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인종학살과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장애 권리의 허상 (아마니 이사, 2025)

원문: Amanie Issa “Gaza’s Genocide and the Fragility of Israel’s Disability Rights Claims,” Irish Centre for Human Rights Blog, 2025.01.28.

근년 들어 이스라엘은 장애 권리를 옹호하는 것으로 국제적인 찬사를 받아 왔다. 이스라엘의 정책들은 종종 장애인 사회통합inclusion, 접근성, 돌봄의 모범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격화되어 수천 명을 부상, 피란, 트라우마로 몰아넣으면서, 치밀하게 쌓아 올린 이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끔찍한 폭력이 이스라엘이 장애 권리를 옹호한다는 통념과 정착자 식민 체제가 손상의 생산을 무기로 휘두르는 현장의 지독한 현실 사이의 깊은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인종학살 전술로서의 손상 생산하기

가자에서 부상과 손상은 ‘충돌’의 안타까운 부산물이 아니다. 의도적인 군사 전략의 직접적인 결과다. 이스라엘 점령군의 — 인구 밀집 지역과 병원·학교·주민센터 등 필수 기반시설을 겨냥하는 — 공격은 수많은 이들에게 장애와 트라우마를 입힌다. 이런 부상들은 산발적인 사례들이 아니라 몸, 정신, 공동체를 겨냥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을 와해시키고자 하는 폭력 패턴의 일환이다.

이런 공격들에서 살아남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종종 삶이 바뀔 만한 장애를 입고 지원은 거의 혹은 전혀 받지 못하게 된다. 병원은 폭격 당하고 의료 용품은 반입을 차단 당하고 가자의 기반 시설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장애를 입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기초생필품조차 희소한 곳에서 장애인은 심각한 방치와 체제 상의 장벽들을 겪게 된다. 이곳에서 장애는 이스라엘이 배려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종학살 전술로서 생산하는 대상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내 ‘소개evacuation’ 명령은 장애인에게 특히 가혹하다. 사실상 즉각적인 ‘사형 선고’다. 전기, 수도 등의 공공 설비나 의료 접근성을 차단 당해 장애 팔레스타인인의 생존 가능성은 낮아진다. 아동을 포함해 수천의 사람들이 영구적 장애, 심리적 상처를 입은 채 필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수많은 이들이 잔해에 깔리거나 폭격 당한 병원에서 치료 받지 못하고 방치된다. 장애 권리를 옹호한다는 이스라엘의 이미지 뒤에 있는 잔혹한 현실이 드러난다.

이런 정책들은 우연한 일도 전쟁의 부산물도 아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몸, 정신, 삶을 장애화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반영하는 것이다. 아프고 부상 당한, 갈수록 보건의료, 교육, 고용과 단절되는 인구집단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스라엘은 개개인은 물론 여러 공동체, 여러 세대 전체를 장애화하는 체제를 영속화한다.

이스라엘의 장애화 정책은 정착자 식민 지배의 목표들 — 그 땅에서 선주민 인구를 통제, 추방, 제거하는 것 — 에 매끈하게 이어진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장애화하기

체제 수준에서 손상을 생산하는 것, 장애화를 벌이는 것은 이스라엘 정착자 식민 기획의 핵심이다. 현재 가자에서 이어지고 있는 인종학살의 참상에 비추어 보면, 이스라엘의 장애 권리 이미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체계적 장애화, 쇠약화debilitation는[역주1]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과 신체의 처분가능성disposability과 함께, [이스라엘 정착자 식민 기획의] 토대를 이룬다. 이 국가의 태초부터, 10월 7일의 사건과 가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인종학살의 한참 전부터 그랬다.

예를 들어 1차 인티파다 당시 — 여러 세대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고의적으로 불구로 만든maimed — 이츠하크 라빈의 “뼈 부러뜨리기Break their Bones” 정책은 저항을 억누르고 공동체들을 와해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정착자 식민적 제거에 뿌리를 둔 전술이다. 이와 유사하게,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오래도록 체제 수준의 고문, 의료적 방치, 비인간적 구금 여건을 견뎌 오고 있으며, 종종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입고 석방된다 (예로 이 글의 1장을 보라[역주2]).

이 역설의 또 한 가지 선명한 예는 이스라엘군의 로임 라호크Ro’im Rachok라는, 신경다양인, 특히 자폐인들을 ‘그들에게 상대적 강점이 있는’ 이스라엘군으로 교육하고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통합을 향한 진전으로 국제적인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팔레스타인 자폐 청년 이야드 알 할라크Iyad Al Hallaq의 끔찍한 사례와는 선명히 대비된다. 그는 2020년에 예루살렘에서 장애학생들을 위한 학교에 가는 길에 이스라엘 경찰에 사살 당했다. 이야드의 사례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장애 여부를 불문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해지는 체제 수준의 폭력과 차별, 그 패턴의 일환이다. 이런 섬찟한 대비는 장애를 대하는 이스라엘의 태도의 인종주의적, 선별적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어떤 이들에게는 사회통합과 기회가 주어지고,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처분가능성, 폭력적 제거, 비인간화가 가해진다.

이스라엘은 2012년 9월 28일에 장애인의권리에관한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CRPD)을 비준했고, 이로써 해당 조약에 따른 권리와 보호책을 보장해야 한다. CRPD의 제11조 “위험상황과 인도적 차원의 긴급사태”에 따라 이스라엘에는 무력충돌, 자연재해, 기타 긴급상황 시 장애인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명시적인 의무가 있다.[역주3] 그 책임에는 인도적 구호, 의료 서비스, 대피소 등에의 접근 보장이 포함되며, 장애인들의 구체적인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 이런 의무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을 포함해 가자 지구와 서안에서 점령 세력으로서 이스라엘이 현재 이어가고 있는 정책과 실행은 이런 의무의 이행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스라엘의 장애 권리 사업, 옹호는 그 정착자 식민주의, 점령,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폭력이라는 정책들과 함께 작동한다. ‘접근성 워싱access washing’이라 불리곤 하는 구도다.

이스라엘의 전 지구적 장애 권리 옹호, 그 충격적인 모순은 이스라엘이 한편에서는 접근성과 사회통합의 대변자 노릇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억압하는 무기로서 체계적으로 손상을 생산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장애화와 기능저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가인 이스라엘을, 장애 권리를 증진하는 국가로 여겨서는 안 된다.

장애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전 지구적 이해를 요청한다

장애 권리와 장애 정의는 동의어가 아니다. 장애 권리는 접근성, 법제화, 사회통합에 중심을 두지는 장애 정의는 체제의 폭력을 종식하고 선조들의 땅을 빼앗인 선주 민족들을 비롯한 가장 주변화되는 이들을 우선순위에 둘 것을 요구한다. 폭력, 제국주의, 정상신체중심주의ableism, 억압이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함을 강조한다. 장애 정의는 정착자 식민주의, 아파르트헤이트, 인종학살과 공존할 수 없으며, 진정으로 장애 권리에 헌신한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을 포함해 억압 받는 모든 이들에게로 연대를 확장해야 한다.

장애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이 가시화될수록 이스라엘의 자애로운 장애 권리 옹호라는 신화는 붕괴한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장애 권리 옹호를 팔레스타인에서의 행태, 특히 가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인종학살과 분리하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시기에 와 있다.


주

↥역주1 「죽음보다 고통스런 ― 재스비어 푸아의 『불구로 만들 권리』를 통해 보는 팔레스타인 인종학살」 (린제이 호지스, 2024) 참고.

↥역주2 원문의 링크는 열리지 않는데, URL을 addameer.org에서 addameer.ps로 변경하면 《2022년 연례 폭력보고서Annual Violations Report 2022》로 연결된다.

↥역주3 언급된 협약 내용은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번역을 따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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