하면 붙이지 않을 이름이었고 여성들이 일하고 있었다.) 가격은 싼 편이고 찬은 푸졌다. 메추리알 표면이 아주 단단했다. 고등어가 들어갔을 메뉴가 전혀 없어 보였는데 원산지 표시판에 고등어가 적혀 있어 기이하게 여겼다.

1 『단명소녀 투쟁기』(현호정, 2021)에는 은주네수퍼라는 가게를 했던 은주라는 인물이 나온다. 주인공 구수정은 어린 시절 그 이름을 보며 ‘불경하다’고 생각했다. 불경하다는 단어를 모른 시절이었으므로 큰따옴표는 쓸 수 없다. 그 감정이 저 단어로 표현되는 것임은 나중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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