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조끼도 헬멧도 없는 기자 (오후드 나사르, 2026)

원문: Ohood Nassar, “A journalist without a press vest or helmet,” We Are Not Numbers, 2026.06.02.

빌린 기자 조끼를 입은 오후드 나사르. 사진: 지야드 나사르Zyad Nassar


세상 어디서든 대개 기자 조끼와 헬멧, 그리고 손에 든 카메라로 기자를 알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자에서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가자의 기자에게 조끼나 헬멧은커녕 카메라조차 없을 수도 있다. 손에 든 전화기말고는, 알아 볼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나는 2024년에, 그러니까 2023년 10월 그날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벌이는 인종학살의 와중에 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글을 쓰는 것이 내가 내 권리를, 가자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지키는 길이었다.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전쟁 중에 내가 겪은 고통들에 대해 썼다. 쫓겨나고, 집을 폭격 당하고, 인터넷도 전기도 전혀 쓸 수 없는데도 인종학살이 벌어지는 중에 공부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처음 실은 글은 2023년 말에 점령에 살해 당한 친한 친구 마리암Maryam의 이야기였다. 그 글은 《우리는 숫자가 아니다》에 실렸다.

다음으로는 《일렉트로닉 인티파다》에 인종학살 와중의 내 대학생활에 대한 글을 실었다. 이윽고 나는 가자 민간인들의 고통을 기록하는 보도문을 쓰기로, 스스로의 고통을 기록할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일을 하려면 카메라, 노트북, 마이크, 기자 조끼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게는 어느 하나조차 없다. 도무지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대 가자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점령은 기자 조끼와 전문 안전 장비의 반입을 심각하게 제한했다. 인종학살이 시작되면서 반입은 완전히 금지됐다. 어찌어찌 찾는다 해도 노트북이나 카메라는 가격이 정가의 열 배가 넘는다.

그래서 기자 조끼를 가진 기자는 조끼를 조심스레 다루고 팔지 않는다. 실은 기자의 정말로 생명을 지켜주지도, 표적이 되는 일을 막아주지도 않는데 말이다. 오히려 조끼를 입으면 더 큰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이번 인종학살 동안 260명이 넘는 기자를 표적공격했고, 그 중 여럿이 기자 조끼를 입고도 죽임 당했다. 그들의 유일한 “범죄”는 점령의 범죄와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위법 행위를 밝힌 것이었다.

가자에서는 기자 조끼를 입으면 위험에 처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느닷없이 포탄 파편을 막기 위해 조끼를 입을 수밖에 없다.

위험한 곳에서 인터뷰를 할 때나 좀 더 쉽게 인터뷰와 취재를 할 수 있도록 기자임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 때면 종종 동료들에게 조끼를 빌린다.

조끼를 손에 넣기는 결코 쉽지 않다. 조끼가 필요한 시간대가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꼼꼼히 조율해야 한다. 한 번은 동생 지야드에게 모함마드의 조끼를 빌려 봐 달라고 부탁했다. 동생의 친구인 그는 프리랜서 기자인데, 그가 조끼를 입은 걸 본 적이 있어 그에겐 조끼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생이 말을 전하자 그는 다른 친구의 것이라고,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시간을 맞추어 쓰고 있다고 했다. 내가 부탁한 시간에는 주인이 써야 해서 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기자 동료에게서 다른 조끼를 빌려다 주었다.

조끼를 입어보니 엄청 가벼웠다. 기자 조끼에 으레 들어 있는, 가자의 언론인들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진실을 보도할 때 총알을 막아줄 금속판이 없었던 것이다.

가자의 기자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구마저도 나누어 쓰는 것, 빌려 쓰는 것,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기자들은 굴하지 않고 뭐든 구할 수 있는 장비를 걸치고 계속해서 위험한 곳들을 찾아간다. 그러지 않으면 세상이 결코 보지 못할 이야기들을 기록하겠다는 결기다.

내가 입은 조끼는 그저 신분증 같은 것이었다. 내게 닥칠지도 모를 그 어떤 위험에서도 나를 지켜줄 수 없었다.

필요한 기본 장구도 구할 수 없다는 현실은 나를 막아세우지 못했다. 오히려 이 상황에 맞서도록, 어떤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기자 활동을 계속하도록 나를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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