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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쯤 학교에서 나가는 마을 버스를 타면 나오는 방송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농협의 공익 광고, 하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청에서 제작한 충고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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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공익 광고는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라는 자동차 사이드 미러 경고문을 언급하며 당신에게 힘이 될 사람도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말한다.
그런데 말이지, 이 사람아, 그 문구는 가까이에서 언제 들이받을지 모르니 조심하란 거잖아. 안 와닿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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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은 청소년 충고. 앵커는 학벌이 별로이던 자신은 처음에 중책을 맡지 못하고 한직에 밀려나곤 했었는데, 맡은 일을 하며 자리를 지켰더니 결국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며, 청소년 여러분도 당장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열심히, 기회가 오면 언제라도 잡을 수 있게, 준비하고 노력하라 말한다.
진리다 이건. 한국의 직장에서 요직이 주어지는 건 학벌순, 연공서열순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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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정류장을 향해 오는 버스는 언제나 내등이 꺼져 있어, 운행을 끝내고 차고로 들어가는 중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늘, 알고보면 사람이 너무 많아 내등 빛이 새어나올 틈이 없었던 것 뿐이다. 이 사람들이 다 대학원생은 아닌 것 같은데, 뭘 이리 늦게까지들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