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9-23.(목-월)

일기도 밀리고 가계부도 밀린다. 일을 붙들고 있긴 한데 집중은 안 한다.

2021.08.19.(목)

카드 결제 기록에 따르면 점심으로는 김밥과 라면을 먹었다. 예의 500원 싼 집 옆에 있는, 그 전에 간 적이 있는 분식집에서다. 마트에서 유부를 샀는데 이날 먹지는 않았다. 저녁으로는 뭘 먹었을까, 또 다른 결제 기록에 따르면 집 앞 카페에서 스콘 세 개를 샀다. 이것도 한 개만 먹은 것 같은데.

휴대전화 사진첩을 열어 보니 낮엔 카페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오래는 아니었을 것이다. 해가 지기 전에 산책을 나갔다. 오랜만에 필름 카메라를 들었다. 꽃과 길을 조금 찍었고 사람도 찍었다. 저녁으로는 뭘 먹었을까…

2021.08.20.(금)

유부는 이 날 먹었다. 유부 초밥을 해 먹고 잠깐 카페에 갔다가 스터디가 있어 금세 귀가했다. 부랴부랴 움직여 겨우 시간 맞춰 자리에 앉고서야 깨달았다. 스터디는 다음날이다. 30분 정도만에 다시 같은 카페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고 스콘을 먹었다. 일을 했겠지. 그러다 또 깨달았을 것이다, 저녁엔 회의가 있다. 또 유부 초밥을 해 먹고 잠시 밍기적대다 회의에 5분쯤 지각했다. 담배는 과연 언제 끊을까, 오랜만에 전자담배를 샀다. 좀 적게 피우기는 한다.

2021.08.21.(토)

오전엔 나가서 볼일을 좀 보고 들어왔다. 점심은 고속터미널 앞에 있는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에서 먹었다. 만 원짜리 한정식. 고기메뉴가 하나 섞여 있었다. 남기지 않고 먹었다. 솥밥에 뜨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게 되어 있었는데 솥이 뚜껑 없이 나왔다. 그런 건 처음이었지만 탈없이 숭늉이 나왔다. 후식으로 나온 약초 식혜는 묘한 맛이었다.

오후 내내 스터디를 했고 저녁으로는 옹심이. 그러고는 카페에 앉아 일을 또 찔끔, 했다.

2021.08.22.(일)

조정한 마감일. 카페에서 간만에 나름대로 집중해 일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생각보다 양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른 저녁 쯤, 30분어치 정도 남은 상태가 되었다. 남은 건 밤에 한 시간 반에 걸쳐 하기로 하고 빈둥댔다. 나름대로 집중했다, 고 생각했는데 몇 시간 안 앉아 있으면서 산책을 몇 번이나 나갔다 왔더랬네.

카페에 가기 전엔 점심으로 죽을 먹었다. 카페를 나와서는 시내를 돌았다. 밥 먹을 곳을 찾다 실패하고 ― 일요일엔 문을 닫는 집이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고깃집만 너무 많다 ― 빨간오뎅, 이란 걸 먹었다. 꼬치오뎅에 무언가 붉은 색 양념을 바른 음식이다. 노점식 떡볶이와 김말이도 먹었다.

와플을 하나 사먹었다. 시내로 나간 건 도넛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저녁을 먹고 와플을 먹고 거리를 구경하고 느지막히 갔더니 매진이라고 했다. 집까지 한 시간 조금 안 되게 걸어 귀가했다. 오는 길엔 베개를 샀다. 베개를 사면서였을까, 티브이에서 도쿄 패럴림픽에 초등학생 관중을 들이는 문제에 관한 뉴스를 잠깐 보았다.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논란, 이라고 했던 것 같다. 패럴림픽의 교육적 효과, 장애인의 성취 같은 것들을 조금 생각했다. 실은 나는 생각하지 않았고 친구의 생각을 물었다.

집에서는 한참 누워 있다가 한 시간 조금 넘게 들여 남은 일을 마쳤다. 월요일 아침까지 보내겠다고 말해 두었으므로, 메일은 이튿날 아침에 쓰기로 하고 다시 누웠다.

2021.08.23.(월)

아침에 메일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오후에야 일어났다. 밥을 먹고 카페에 앉았는데 인터넷이 안 됐다. 회선 문제라면 휴대전화를 써서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노트북이 고장인지 휴대전화를 거쳐서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했다. USB 메모리도 데이터 케이블도 없었다. 속수무책. 잠시 미적거리다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USB 드라이브를 찾기 전에 괜히 한 번 웹브라우저를 띄웠는데 집에서는 문제 없이 작동했다. 메일을 보냈다. 잠시 또 쉬었겠지, 그러고는 바닥에 주저 앉아 짐정리를 시작했다. 커다란 상자에 아무렇게나 섞여 있는 장식품들을 꺼내 책꽂이에 진열했다. 전선도 여러 개가 나와 분류하고 닦았다.

아침에 샤워를 하다 말고 휴지걸이를 뗀 자리에 선반을 설치했다. 택배로 받은 새 휴지걸이는 아마도 전날 달았을 것이다. 그 전날엔 욕실장도 바꾸어 달았다. 그날 혹은 그 전날, 친구가 보내준 커튼이 도착해 설치했다. 기약은 없지만 도배를 새로 할 방이라 벽에 이미 나 있는 못구멍을 활용해 임시로 달았다. 부실하다. 정신이 없어 친구에게 인사를 아직 못했네.

싱크대 아래에 넣어 둔 자루에서 전선 수십 개를 꺼내 또 분류하고 닦았다. 앞의 것과 함께 다른 상자 ― 책꽂이 위에 둘 수 있는 납작한 상자, 청소기 상자다 ― 에 옮겨 담았다. 많이 버렸다. (아직 버리지는 않았고, 버릴 봉투에 담아 두었다.) 싱크대 아래에 상자가 하나 더 있는데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두렵다. 집에 앉아 짐을 정리하면서 계속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그럭저럭 일찍 잤다.

2021.08.18.(수)

일찍 깬 것 같은데 느지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았다. 일을 했지만 진도가 매우 느렸다. 오늘자로 담배를 끊자, 고 생각했는데 실패했다. 오전은 잘 넘겼지만 일을 시작하고는 얼마 못 가 담배를 샀다. 어제만큼 피웠다. 지난달보단 적게 피웠다.

집으로 몸을 옮겼다. 자리를 옮겼다, 고 쓰긴 애매하다. 누웠기 때문이다. 잠시 쉬며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다. 마침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 일정을 조금 조정했다. 며칠 여유가 생겼다. 졸려서 일이 안 됐던 걸까, 아마 그렇진 않겠지만, 꽤 잤다.

저녁으로는 감자옹심이를 먹었다. 평소에 가던 집이 문을 닫아 길건너 가게로 갔는데 커다란 새알 반죽으로 빚은 옹심이가 ― 평소에 가던 집은 대충 뜯은 듯한 모양으로 되어 있다 ― 여남은 개 둥둥 뜬 묘한 모습의 음식이 나왔다. 맛도 덜했다. 오가는 길엔 구름을 많이 봤다.

또 누워서 잤나, 가물가물하다. 밤늦게 또 배가 고파져 밥을 물에 말아 먹었다. 신김치와 호래기젓을 곁들였다. 호래기는 꼴뚜기를 뜻하는 경남 방언이다. 분류학상의 꼴뚜기라는 어휘와 정확히 같은 것을 가리키는지, 경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쓰는 말인지 어떤지는 모른다.

또 잠시 쉰 후에 일을 했다. 세 시 반쯤 담당자에게 파일을 전송하고 ― 아침에 도착하도록 설정했다 ― 누웠다. 곧장 잠들지는 않았다.


낮엔 전화가 한 통 왔다. 충북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 광고 전화 여부를 알려주는 앱을 쓰고 있으므로, 잠시 후 안내가 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였다. 전날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플라스틱과 비닐을 모은 봉투를 들고 내려갔다가 수거함이 가득 차 있어서 봉투 째 옆에 두고 왔는데, 무언가 다른 게 섞여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것인 줄을 어떻게 알았는지, 내 번호는 또 어떻게 아는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묻지는 않았다. 수거함이 가득 차 있어서, 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비닐은 플라스틱과도 따로 배출하라고 했는데 비닐 수거함은 애초에 없고 플라스틱 수거함엔 늘 비닐이 들어 있다.

나갔다 오는 길엔 5층 주민과 마주쳤다. 아까 관리사무소에서 나를 찾았다고, 분리배출 관련해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2021.08.17.(화)

일찍 일어나 제천으로 돌아왔다. 원랜 친구를 만나거나 전시를 보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귀가할 예정이었는데 급한 일이 생겨 모두 취소했다. 제천에 오기만 하면 금방 끝나는, 따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제천까지는 하던 대로 고속버스를, 터미널에서 집까지는 택시를 탔다. 열시 쯤 도착했을까. 늦은 오후까지 종일 자다 깨다 했다.

이른 저녁으론 보리밥을 먹었다. 카페에 앉아 일을 조금 했다. 썼거나 쓸 글에 관한 메일을 몇 통 썼다. 일기를 쓰고 의자와 욕실장과 청소기를 주문했다. 원랜 앞의 둘만 주문할 생각이었으나 장바구니에 담아 둔 걸 결제하러 접속했더니 청소기 할인 이벤트가 떠서 ― 대강은 본 적이 있는 모델이고 사양이야 뻔하므로, 이게 진짜 할인가가 맞는지만 확인하고 ― 자세히 보지 않고 결제했다.

광고창에 떠 있던 선착순 행사가보다는 조금 비싸게, 다른 쇼핑몰 최저가보다는 조금 싸게 샀다. 아직 짐이 바닥을 뒤덮고 있으므로 당장 열심히 쓸 수는 없다. 이걸로 방과 거실을 청소하고, 갖고 있던 소형 유선 청소기는 베란다며 창틀이며를 청소하는 데에 쓸 요량이다.

귀갓길에는 비누를 샀다. 비누가 아주 눈곱만큼만 남아 있었다. 무릎에 각질이 일길래 때수건도 샀다. 식료품 매대였나 과자 매대였나를 조금 훑었지만 다른 건 사지 않았다. 집에 와서는 별일 하지 않았다. 밤늦게 배가 고파져 편의점에 들렀다. 이만 겨우 닦고, 조금 늦게 잠들었다.

2021.08.16.(월)

전날 일기가 번역을 다 마치지 못했단 말로 시작해서는 놀다 잤다는 말로 끝난다. 일을 잊었다는 뜻이다. 새벽에 일어나 누워 있다 불현듯 떠올라 황급히 책상에 앉았다. 평소의 두 배쯤 되는 속도로 번역을 마쳤다. 부랴부랴 채비해 길을 나섰다.

서울행. 달리 일은 없었고, 친구가 몇 번인가 반복해 만나자고 해서 놀러 갔다. 넋두리할 게 많은가 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테이블마다 벽과 문이 딸린 일본식 선술집에 둘이 앉아 회와 바지락찜과 오코노미야키와 연어머리구이를 먹었다. 술도 조금 마셨다. 요즘 다니는 카페에서는 외국 노래가 주로 나온다. 오랜만에 한국 대중가요를 여러 시간 들었다.

그 전에는, 역시 오랜만에, 학교엘 갔다. 셔틀버스를 한참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 결국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둘의 정거장은 조금 떨어져 있다. 짧은 거리를 힘껏 달렸다. 한창 번역문을 읽다 보니 한 페이지쯤이 날아가고 없어 잠시 당황했지만 다행히 어렵지 않은 부분이라 기억을 더듬어 메웠다. 늦지 않은 시각에 마치고 친구를 만났다. 약속 장소 앞을 서성이다 다른 친구를 마주쳐 잠시 응원의 말을 건넸다.

아홉 시 반쯤 파했다. 모텔에서 잤다. 이삿날 잤던 깔끔한 모텔보다 조금 싼 곳을 잡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검은 벌레 한 마리 ― 빨라서 잘은 못 봤지만 몸통의 윤곽이 바퀴벌레보단 둥글었다 ― 와 벽지의 얼굴 몇 개, 화장실의 얼룩 몇 개를 보고 말았다. 베개에선 묘한 냄새가 났다. 빨래를 안 한 듯한 냄새는 아니었다. 바디워시며 폼클렌저며는 일회용품을 제공했지만 치약은 화장실에 공용으로만 비치되어 있었다. 편의점에서 여행용 세면도구를 사다 썼다.

객실 열쇠는 전자식 카드키가 아니라 천공카드 형식이었다. “나를 꺽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쇠가 아니라 플라스틱이었다. 객실에서 홍어를 먹지 말라, 파티를 하지 말라, 욕조에서 입욕제를 쓰지 말라는 등 금지사항이 많았다. 욕조를 보곤 들어갈 뻔 하였지만 치약도 못 쓰는데 욕조를 쓸 수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슬리퍼를 신었고 가운을 입었다. 물론 베개를 벴고 이불을 덮었다.

간만에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을 조금 보았다. 늦게 잠들었다.


열두 시쯤 학교에 올라가면서, 여섯 시쯤 학교에서 내려오면서 같은 사람에게 같은 전단을 두 번 받았다. 매일 학교에 가던 시기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람에게 매일 받던 전단이다. 아마도 필라테스 학원 광고. 백 장은 훌쩍 넘게 받았을 텐데 단 한 번도 자세히 보지 않았고 여전히 학원 이름은 모른다. 디자인은 새로 한 것 같았다.


친구와 놀다가는 노래패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백자라는 이가 최근에 발표했다는 〈나이스 쥴리〉라는 노래의 존재를 배웠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가수 백자는 노래를 통해 쥴리라는 여성이 성접대를 통해 권력을 탐하고 국모를 꿈꾼다는, 여성을 성녀와 창녀로 가르는 전형적인 이분법으로 여성혐오를 드러내며 조롱했다”고 지적하며 “민주노총과 민중운동 진영이 가수 백자와 노래패‘우리나라’에게 작금의 사태에 대해 사과와 반성이 없이는 무대에 설 수 없도록 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백자가 누구지, 하며 찾아 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주한미군철거가〉를 만든 인물인 모양이다. “일본놈들이 쫓겨나가고 / 미국놈들 들어와서 / 해방인줄 알았더니 / 그놈이 그놈이더라”라는 가사의 노래다. 이건 1절이고 3절까지 있다는데 나머지 가사는 모른다. 제목의 기이함이 맘에 들어 가끔 흥얼거리곤 하던 노래다.

2021.08.15(일)

또 늦게 일어났나… 오전에 빨래를 돌렸을지도 모른다. 짐 정리는 아직이다. 점심으로는 죽을 먹었다. 카페에 앉아 월요일로 미룬 스터디에서 읽을 글을 번역했다. 저녁까지 쭉. 한 페이지쯤을 남겨 두고 일어섰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여 보겠다고 플라스틱 제품의 서너 배 가격(만 원이 조금 못 된다는 뜻이다)을 주고 금속제 휴지걸이를 사서 (원래 있던 녹슨 것을 떼어 내고) 달았는데 휴지가 뒤로는 벽에 닿고 앞으로는 세면대에 닿았다. 그거야 새 휴지일 때만 그런 거라지만 늘 물에 젖는 자리이기도 했다. 세면에에 바투 붙은 벽에 세면대랑 같은 높이로 달았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이전 거주자는 어떻게 살았던 걸까. 정작 아직도 주문하지 않았지만, 사방이 막힌 방수형 플라스틱 휴지걸이를 사기로 했다. 플라스틱이 짱이다…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카페를 나와서는 일부가 플라스틱인 수건걸이를 사고 플라스틱 섬유로 된 다른 물건도 샀다. 플라스틱 용기로 되어 있는 제습제도 샀다. 조금 전에야 주문했지만, 플라스틱제 식탁 의자와 욕실장도 샀다. 이렇게 늘어 놓으면 마치 지금껏 플라스틱 제품을 안 사고 잘 버틴 것 같지만 슬리퍼도 발매트도 칫솔도 모두 플라스틱이다. 칫솔꽂이는 도자기, 비누받이와 욕실 선반은 금속. 욕실선반은 아직도 달지 않았다.

집에 와서는 누웠다. 5분만 더, 10분만 더, 하다가 잠이 들었다. 밤에야 깨서 감자와 양파를 썰고 볶아 짜장밥을 했다. 얼려둔 두부와 버섯을 넣었다. 며칠 전에 산 연근은 귀찮아서 조리기를 미루는 사이 색이 변했으므로 넣지 않았다. 간은 대강 맞았지만 이번에도 기름기가 많았다. 양도 많았다.

노닥거리다 잤다.