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The Night Watchers,” The New York War Crimes, 2026.04.16.
피점령지 서안에서 저항은, 거의 고립되다시피 한 채로 이어지는 정착자들의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는 작은 지역들의 아슬아슬한 균형잡기가 되었다.

텔 알-바텐Tel al-Baten의 금요일에는 루틴이 있다. 점심 기도가 끝나면 팔레스타인 남성 수백 명이 언덕에 모이기 시작한다. 소규모 정찰대 여럿이 언덕을 올라 야유의 함성을 지르고, 내달려 돌아가 읍장과 원로들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보고한다.
텔 알-바텐에서는 자그마한 팔레스타인 마을 신질Sinjil이[역주1] 내려다보인다. 라말라와 예루살렘을 나블루스나 서안 북쪽의 피점령지와 잇는 중요한 교차점이다. [이 일대의] 산지 대부분은 표면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 통제하는 A 구역에[역주2] 속하지만, 자칭 “언덕꼭대기 청년단Hilltop Youth”이라는 시온주의 정착자 집단이 이스라엘 법정의 명령을 어기고 그곳에 전초기지를 지어 신질 마을과 그에 딸린 농지를 위협하고 있다.
정착자들은 텔 알-바텐 정상에 진을 쳤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그곳에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인다. 정착자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총을 장전한다. 1월 중순, 나도 함께했다.
텔 알-바텐을 오르기 전, 신질 읍장 모타즈 타프샤Motaz Tafsha 박사는 젊은이들에게 정착자들이 먼저 공격하는 경우에만 상대하라고 당부했다. 군복 무늬 후드티를 입고 회색 야구 모자를 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 집을 지키는 거예요, 공격은 절대 안 합니다. 방어 차원에서만 싸우죠.”

방한모와 후드를 덮어쓴 아디다스 운동복 차림 소년 대여섯 명이 노련한 남자의 자신감을 내비치며 길을 앞장섰다.
읍장은 소년들에게 바위와 돌멩이로 임시 바리케이드를 쌓으라고 했다.
팔레스타인인 십대 한 명이 불을 지피자 길가의 덤불이 활활 타올랐다. 예상대로 정착자들이 나타나 은색 세단 ― 현지인들은 이 차를 보면 무장하지 않은 십대 정착자들을 떠올린다 ― 에서 튀어나왔다. 정착자들의 폭죽 소리에 우리 중 일부는 몸을 피했고 일부는 돌을 던졌다. 그들도 돌을 되던졌다.
정착자들이 우리에게 히브리어로 고함을 질렀다. 히브리어를 아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맞받아쳤다. “벤-그비르는 후레자식이다!” 돌을 많이 던지기는 했지만 양쪽 다 한 명도 맞지 않았다. 신질에서 온 남자 한 명이 끝에 폭죽 여남은 개를 매단 막대를 정착자들 쪽으로 뻗어 불을 붙였다. 화약 냄새가 습한 공기를 밀어냈다.
누구 하나 주먹을 휘둘러 보기도 전에 지프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신질 사람들은 아는 차였다. 이 지프를 모는 정착자는 무장했고 위험하다. 읍장이 후퇴하라고 외쳤고 순식간에 모두가 전력 질주로 산을 내려갔다. 서쪽으로는 햇빛 속에서 흐릿한 텔아이브의 스카이라인이 보였다.
홀로 싸우는 마을
내가 신질에 간 때는 1월 중순이었다. 교통 정체와 이스라엘 검문소 때문에 라말라에서 20마일을 가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구릉들 사이에 삐죽 솟은 신질은 15피트 높이 칼날 철조망 안보 울타리에 갇힌 채 불법 정착촌들에 둘러싸여 있다.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계단식 지형에 오래된 전통 가옥이 빼곡히 모여 있는 곳이다.
10월 7일 이후로 신질을 비롯한 피점령지 서안 곳곳에서 정착자 폭력이 격화되었지만, 이 마을이 강탈dispossession의 처지에 놓인 것은 한참 전부터의 일이다.

2005년 제2차 인티파다가 끝난 후 10년 동안, 초기 단계였던 ― A구역을 관장하고 대민civil 통제권을 갖고 있는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군은 피점령지 서안의 정치 조직 대부분을 무너뜨렸고, 정치 활동은 텔레그램 채널이나 대학 등 당국의 손이 닿지 않는 몇 안 되는 공간으로 밀려났다.
한때 지원, 조력, 증원을 요청할 수 있는 전국 단위 파트너를 둔 지역 사무소들의 조직적인 무장 투쟁이었던 피점령지 서안지구의 현장 저항은 이제 거의 고립되다시피 한 채로 이어지는 정착자들의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는 작은 지역들의 아슬아슬한 균형잡기가 되어버렸다. 너무 세게 밀어붙이다 정착자가 다치거나 죽으면 마을을 봉쇄 당하거나 파괴 당한다. 그렇다고 전혀 밀지 않으면 팔레스타인 땅을 잠식하며 커져만 가는 정착촌 네트워크에 에워싸이고 만다.

신질은 무장 저항과 정치 조직들이 심각하게 약해진 데다 정착자 폭력과 토지 수탈이 가차 없이 격화되는 와중에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2025년 봄 이후로 정착자들은 신질 남부의 가옥 수십 채를 밀어버리고 침탈했다. 텔 알-바텐에서 위협적으로 버티고 있는 탓에 신질 주민들 ― 농부가 많다 ― 은 자기 땅에서 일도 할 수 없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들 중 한 곳에서는 후무스를 퍽퍽한 채로 내놓기 시작했다. 정착자들의 공격 때문에 농부들이 최근에 수확한 올리브에서 기름을 충분히 짤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11일에는 폭력이 정점을 찍었다. 무장한 정착자 십여 명이 금요일 기도가 끝난 후 텔 알-바텐에서 열린 정기 시위를 막아섰다. 외국 활동가 몇 명도 시위에 함께한 날이었다. 장착자들이 그들을 에워싸고는 몽둥이와 돌멩이로 구타했다. 곧이어 다른 정착자들이 사륜차로 그들을 쫓아 뿔뿔이 흩뜨렸다. 혼란통에 모함메드 샬라비Mohammed Shalabi와 사이프 알-딘 무슬라트Saif al-Din Muslat는 신질로 내려가는 길이 아니라 숲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탔다.
샬라비의 시신은 어느 올리브 나무 밑에서 발견되었다. 총에 맞은 채였다. 알-딘은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빈사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그날 저녁 라말라의 한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새로운 방어망
이들이 살해 당한 곳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 규정된 A구역에 속한다. A구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 대내 안보와 민정civil affairs을 통제한다. B구역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민정만 통제하고 안보는 이스라엘이 통제한다. C구역은 이스라엘점령군이 전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청원을 제출한 후, 2025년 8월에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정착자들이 전초기지를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이스라엘 사단장은 “범법자들”이 불법적으로 길을 내고 팔레스타인 가옥을 침탈했다고 적었다. 몇 달이 지났지만 전초기지는 여전히 남아 있고 정착자들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으며 신질 주민들은 자기 땅에 가려면 폭력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
신질의 상황이 이렇다. 팔레스타인의 통제 하에 있다지만 총을 들고 순찰을 도는 건 이스라엘 부대고 주민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매달리는 건 이스라엘 법원이다.
정착자들이 사라질 기미가 없자 신질 주민들은 새로운 방어망을 조직했다. 텔 알-바텐 꼭대기의 정착자 전초기지 맞은편에 천막 형태의 경비초소를 설치했다. 수십 명의 남성이 수제 화로를 둘러싸고 천막에 앉아 커피를 내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젊은이들은 학교나 직장을 마치고 곧장 합류한다. 흑백 쿠피예를 쓰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나이 든 이들은 조용히 커피를 마신다. 이들의 막사와 정착자들 사이에 있는 것은 동물들의 뼈와 바윗돌, 가시덤불이 듬성듬성한 무인지대뿐이다.
몇 분에 한 번씩 남자들 중 한 명이 연기가 자욱한 천막을 나온다. 추위 따위 아랑곳 않고, 가득 쌓인 커피가루며 에너지 드링크 캔이며를 밟고 서서 고휘도 랜턴으로 산등성이를 훑는다. 바위나 폐구조물, 줄지어 선 올리브 나무 ― 풍경에 달라진 데가 있는지를 찾는다.


이따금 녹색 레이저빛이 랜턴의 빛줄기를 수직으로 가로지른다. 신질 남서쪽에 있는 질질리야에서도 누군가 망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맞은 편 언덕에서 주황색 불빛이 깜빡거리면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이지만 천막 속 남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낡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언덕 위에 이스라엘 병사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아흘란 와 샤흘란Ahlan wa sahlan.”[역주3]
봄에 야경단을 꾸린 후로 ― 스스로를 “땅을 지키는 사람들the protectors of the land”로 칭하는 ― 이들은 주 7일 하루 24시간, 항시 천막에 인원을 배치한다. 야음을 틈타 대담해진 정착자들이 공격을 개시하지 못하도록 밤새 능선을 살핀다. 정착자들은 “산 속 괴물들the monsters of the mountain”을 자처하지만 어느 야경단원은 “저들은 차라리 토끼 같다”고 했다. 천막을 세운 후로 야경단은 신질 남쪽 지대에 대한 공격을 성공리에 차단하고 있다.
이따금 정착자들이 몰래 천막에 접근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경보 문자를 보내면 삽시간에 신질 주민 수백 명이 모여서 정착자들은 무슨 짓을 할 틈도 없이 물러간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몇 달이나 적을 연구했기에 야경단은 정착자들의 차량 색깔만 봐도 누가 누구이며 심각한 위협을 가할 사람인지 어떤지를 알아볼 수 있다. 피점령지 서안에서 폭력은 이다지도 친숙하다.
함께 피 흘리는 나날들
지난 1월, 텔 알-바텐 아래쪽에 이스라엘점령군의 지프 몇 대가 나타났다. 신질 주민들이 퇴각해 산을 내려 왔는데도 정착자들이 군대를 부른 것이었다. 군인들이 지프에서 뛰어내려 일제히 돌격 소총을 겨누었다. 겨우 여남은 명만 남은 우리는 천막 밖에 서 있었다.
순찰대장이 줄지어 선 팔레스타인인들을 훑으며 십 대 네 명을 지목했다. 아무나 고르는 것 같아 보였다.
소년들은 시키는 대로 군용차 보닛에 손을 얹고 다리를 벌리고 섰다. 군인들은 소년들을 수색해 소지품 ― 담배, 전화기, 라이터, 기도 묵주 ― 을 꺼내 차에 얹었다.

팔레스타인 남성 하나가 다비드라는 군인에게 히브리어로 소리를 질렀다. 그는 서류뭉치를 흔들어 보였다. 이 지대에 정착촌을 금지한다는 이스라엘 법정 명령서였다.
한동안의 승강이 끝에 병사들은 소년 네 명을 풀어주고 떠났다.
다음 금요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정착자들은 총을 장전할 것이고 팔레스타인인들은 맞서 싸울 것이다.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붙잡을 것이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법정 명령서를 흔들 것이다. 돌멩이와 쌍안경과 카메라, 그리고 선택의 여지 따위 없었던 강인함으로 무장한 신질의 아들들이 제 땅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구타도 투옥도 마다않을 것이다.
↥역주1 서안지구 중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라말라·알-비레 주에 속한다. 2021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중앙통계국에서 집계한 인구는 6,202명이다.
↥역주2 오슬로 협정에 따라 서안 지구는 A, B, C 세 가지 ― 세 덩어리가 아니라 ― 구역으로 나뉜다. “A 구역은 처음에는 서안의 3%를 차지했으며, 1999년에는 18%까지 확대되었다. A구역에서는 대부분의 사안을 PA[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제한다. B구역은 서안의 22% 가량이다. 이 두 구역의 교육, 보건, 경제는 PA가 맡지만 대외 안보는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통제한다. 이스라엘은 언제든 진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C구역은 서안의 60%를 차지한다. 오슬로 협정에 따라 이 구역의 통제는 PA에 넘겨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안보, [도시] 계획, 건설을 비롯한 모든 방면에 대한 전적인 통제를 고수했다. PA로의 통제권 이양은 실현되지 않았다.” (Mohammed Haddad and Marium Ali, “Ten maps to understand the occupied West Bank,” Al Jazeera, 2024.09.16.) 총면적 약 14㎦인 신질은 A구역 13.8%, B구역 34.7%, C구역 51.5%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거지는 대부분 B구역에 속하고 C구역은 대부분 농경지다. (The Applied Research Institute – Jerusalem, “Sinjil Town Profile,” 2012, p. 16.).
↥역주3 “어서 오시게”, 쯤 되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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