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없는 가자 사람들의 생존 투쟁 (바샤에르 무암마르, 2026)

원문: Bashaer Muammar, “Gaza’s ID-less people struggle to survive,” The Electronic Intifada, 2026.06.23.

마날 알-사이다니Madal al-Saidai가 낡은 지폐를 수선하고 있다.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2025년 11월 11일. (벨랄 아무 아메르Belal Abu Amer / APA)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 공격으로 폐허 아래 파묻힌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개인 서류 손실도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신원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신분증을 잃어버린 많은 이들이 은행 계좌를 새로 개설하지도, 기존 계좌가 본인 소유임을 증명하지고 못하고 있다. 저축을 할 수도 인출할 수도 없는, 돈을 벌 수도 가진 돈을 쓸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마흔아홉 살 코란 교사이며 남편을 잃은 가자시 출신 나디아 알-하빌Nadia al-Habil은 2023년 10월 후로 일곱 번을 피란했다.

2023년 11월에 남쪽으로 급히 피신하면서 그녀의 가족 열일곱 명은 알-시파 병원에 짐을 두고 나왔다. 첫 피란으로 해변 난민촌에 있었던 지금은 파괴된 집을 떠난 후 한동안 의탁했던 곳이었다.

“그들이 산부인과 병동을 폭격했어요. 저희가 머물고 있던 곳이었죠.” 알-하빌은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심판의 날 같았어요. 목숨을 부지하려고, 짐은 전부 두고 뛰쳐나왔어요.”

그 짐들 중에 개인 서류가 든 가방도 있었다. 신분증 없는 사람으로서의 알-하빌의 역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가자 남쪽에 있는 관공서에서 어찌어찌 임시 종이 신분증을 발급 받았고, 그것은 치료나 구호품을 받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가자 밖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은행 계좌를 열 수도 없다.

지난해 4월, 세계은행은 가자의 은행 지점 98%가 “운영 불가능” 상태인 것으로 파악했다. 송금은 오직 온라인으로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신분 증명서가 없는 사람들을 엄청난 곤란으로 밀어넣었다.

알-하빌은 현지 디지털 화폐로 인도적 현금 지원을 하는 유니세프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마흐파자티Mahfazati — 팔페이PalPay라고도 부른다 — 에서 팔레스타인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가자와 서안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앱을 설치했고 계정도 만들 수 있었다. 겨우 얼마간의 인도적 지원을 확보했다. 그런데 돌연 전자 지갑이 폐쇄됐다.

“처음에는 제 대체 신분증이 앱에서 승인됐고, 유니세프에서 구호금을 받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계정이 비활성화된 거예요. 제 지갑을 열 수가 없었어요.”

쓸모없는 현금

알-하빌은 여러 번 팔페이 대리점을 찾아가 문의했지만 분명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마침내 대리점에서 말해주기로, 임시 신분증밖에 없는 사람은 받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그녀는 본지에 “그에게 [이미] 지갑에 있는 돈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으니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결정이 날 때까지는 그대로 있을 거라고 했어요”라고 전했다.

가자지구 대부분의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알-하빌의 가족 — 아이 셋은 그녀와 함께 살고 나머지는 결혼했다 — 은 돈 때문에 고전을 치르고 있다.

알-하빌은 남편을 여의었다. 2025년 9월에 이스라엘이 그녀의 남편 무함마드를 살해했다. 가자 정부에서 일했던 그는 가족이 남쪽으로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게 조치를 다 하고나서도 가자시에 있는 가족의 집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시신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아마도 집의 잔해 아래 묻혀 있을 것이다. 알-하빌은 지금도 그의 급료 일부를 받지만, 오늘날 가자에서는 쓸모 없는 현금이다.

이스라엘은 한참 전인 2007년부터 현금 반입을 제한했고 2023에는 완전히 차단했다. 아직도 유통되는 현금은 너무 닳아서 법정 통화 노릇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알-하빌은 “그쪽[정부]에서는 남편의 급료 대부분을 제가 쓸 수 없는 낡은 지폐로 줘요. 상점주인들, 택시기사들 — 아무도 받아주지 않죠”라고 말했다. 이것은 그녀가 전자 은행업무가 차단된 탓에 맞닥뜨리게 된 곤란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시장에서까지도, 토마토나 빵, 쌀 몇 봉지를 살 때마저도, 대부분 은행 앱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

“가끔 채소나 생필품을 사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요. 이제 상인들이 대부분 은행 앱으로만 거래하고 낡은 현금은 안 받아 주거든요.”

지금은 가자시 해변 난민촌의 한 학교에 머물고 있는 알-하빌은 스스로와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고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따금 자선단체에서 주는 식료품을 받지만 필요한 최소량이나 겨우 되는 수준인데다 신분 증명서가 없어 그마저도 못 받을 때도 있다.

“미망인이자 가장이라 유니세프만 같은 기구들에서 지원을 받을 조건을 되지만 전자 지갑이나 계좌를 개설할 수 없으니 그나마도 받을 수가 없어요.”

엄두도 안 나는 수수료

서른한 살 에만 살라Eman Salah는 남편을 잃은, 어린 두 아이 — 여섯 살 후르Hoor, 세 살 아나스Anas — 의 엄마다. 이스라엘이 2024년 3월에 해변 난민촌에 있었던 그들의 집을 폭격해 남편을 살해한 후로는 주로 구호품이나 국내외 자선단체에서 제공하는 카팔라트kafalat라는 가족 후원에 의지하고 있다.

2025년 11월에 그녀는 팔레스타인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려고 했지만 왓츠앱으로 은행 직원과 상담한 끝에 2016년에 발급된 그녀의 신분증은 10년이 지나 효력을 잃었으며 계좌 개설에는 쓸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가자에서 발급 받은 임시 신분증은 팔레스타인은행을 포함해 가자 바깥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의 신분증 발급은 1967년 점령 이후로 이스라엘에서 맡고 있어, 보다 널리 인정되는 신분 증명서를 가질 길이 달리 없다.

게다가, 실물 화폐가 너무 귀하고 은행과 ATM 서비스가 거의 완전히 붕괴된 터라 환전상들은 해외에서 송금한 현금이나 수표를 현찰로 내어 줄 때 터무니 없는 수수료를 받는다.

살라는 “쿠웨이트에서 보내 준 제 딸 후르의 카팔라를 환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수수료가 높아서 [매달]” 120달러가 아니라 55달러 정도밖에 못 받아요.”

2025년 마지막 달에 이스라엘이 가자에 기근을 일으켰을 때는 훨씬 더 가혹했다. 받을 돈의 1/3밖에, 혹은 그나마도 못 받을 때도 있었다.

그녀는 “생활 여건이랑 밀가루 가격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했다. “유치원 수업료를 내야 할지 아이들 먹일 밀가루 1킬로그램을 사야 할지 알 수가 없었죠.”

유일한 해법은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지만 팔레스타인은행의 규정 때문에 불가능하다.

“후르를 후원하는 기관에 이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수수료가 더 낮은 은행 계좌를 알려 달라고 하네요. 저는 계좌가 없는데 말이에요.”

본지에서 팔레스타인은행에 수 차례 의견을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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