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2-03.(목-금)

2021.12.02.(목)

뭘 했는진 모르겠다. 잡다한 할일이 몇 가지 있었다. 전날 메모지에 적어 노트북 위에 얹어 두고 잤는데, 이날 짐을 싸면서는 메모지는 버려두고 노트북만 챙겨 카페에 갔다. 결국 일은 하지 못했다. 실은 메모지를 두고 가서, 그러니까 할일이 기억나지 않아서는 아니고 그냥 담배 참느라 집중이 안 돼서. 메모지에 뭘 적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일부만 생각 나고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나 귀가해 확인해 보니 그 일부가 전부였다. 그것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영어 위키피디아의 “반복명 목록List of tautonyms” 페이지를 들추었다. 같은 단어가 두 번 반복되는 학명을 모아 둔 페이지다. 마운틴 가젤은 가젤라 가젤라Gazella gazella, 개복치는 몰라 몰라Mola mola, 이런 식의 이름들.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고릴라 고릴라Gorilla gorilla, 그러니까 서부고릴라다. 두 항으로 된 이름까지만 싣는 이 목록에는 없지만, 서부고릴라에 속하는 서부저지대고릴라의 학명이 참으로 백미다 — 고릴라 고릴라 고릴라Gorilla gorilla gorilla.

저 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식의 작명은 동물학에서만 허용되며 식물학에서는 한 글자라도 달라야 한다고 한다.

2021.12.03.(금)

원래라면 친구와 스터디 모임을 해야 했지만 친구의 일정 문제로 한 주를 미루게 되어 정해진 일 없이 보냈다. 책을 읽기로 하고 카페에 앉았지만 거의 읽지 못했다. 평소와 다른 곳에 갔지만 환경이 바뀐 영향 같은 것은 없었고 그냥 늘 그렇듯 그랬다. 식당 결제 기록이 없는 걸 보니 두 끼 모두 콩나물국을 끓여 먹은 모양이다. 전날은 황태콩나물국을 끓여 먹었을 것이다. 잡화점에 들러 커튼 레일을 사다 달았다. 지난 7월부터 내내 미루어 온 일 중 하나다. 커튼을 사진 않았다. 7월부터도 이미 갖고 있었던, 정확히는 그 세 해 전부터 갖고 있었던 — 서울 살 때 쓰던 — 얇은 천을 걸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